한국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일본의 목제가구시장을 휩쓰는 제품은 대부분이 동남아산이다. 풍부한 원자재와 값싼 노동력을 활용해 만든 동남아산 목제가구는 일본의 중·저가 가구시장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일본의 후쿠오카현 오가와에서는 염가 동남아산 가구의 공세를 고품질, 고가의 다목적 제품으로 멋지게 극복한 사례가 등장, 매스컴의 화제로 떠올랐다.유아를 앉혀 놓았을 때의 'e-CHAIR'일본 최고(最古)이자 최대의 가구산지로 꼽히는 이곳의 업자 4명이 공동회사를 세운 후 각자의 특기를 살려 내놓은 첫 제품이 나오자마자 인기상품으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목재가공용 칼, 톱 등 절삭기 전문가와 디자이너, 목재수입판매회사 경영자들로 경력이 모두 상이했다.참가자들의 성을 한자씩 따 ‘SHIN’으로 이름을 지은 공동회사가 선보인 첫 제품은 ‘e-CHAIR’라는 브랜드의 의자였다. 수없이 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와 있는 의자시장에서 이들의 선택은 왜 하필이면 의자를 먼저 택했느냐’는 질문의 대상이 될 법도 했다.그러나 속사정을 알고 보면 그게 아니었다. 이들이 만든 의자는 유아에서 어른까지 누구나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제품이었다. 가격은 개당 3만9,000엔으로 보통 의자 2~3개 값에 해당하는 고가이지만 재료에서 디자인까지 심혈을 기울여 만든 것이다.이 의자는 창업자 중 한 명인 가구디자이너 사사키 도시코씨가 20년 전 자신의 아기가 태어났을 때 생각했던 제품에서 출발했다. 유아를 안심하고 앉혀놓을 수 있으면서도 흔들목마도 되고, 어른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의자를 만들자는 것이 상품화의 배경이었다.창업자들은 원자재 조달을 아시아 지역으로 한정했다. 재료에 관한 한 양질의 목재를 손쉽고 값싸게 얻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제조, 가공은 동남아가 아닌 중국에서 하고 있다.의자는 사람의 신장에 따라 걸터앉는 면의 높이를 4단계로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양 옆의 다리에 높이 조절식 구멍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유아를 앉혀 놓을 때는 보호대를 앞면에 부착할 수 있게 돼 있다.의자를 뒤집어 눕히면 어린이들의 흔들목마로 변신한다. 의자가 미끄러지거나 멋대로 움직이지 않도록 다리 앞면에는 고정장치를 부착해 놓았다. 원자재와 인력확보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인건비 절약을 위해 중국에서 만들긴 했어도 창업자들이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친 프로들인 까닭에 완벽한 품질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생산현장과의 호흡조절 시간이 필요해서였다.판매가 시작되자 이 의자는 묘한 디자인과 다기능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강하게 잡아당겼다. 덕분에 가격은 비싸도 발매 후 3개월간 약 1,000개를 수주하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또한 일본산업디자인진흥회로부터 2001년 ‘굿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생산능력이 영업을 따르지 못해 고객들로부터 클레임을 받기도 했지만 최근까지 팔려 나간 숫자는 약 5,000개에 이른다.해외로부터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중국 현장의 생산설비와 인력의 기술수준이 받쳐주기만 한다면 해외 판로 개척에도 본격 나설 방침이다. SHIN을 설립한 4명의 창업자는 처음부터 세계시장 개척을 염두에 두고 사업에 뛰어든 터였다.일본언론은 저가 외국산의 수입홍수로 중소기업 도산이 꼬리를 무는 실정에 비춰 볼 때 이들의 도전이 일본 가구의 자존심 회복을 대변한다고 지목, 꾸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