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전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외국 가전업체들의 중국시장 공략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한국과 일본 기업의 시장공략이 거세다. 베이징의 대형 할인매장인 카르푸 가전 매장.중국에서 시장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가전산업이다. 수많은 가전업체가 중원에서 ‘시장혈투’를 벌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만큼이나 중국 가전산업의 국제경쟁력도 뛰어나다. 많은 중국 가전업체는 이제 세계시장을 넘보고 있다.중국 가전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외국기업이다. 한국, 일본, 일부 유럽국가 등의 가전업체들 역시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장쟁탈전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은 선진기술을 앞세워 중국 업체를 압박하며 활동영역은 넓혀가고 있다.중국에 진출한 외국 가전업체 중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곳은 한국과 일본 업체들이다. 두 나라는 고유 전략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의 중국진출은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기업의 중국진출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최근 중국의 한 가전전문 잡지를 통해 공개된 일본과 한국 가전업체의 중국시장 진출 특성을 살펴본다.일본일본 가전업체들은 서방 기업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 시장기반을 다져왔다. 마쓰시타, 소니, 도시바, 히타치 등은 지난 80년대 초부터 기술이전, 생산설비 수출 등을 통해 중국 기업과의 관계를 쌓아왔다.당시 도입된 설비들이 아직도 일부 중국 가전업체에서 가동되고 있다. 일본 기업은 90년대 들어 현지 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했다.브랜드 전략 =일본 가전업체들은 중국에 ‘브랜드 파워’개념이 형성되기 전부터 브랜드 홍보에 적극 나섰다. 그들은 지난 80년대 ‘Panasonic’ ‘National’ ‘Toshiba’ 등 브랜드 광고에 엄청난 돈을 퍼부었다.덕택에 일본 브랜드는 지금 중국 가전시장에서 커다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일본 기업 대부분은 지금도 중국에서 자사 브랜드 제품만을 생산하고 있다.일본 업체들은 합작협상 단계부터 자사 브랜드를 고집한다. 브랜드를 사용할 수 없을 경우 추가 투자를 통해 지분을 매입, 회사명을 바꾸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마쓰시타는 이 같은 방법으로 ‘마쓰시타완바오에어컨’을 ‘마쓰시타에어컨’으로 개명했다.투자 전략=일본 가전업체들은 해당 상품 분야에서 지명도가 가장 높은 업체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파트너의 생산능력에 일본 기업의 기술을 접목하는 형식이다. 상품별로 별개 합작회사를 설립했다.히타치는 중국에 무려 64개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고, 도시바는 20개, 마쓰시타는 41개 합작사를 두고 있다. 또 합작회사는 중국 전역에 골고루 퍼져 있다. 현지 시장공략을 위해서다. 일본 업체들은 중국 기업의 제조능력이 뛰어나다고 판단, 부품 조달 관련 합작사 설립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기업관리=일본 업체가 합작사 경영을 장악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대부분 중국측 대표를 동사장(이사회 회장)으로 두고 일본인 대표는 경영을 총괄하는 총재로 임명하는 인사구조를 갖고 있다. 회사의 고위 관리층은 일반적으로 일본 본사에서 파견된다.유통 전략=합작사가 각각 고유의 유통망을 갖고 있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마쓰시타가 투자한 회사라도 회사가 다르면 자사만의 유통망을 갖는 형태다. 각 합작사는 중국에 유통법인을 세워 놓고 서로 다른 채널로 시장을 공략한다. 그러나 일본 업체들은 이 방식의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 유통채널통합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상품 전략=철저히 ‘고상품-고가’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격전쟁에 뛰어들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순익비율이 높다. 도시바의 다롄 컬러TV공장의 경우 지난해 50만대를 파는 데 그쳤으나 순익은 750만대를 판 창홍과 비슷했다.한국한국 가전업체들은 일본에 비해 늦게 중국에 진출했다. 중국과의 수교가 일본에 비해 10년이나 늦었기 때문이다. 한국 업체들은 그러나 일본업체 못지않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실제적으로 LG와 삼성 브랜드는 일본 브랜드 못지않은 파워를 갖고 있다.브랜드 전략=한국 기업 역시 브랜드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독자 브랜드 제품을 고집하지 않는다.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생산도 마다하지 않는다. 쑤저우에 진출한 삼성전자가 GE상표를 붙인 냉장고를 생산, 미국과 중국시장에 판매한 게 한 예다.LG와 삼성은 ‘디지털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LG는 ‘디지털 창조’로, 삼성은 ‘Digitall All’로 중국에서 ’디지털 가전 분야 선두주자’라는 인식을 심어가고 있다.투자 전략=한국 기업 역시 지역분산투자 전략을 쓰고 있다. 그 폭은 일본 기업에 비해 좁지만 깊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LG의 경우 중국 투자기업은 10개사에 그치고 있지만 투자 총액은 14억4,000만달러에 달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볼 때 한국가전 공장은 톈진, 장쑤, 광둥지역에 밀집되어 있다.한국기업의 투자파트너는 주로 해당 분야 중급 업체들이다. LG가 숑마오를, 삼성이 향쉬에하이를 파트너로 선택한 게 이를 대변한다.광고 전략=LG와 삼성은 그룹 내 홍보전문회사에 중국 내 광고를 맡기고 있다. 이는 중국 비즈니스를 글로벌 전략과 맞춰 추진하자는 취지다. 이 전략은 두 회사의 중국 내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상품 전략=일본기업과는 달리 품질과 가격을 모두 중시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더 좋은 품질을, 같은 품질이라면 더 낮은 가격으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이를 위해 한국 가전업체들은 부품 현지화 등을 통한 생산비 인하 노력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LG 전자레인지와 에어컨 일부 품목은 중국제품보다 20%정도 싸다.또 삼성의 일부 냉장고는 중국제품보다 10%나 저렴하다. 이 같은 가격경쟁력에 브랜드파워, 기술력 등이 합쳐져 한국 가전제품은 중국시장에서 무시하지 못할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현지화 전략=한국 가전업체들은 ‘명실상부한 중국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LG의 경우 1만1,000여 명의 종업원 중 98%가 중국인이다. 또 부품의 80%를 현지에서 조달하고 있다.삼성과 LG는 특히 가전뿐만 아니라 통신, 반도체, 금융 등의 분야에서 기술이전에 적극 나서는 등 중국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식이 강하다.유통 전략=한국 가전업체들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품목, 장소 등에 따라 유연한 유통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중국시장을 1, 2, 3 등급으로 나눠 각 등급에 따라 서로 다른 마케팅 전략을 짠다. 최근 들어 대도시를 중심으로 독자유통망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