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국가 이상의 존재감을 지닌다. 중고등학교 시절, 똑같은 외국어지만 우리에게 영어는 필수였고 독어나 불어는 선택이었다(이젠 마치 [국어]처럼도 느껴진다). 사회의 어떤 분야든 ‘made in USA’의 파장 안에 있다.하지만 이런 상황은 단지 물질 차원에만 머물지 않고 ‘인간’의 영역까지 손을 뻗친다. 세계 평화를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각국에 기지를 차리고 무기를 팔아먹는 ‘미군’은, 그러기에 어쩌면 상징적인 존재다.특히 한국에서, 그들은 치외법권 속에서 온갖 혜택을 누리며 한국의 ‘원주민’들을 유린하는 침입자의 이미지를 (가끔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띠고 있다.과거 ‘양공주’로 대표되던 미군 접대 문화. 하지만 요즘 벌어지고 있는 의정부 여중생 피살(!) 사건을 보면서 그들의 본질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남의 땅에서 주인 행세 하려는 자들처럼 보이며, 장갑차 한 대가 사람 목숨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아니면 9.11 테러 이후 땅에 떨어진 미국의 위신을 이런 방식으로 보상받으려는 걸까? 할리우드 영화를 제외하고, 영화 속에서 재현된 미군의 이미지는 언제나 침략자 혹은 강간자였다.한국영화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은 가난한 한국 여자를 미국으로 데려가겠다고 꼬시거나, 하룻밤 욕정을 위해 그녀들의 순결을 빼앗는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 designtimesp=22625>에서 한국전쟁 당시 미군에게 겁탈 당하는 언례, <아름다운 시절 designtimesp=22626>의 헛간에서 옷고름을 풀던 동네 누나들의 뒷모습.<수취인불명 designtimesp=22629>에서 창국의 엄마는 미군 남편의 편지를 애타게 기다리고, <여왕벌 designtimesp=22630>의 이태원은 5~60년대 기지촌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분단이라는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는 독일 또한 사정은 그다지 다르지 않다.<마리아 브라운의 결혼 designtimesp=22633>의 마리아 브라운도 마찬가지. 2차대전의 전선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 대신 그녀는 흑인 병사를 선택한다. 그는 그녀에게 담배도 주고 돈도 준다. 시어머니마저 며느리의 매춘을 눈감아주는 상황.그날도 어김없이 그녀의 집에선 미군과의 위험한 관계가 맺어지고, 거지꼴로 나타난 남편 앞에서 마리아는 우발적으로 미군을 죽인다.“진실은 다리 사이의 욕정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 영화가 미군을 다루는 방식은 우리와는 조금 다르다. 그들은 지배자지만, (설사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것은 역사 속의 한 시기뿐이다.과연 그럴 수 있을까? 반미감정이 한창 물오른 주가처럼 치솟은 요즘, 우리의 역사 속에 숙변처럼 남아 있는 그들의 군사적 폭력을 대하며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이주의 문화행사다이애나 크롤 내한공연7월 27일(토)/오후 8시/서울힐튼호텔 컨벤션센터/R석 12만5천원 S석 10만원 A석 7만5천원 / B석 5만원재즈 보컬리스트 진 다이애나 크롤(Diana Krall)의 내한공연. 데뷔앨범 를 통해 음악계에 등장한 크롤은 1997년 발표한 로 1998년 빌보드 재즈 차트의 정상으로 군림했다.1999년 발표한 로는 그래미 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2001년작 는 400만장이 넘는 판매고를 올려 미국 음반 산업 협회가 수여하는 골드 레코드상을 받았다.4살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던 크롤은 대부분의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노래부른다. 지난 1999년 한국을 방문해 매혹적인 목소리로 국내 청중을 사로잡은 바 있다. (02) 317-3066/3077레 미제라블 = 8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장발장의 원작소설을 뮤지컬로 한 미국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의 내한공연. (02)518-7343풋루스 = 9월 29일까지 연강홀. 브로드웨이 뮤지컬 <풋루스(Footloose) designtimesp=22670> 국내 초연 공연. 지난 98년 브로드웨이에서 시작된 이 작품은 케빈 베이컨과 존 리스고우 주연으로 1984년 개봉, 흥행에 성공한 동명 영화가 그 원작이다. (02)766-8551Living Furniture = 8월 16일까지 스톤&워터. ‘건강과 행복’이라는 주제로 생활 속의 예술을 표현한 전시회. 여성이 혼자 살고 있는 원룸을 예술작품으로 채워 넣었다. (031)472-2886델라구아다 = 7월 31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델라구아다홀. 98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독특한 형식의 뮤지컬 퍼포먼스.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이 공연한다. (02)501-7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