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개인용 컴퓨터(PC) 한 대로 회사를 세운 IT맨이 있다. 자칭 ‘멀티 프로그래머’ 장권진씨(35)가 바로 그 주인공. 프리랜서들의 일자리 알선 전문업체인 이랜서에서 내로라하는 ‘업자’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하지만 그를 그냥 잘나가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나 웹마스터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럴듯한 사무실이나 직원은 물론이고 명함조차 없지만 ‘장권진’이란 이름 석자를 들고 기업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 엄연한 사업가다.자칭 ‘주식회사 장권진’의 비즈니스모델은 한 마디로 기업전산 토털 솔루션 판매. 현재 신도리코 홈페이지의 각종 상품·고객 정보 데이터베이스(DB) 설계와 근로복지공단 발송우편물 바코드 시스템 및 반송처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그동안 하나로통신을 비롯해 롯데닷컴, 대한전선 등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무역회사의 전산 프로그램에서 인터넷게임 개발에 이르기까지 그의 사업영역은 여느 벤처기업 못지않다. 얼마 전 증권자산 옵션선물 전문업체 아이타스의 로그인 및 자동 업·다운로드 프로그램을 개발한 것도 그였다.이 1인 기업의 사업 원동력은 다름 아닌 그의 발명가 기질과 풍부한 개발 경험이다. 지난 89년 안양과학대학에서 전자계산학을 전공하고 20대 초반에 컴퓨터학원 차렸다. 그때부터 사업에 뜻이 있었던 것이다.그후 유명 정보처리학원과 기업체 전산실을 거치면서 1인 기업을 꿈꾸다 2000년 본격적인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경기도 자동차조합 자동차검사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모듈을 개발하면서 그는 업계에서 일약 스타 프로그래머로 떠올랐다.경기도청 전산 시스템과 조합에 구축된 행정망 자동차검사 프로그램에 프로토콜통신이 아닌 가상 키보드와 캡처방식을 이용한 인터페이스 모듈을 만들어 경기도 내 250개 공업사들이 간접적으로 행정망의 프로그램을 쓸 수 있게 했던 것이다.아무도 생각지 못한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체크포인터를 이용한 30자리 이상의 압축된 바코드를 생성하는 바코드폰트 라이브러리 개발도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현재 이랜서 추천 프리랜서 0순위를 달리는 것도 이런 화려한 경력 때문이다. “제가 남들과 다른 건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점이죠.”몇 사람 몫을 혼자 도맡아 하는 덕에 수입이 적지 않지만 1인 기업가로 뛰는 데 어려움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혼자의 몸으로 기업들과 상대하다 보면 약자의 설움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제휴가 아닌 단순 아웃소싱 업체로 취급받는 일도 적지 않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창의성을 강조하다 보면 갈등을 빚기도 한다.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돈을 떼이는 리스크도 감수해야 한다. 이 때문에 그는 자신처럼 1인 기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할말이 많다.“작업 시작 전에 반드시 고객사의 개발 후 지급능력이나 계약조건을 면밀히 따져봐야 합니다.”그가 강조하는 1인 기업의 자격은 한 마디로 ‘멀티플레이어’다.“어떤 일을 맡겨도 다 소화해내야 합니다.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와 건강을 유지하는 것도 1인 기업을 꾸려가는 데 필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