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노력에도 누적적자 2,700여억원 넘어 시기 늦어지면 자금 고갈될 듯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에도 ‘봄날’은 올까.최근 북한이 시장경제체제에 접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현대아산측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 금강산 지역의 관광특구 지정 및 육로관광 허용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것들만 해결되면 국내외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로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는 대북사업은 대반전을 맞을 것이라고 현대아산측은 벌써부터 장밋빛 분석을 내놓고 있다.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북한측이 이를 허용하더라도 확실한 수익사업으로 자리잡지 못하면 현대아산의 운명은 모래시계에 맡겨야 할지도 모른다”고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의 엄청난 적자로 현대아산의 금고는 점차 바닥을 보이고 있는데다 설상가상으로 그동안 현대아산의 자금줄이나 다름없었던 현대계열사들이 더 이상의 증자나 자금투입에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현대아산의 주요주주들인 현대상선,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등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비전이 없는 사업에 지속적으로 돈을 댈 수 없다”며 잘라 말했다.지난해 7월 현대상선으로부터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을 떠안은 현대아산의 재무구조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511억1,9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누적적자가 2,715억7,500만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따라 4,500억원이던 자본금 중 2,728억원이 자본잠식된 상태다.특히 금강산 월평균 관광객수는 2000년 1만7,668명을 최고 정점으로 지난해 4,903명으로 급속히 줄었다. 때문에 이제는 관광사업 자체가 축소돼 대북사업으로 지속시키기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걱정마저 나오고 있다.그렇다고 현대아산이 노력을 게을리 한 것은 아니다. 사업권양수 직후부터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 지난해 5~6월 동해항과 부산항에서 금강산을 오가던 봉래, 풍악, 금강호 등 3척의 대형 유람선의 운항을 중단했다.따라서 지금은 한 번에 460명을 실어 나르는 쾌속관광선 설봉호 1척만 띄우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이사대우 이상 임원 18명 중 13명을 내보내고 김윤규 사장마저 무보수 근무를 선언했다. 또 직급에 따라 직원들의 보너스를 350∼450%까지 삭감했다.외자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따라 아웃도어트레이닝 전문회사 ‘챌린지 코리아’는 지난 7월 금강산 해수욕장에 3억5,000만원을 투입하고, 직원 12명을 북측에 파견했다. 금강교육개발원은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금강산 야영사업에 1억원을 투자했다.진천식품은 지난해 8월부터 6,000만원을 들여 금강산 온정각 휴게소에서 호박엿을 제조, 판매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미미하지만 금강산 관광개발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국내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이들을 공개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현대아산은 지난해 6월 북한측과 육로관광 및 관광특구지정 등을 합의했다. 그후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남북협력기금에서 지난 7월 말 현재 642억원을 대출받았고, 올 들어 정부로부터 이산가족, 학생, 교사 등에 대한 관광경비보조, 남북협력기금 대출금 상환조건 완화, 현지 외국상품판매소 설치 허용 등을 지원받았다.이처럼 뼈를 깎는 노력을 했음에도 현대아산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한 것일까.정부관계자, "경영수지 개선으로 희망적"이종주 통일부 교류1과 사무관은 “관광공사에서 경비보조 등을 한 이후 관광객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누적적자가 많기는 하지만 월별 영업이익 대비 수익은 높아져 경영수지가 개선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현대아산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김익만 민주당 통일외교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은 “민간 경협사업의 자율성을 존중해 현대아산의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며 “육로관광과 관광특구 지정이 이행되면 컨소시엄에 참여하겠다는 기업들이 많을 것”이라고 현대측을 적극 두둔했다.육로관광 및 관광특구 지정에 목을 매달다시피한 현대아산측도 “이것들이 이행될 경우 국내외로부터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며 “외자유치로 금강산 고성항 지구에 해수욕장, 골프장, 스키장, 호텔, 콘도 등 다양한 편의 및 오락시설을 갖춰 금강산을 한반도 대표 세계적 종합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청사진까지 밝혔다.이에 대한 근거는 이렇다. 즉 금강산이 특구로 지정되면 ▲국내외 투자가 자유로워져 영업활동이 법적으로 보장되고 ▲과실송금이 가능해지고 ▲출입국이 자유로워지며 ▲특구 내에서는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이 허용돼 골프장, 스키장 등 각종 오락시설과 편의시설이 들어서게 될 것이란 얘기다.그리고 법적 투자보장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아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내외국인들이 관광특구지정에 따라 본격적으로 투자를 하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이뿐만 아니라 현대아산측은 경의선과 동해북부선 철도, 도로가 연결돼 육로관광이 실현된다면 남북교류협력증진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를 육로로 잇는 양축의 ‘실크로드’를 확보할 수 있어 엄청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물론 현대아산이 중앙에 설 것을 염두에 두고 나온 분석이다. 결국 현대아산의 미래는 시장경제체제를 조심스럽게 노크하고 있는 북한에 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