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와 영업능력,국제감각 두루 갖쳤다는 평...9월 컨설팅 결과에 따라 2단계 발전구상 선보일듯

이건희 삼성회장의 장녀 이부진씨(사진·기획팀 부장ㆍ33)의 신라호텔 경영성적표는 어떨까. 호텔업계는 신라호텔이 최근 1년간 ‘개혁’보다 ‘혁명’에 가까울 정도로 변했다며 일단 합격점수를 매기고 있다.실제 부진씨는 지난해 9월 신라호텔에 입성한 이후 허태학 에버랜드 사장을 영입, 조직은 물론 서비스품질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작업을 벌여 새로운 신라호텔을 탄생시키고 있다는 것이 안팎의 평이다.먼저 음식에 대한 식견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부진씨는 조리사와의 격의없는 대화를 통해 조리의 질 개선에도 적극 나섰다. 특히 일주일에 2~3회씩 식당별로 역량 있는 조리사들의 모임인 ‘제우스팀’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개선작업을 이끌었다는 설명이다.이 밖에도 자신의 경험을 살려 여러 이벤트를 직접 기획하기도 했다. 신라호텔이 세계적인 요리사 마쓰히사 노부유키를 초청해 8월22~24일까지 개최하는 ‘노부 페스티벌’도 부진씨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미 8월 초에 예약이 완료될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호텔 관계자는 “(이부장이) 호텔리어가 갖춰야 할 미적 감각과 서비스와 음식에 대한 섬세한 통찰력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부진씨는 디자인과 인테이어부문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자문과 현장직원들의 의견, 예산의 범위 등 다각적인 요소를 고려하는 등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거쳤다. 예를 들어 신라호텔의 이탈리아식당인 ‘라 폰타나’는 그녀가 “고객들의 식욕을 돋울 수 있도록 모던하게 꾸며야 한다”고 제안하고, 각 부서원의 의견을 모아 디스플레이를 완전히 바꾸기도 했다.호텔 관계자는 “이부장이 부임한 뒤로 고객들로부터 음식메뉴와 각종 디자인이 훨씬 좋아졌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사실 호텔에서 음식료의 매출은 6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또한 호텔이 변한다는 것은 음식과 분위기, 장식 등에서 서서히 나타나는 법이다. 그녀가 음식과 인테리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부진씨는 아울러 방문판촉도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영업에 적극적이었다. 실제로 해외에 소재한 국내기업 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지리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신라호텔을 이용해주면 최상의 서비스로 보답하겠다”며 판촉활동을 벌이기도 했다,또 부진씨는 신규호텔, 베이커리사업 등 새로운 사업도 벌여왔다. 이 중 베이커리사업은 현대백화점과 제휴를 맺고 8월 중 개관예정인 현대백화점 목동점에 첫 매장을 열며 내년 7월 문을 여는 무역센터점과 천호점, 신촌점 등에도 직영매장 형태로 입점할 계획이다.부진씨의 이 같은 활동은 허태학 에버랜드 사장 영입 등을 통한 경영진의 체질개선과 함께 직원들에 대한 사기진작으로 동참의지를 높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올해 경영실적 이상으로 종업원들의 평균급여를 지난해보다 23% 가량 올려준 것이 이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 밖에 사무공간의 전면적인 개보수와 직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 샤워장, 이발소 등을 새로 만들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사실 지난해까지 직원들의 월급수준이 경쟁호텔에 비해 뒤처지는 등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며 “요즘은 월급인상과 함께 그룹에서도 주목하고 있어 자부심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귀띔했다.부진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재영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조직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외 인재를 적극 영입키로 했다”면서 “스위스 호텔학교 등 해외 명문 호텔학교 출신 인재들을 대거 채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라호텔은 이미 지난 7월 중순부터 스위스 호텔학교와 미국 코넬대 재학생 10명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또 경력직 채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신라호텔은 현재 호텔경영 전반에 걸쳐 대규모 컨설팅을 받고 있다. 호텔영업은 미국의 호텔전문 컨설팅기관인 PKF, 인사 및 교육 부문은 삼성경제연구소, 정보 및 전산 부문은 삼성SDS가 맡고 있다. 결과는 오는 9월쯤이면 나올 것으로 호텔측은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부진씨의 2단계 경영 아이디어가 쏟아질 전망이다.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신라호텔이 강남권 진출은 물론 2006년 베이징올림픽을 겨냥해 중국진출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돋보기 / 조선호텔도 공격경영 나서최고급 ‘6성호텔’ 건립추진신라호텔이 안팎으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한때 삼성계열이었던 조선호텔도 강남권 신규진출과 베이커리 부문 확장 등 공격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현재 조선호텔은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외동딸인 정유경씨가 상무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따라서 삼성가 3세인 정상무와 신라호텔에 입성한 이건희 삼성회장의 장녀 이부진 부장의 호텔사업 경쟁도 눈여겨볼 만한 관심거리다.조선호텔은 최근 스타우드 계열에서 명품 호텔 브랜드인 ‘세인트루이스’의 강남 건립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를 위해 내년 중에 조선호텔을 상장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조선호텔이 추진 중인 세인트루이스는 이른바 ‘6성 호텔’로 알려질 정도로 전통과 품격을 자랑하는 호텔로 역시 6성급 호텔을 지향하는 신라호텔과 강남지역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조선호텔은 또 베이커리 사업을 크게 확대할 예정이어서 신규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신라호텔과 맞붙게 됐다. 조선호텔은 호텔사업과 외식사업, 베이커리사업 등 3개축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향후 베이커리사업에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2003년 준공을 목표로 3,000여 평의 제3공장을 천안에 건설하는 등 물류 기반을 갖춰나가고 있다.조선호텔의 베이커리체인 ‘데이앤데이’는 현재 55개 매장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2010년까지 115개로 매장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우리는 삼성을 의식하지 않고 오래전부터 계획해 온 것을 지금 발표하는 것”이라며 “발표시점이 신라호텔과 겹친 것은 우연일 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