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을 1차 타깃으로 만들어지는 화장품만큼 고객의 취향이나 기호에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품도 흔치 않다.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 목적인 이상 우선 미(美)를 다듬고 가꾸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사용하는 고객의 체질과 피부 특성, 기호에도 당연히 잘 맞아야 한다.하지만 고객마다 성격과 피부가 다르니 상품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사용소감이 저마다 다르고 만족도에서 차이가 나도 제조회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본시장에서는 화장품을 사용하고 느낀 생각이나 의견, 제품정보 등 수십만건의 최신 소식을 한데 모아 놓은 인터넷 사이트가 등장, 소비자와 제조회사 양측으로부터 모두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도쿄 시부야에 본사를 둔 인터넷 벤처 ‘아이스타일’이 개설한 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사이트 @코스메 (www.cosme.net)는 콘텐츠의 방대한 양과 회원수, 운영방식 등 에서 우선 유사 사이트들을 압도한다.이 사이트의 회원은 현재 15만명을 넘고 있으며 99%가 여성이다. 핵심 연령층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전반까지의 직장여성들이지만 60대 회원들도 적지 않다.전체 회원의 35%가 주4회 이상 사이트를 드나들 만큼 열성 팬도 만만치 않게 확보한 상태다.이 사이트 콘텐츠의 최대 강점이자 매력은 회원들이 자진해 입력해 놓은 화장품 사용소감 등 이른바 ‘입소문’과 방대한 양의 상품정보다. 사이트가 개설된 지난 99년 12월 이후 아직 3년이 채 안 됐지만 상품정보는 5,000종 이상의 브랜드에 약 3만건에 달하고 있다. 입소문 등을 합치면 50만건을 넘는 정보가 채워져 있다.사용소감 등 상품과 관련된 정보를 띄워 놓고 있지만 아무것이나 실어 주는 것은 아니다. 화장품메이커가 광고를 목적으로 입력시킨 내용은 꼼꼼하게 체크한 후 가차 없이 삭제시켜 버린다. 입소문 정보는 발신자의 연령과 피부 특징별로 검색해 볼 수 있다. 회원 자신과 가까운 체질조건을 갖고 있는 사람이 특정 상품을 사용한 후 어떤 소감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 볼 수 있으니 상품 선택에 길라잡이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이 회사는 사이트에 올라온 회원들의 의견을 토대로 오리지널 상품도 기획, 판매하고 있다. 화장품용 브러시세트와 피부색에 맞춰 색을 조절해 섞을 수 있는 파우더 키트 등이 회원들의 목소리를 참고로 해 만들어진 대표적 상품이다.판매는 말할 것도 없이 인터넷상이 기본이다. 인터넷을 통해 회원들로부터 호평받은 파우더 키트는 일반 판매점에도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이 회사는 또 탄탄한 회원 조직을 바탕으로 화장품메이커들에 시장조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부대 업무에서도 주목할 만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고객들의 연령, 피부, 기호에 맞는 제품을 개발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는 메이커들에 훌륭한 아이디어 제공자가 돼주고 있는 것이다. 회사는 앞으로 입소문 정보를 좀더 세분화해 지역별·시기별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방침이다.사이트 구축의 아이디어를 생각해낸 야마다 메유미씨는 “화장품은 판매사이클이 다른 상품에 비해 짧고 한 사람의 얼굴에 각기 다른 회사의 여러 제품이 사용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직접 사용해 보지 않으면 향기와 소감을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수많은 제품을 하나하나 써볼 수 없는 어려운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그는 화장품의 이 같은 특징과 한계를 잘 알고 있는 여성회원들이 저마다 하고 싶은 말을 사이트에 띄워 정보를 공유하도록 한 것이 성공의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