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국민카드 중심 ‘신3강’체제 구축 … 기존 고객상대로 CRM주력, 제휴서비스도 강화
‘신용카드로 안되는 게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기간에 한국의 신용카드업계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고속성장을 구가했다. 신용카드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도 한국 신용카드업의 약진은 화젯거리다. 미국의 경우 2001년 카드 총사용액은 1조7,600억달러다. 지난 97년 72조원대였던 한국 카드업계의 이용액은 지난해 480조원으로 4년 만에 무려 7배나 성장했다.최근 신용카드업계는 ‘신3강’체제가 굳어져 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LG카드, 삼성카드, BC카드 등 3개 업체가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한 가운데 은행계 카드의 후발주자인 국민카드가 강력하게 도전하는 구도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 중 은행연합군이라 할 수 있는 BC카드의 성장이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 확실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LG-삼성-국민의 ‘신3강’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BC카드는 사실상 앞으로 시장점유율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한빛은행과 평화은행이 카드 부문을 통합해 지난 2월 우리카드로 출범한 것을 시작으로 조흥, 신한 등 각 은행들이 신용카드 부문을 분사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SK그룹이 전북은행의 카드 부문을 인수해 늦어도 연말께는 카드시장에 뛰어들 태세다.사실 카드사들의 하반기 전망은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모집인 제한과 수수료율 인하 등 성장성과 수익성이 모두 위협받고 있다. 따라서 외연적 영역확장에 한계를 느낀 카드사들은 기존 고객을 향한 고객관계관리(CRM)에 들어갔다.극장, 공연장, 정유사 등과 각종 제휴사업을 활발하게 펼치는가 하면 여름휴가철을 맞아 고객서비스 강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카드업계 빅3는 어떤 전략을 짜고 있을까 궁금해지는 순간이다.LG카드는 업계 1위에 걸맞은 정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신규발급을 엄격하게 하고 무리한 영업을 지양하며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경품제공 등 무리한 외형확대 전략은 자제하자는 분위기다.LG카드는 이미 BC카드를 제외하곤 시장점유율에서 삼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총이용금액 98조488억원으로 시장점유율 22.11%를 차지한 것. 가맹점수 면에서도 217만개로 BC를 합쳐도 1위다. 올 상반기 실적도 당기순익 4,135억원으로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IMF 직후인 98년 취임한 이헌출 사장의 공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LG카드는 올 들어 안팎에서 ‘카드 건전사용’이란 분위기가 강해지자 광고까지 바꿔가며 “소비자보호 강화”를 외치고 있다. LG가 업계 처음으로 ‘신(新)신분확인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그동안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돼 온 본인 확인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이와 함께 우량 회원 관리를 통해 VIP마케팅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물량경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삼성카드는 올 상반기에 2개월간 영업정지를 받게 된 사유의 하나였던 미성년자 카드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길거리 회원모집 등의 위법행위로 4월과 5월 두 달간 영업을 하지 못한 삼성은 자연스럽게 수적 팽창보다 고객관리 강화로 정상을 탈환하겠다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삼성카드가 강점으로 꼽는 부분은 회원의 질이 월등하다는 것. 신용카드 연체율이 3.92%로 업계 평균 5.84%에 비해 60% 수준에 불과하다. CRM 마케팅을 통한 영업력 강화도 삼성카드가 주력하는 분야다. 이 같은 노력으로 삼성카드의 올 상반기 순익은 3,500억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국민카드는 은행계 카드사의 보수적 성향에서 탈피해 수익 극대화 전략을 펼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방문판매 중심 영업행태를 DM이나 텔레마케팅, 인터넷 등 저비용 채널 중심으로 전환해 여기서 절감되는 비용을 회원서비스 강화에 쏟을 계획이다.국민카드는 최근 24시간, 365일 언제든지 카드 관련 정보를 인터넷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차세대 카드 시스템을 구축했다. 아울러 주력 카드인 교통카드에 전력을 집중할 계획이다.서울 및 수도권 전철과 함께 버스 전체 노선에 이용 가능한 국민패스카드 기능을 확대, 자판기나 혼잡통행료 등 생활 편의시설을 위한 소액 결제 기능을 부여, 확실한 히트상품으로 굳히겠다는 전략이다.이 같은 치열한 영업경쟁에 따라 카드사들이 극장이나 프로구단 등과 제휴해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유사와 연계해 자사카드를 사용해 주유했을 때 할인해주는 서비스도 여러 카드사에서 시행 중이다.말 그대로 신용카드 제휴서비스만 제대로 이용해도 돈이 되는 세상이 됐다. 각 카드사들이 회원유치를 위해 각종 제휴서비스의 범위를 넓히면서 고객들은 자신의 생활패턴에 가장 적합한 카드를 고르면 생각보다 큰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