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공장 계획은 없고 부품 구매 예정...아시아시장, 총판매의 20%로 확대할 것

‘페이션 루더, 수석부사장, 아시아 태평양 아프리카 동유럽 영업부’페이션 부사장(58)의 명함 뒷면에는 이렇게 한글로 크고 명확하게 적혀 있다. ‘주소’, ‘사무실’, ‘지하철 3호선’ 이라는 한글도 보인다. 마치 한국 기업 임원의 명함을 보는 듯하다. 이처럼 페이션 부사장의 명함에 한글이 자리를 잡은 것은 한국시장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실제 BMW의 국내 판매는 매년 급성장해 올해는 상반기에만 지난해 실적(2,000여 대)을 넘어서 연말까지 4,000여 대의 차를 팔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제는 한국시장 등을 겨냥한 차종을 선보일 정도다.페이션 부사장은 앞으로 4~5년 내 한국 자동차시장의 1%인 1만4,000여 대 이상을 판매하는 것은 물론 BMW의 총판매 중 20%를 아시아에서 소화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통이기도 한 페이션 부사장을 7월18일 뮌헨 본사에서 만나 한국을 비롯한 중국 등 아시아에 대한 판매전략을 들어봤다.올 상반기 중 한국에서 BMW의 차종이 지난해 연간실적을 넘어서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BMW는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인 95년에는 100대 판매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우리는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한국정부에 꾸준히 세무조사 완화 등 수입차 개방정책을 요구해 오늘날의 성공기반을 만들 수 있었다. 올해는 한국에 연간 4,000여 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수입차시장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우리는 4~5년 내 한국 자동차판매시장(지난해 145만대)의 1% 판매가 목표다. 특히 한국에서 뉴7시리즈가 놀라울 만큼 많이 판매되고 있는데, 앞으로 1,000대 이상 팔릴 것으로 본다. 이 점을 고려해 한국에 대한 판매전략을 세워나가고 있다.우리는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단순한 교통수단인 아닌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자동차 판매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성장의 원동력이 된 것이라고 믿는다.이번에 새로 선보인 뉴7시리즈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가.BMW 전 차종은 유럽에서 오너드라이버용으로 개발됐지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운전기사를 두고 사용한다. 더욱이 한국시장에서는 BMW가 도로 사정 등을 감안할 때 그리 맞는 차종은 아니었다고 본다. 이런 점을 고려해 이번 뉴7시리즈는 차체를 기존보다 길게 뽑아 뒷좌석에 비중을 높였다.한국 등 아시아를 고려한 첫 차종인 셈이다. 유럽에서는 이 같은 롱 보디 차종에 대한 수요가 5%에 불과하지만 아시아에서는 90%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이다. 이 같은 철저한 지역 마케팅이 주효했다고 본다.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들이 아시아시장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BMW의 아시아시장에 대한 전략은 무엇인가.BMW가 지난 81년 일본에 진출한 이래 95년 한국, 97년 태국, 2001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권으로의 진출을 확대해왔다. 이는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꽤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전체 판매량의 20%를 아시아에서 올리도록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태국 공장을 아시아시장의 전초기지로 삼을 생각이다.따라서 태국 공장에 대한 3단계 전략을 갖고 있다. 먼저 1단계로 현재 태국에서는 4,000여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으며, 2단계로 소공장 규모로 격상시켜 1만여 대의 차를 조립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10개국에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5~10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3단계로는 완전한 조립공장의 면모를 갖춰 신아세안국가와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모색할 생각이다.인도는 인구가 10억명에 달하지만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우리의 목표인 시장점유율 3%에 크게 미달하고 있다.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조립공장을 세울 계획은 없지만 부품은 구매할 생각을 갖고 있다.앞으로 세계 최대시장으로 자리바꿈할 가능성이 큰 중국시장에 대한 공략계획은 있는가.중국인구는 어림잡아 13억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1%를 고객으로 확보한다면 130만대의 차량을 판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5,000대도 팔지 못하고 있어 단일 공장을 세울 계획은 없다. 태국 공장이 일단 이를 대신할 것이다.하지만 현재 우리는 중국의 브릴리언스라는 회사와 합작을 추진 중인데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다만 중국은 과시를 좋아하는 민족이어서 부유층들을 겨냥한 완성차 판매전략을 구사하고 있다.판매만큼이나 애프터서비스(AS)도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구상은.고객만족을 위해 품질과 AS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는 이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나가고 있다. 현재 뉴7시리즈의 경우 전자제어장치가 많다. 이에 따른 AS 만족을 위해 뉴7시리즈에는 키박스에 칩을 내장시켜 놓았다.문제가 발생할 경우 AS 요원이 달려가 차 키박스에 열쇠를 꽂으면 차에 대한 모든 상태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성을 통해 독일 기술센터에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해 AS 요원에게 문제 해결책을 즉시 지시할 수 있다. 아마 우리만의 특별한 서비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