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 인터넷 쇼핑몰 등 집중 공략 성공...해외서도 호평
2000년 8월 중순 키보드 생산업체인 BTC정보통신 심영현 사장(50·사진)은 팀장급 이상 간부사원들과 격론을 벌인 끝에 LCD 모니터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당시 대다수의 간부들은 “삼성 LG 등 대기업들이 장악한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며 반대했지만 심사장은 “삼성이 할 수 있으면 우리도 할 수 있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이 회사는 현재 국내 LCD 모니터 시장에서 15%(OEM 포함)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해 약 66%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 LG에 이어 3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나머지 시장은 한솔전자, 이레전자 등 업체들이 조금씩 나눠가진 상황이다. BTC정보통신은 올해 LCD 모니터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3/4분기까지 405억원의 매출을 올려 경상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7억1,000만원의 흑자로 돌아섰다.BTC정보통신이 대기업 장벽을 뚫고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선택과 집중’을 통한 시장공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내수시장에서는 기업고객과 TV홈쇼핑 등 신유통망을 적극 활용했다. 이는 개인 소비자시장에서 삼성, LG 등 대기업 브랜드에 철저하게 밀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체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면승부는 불가능했다.이에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OEM 방식으로 생산물량(전체 매출의 60%)을 소화하는 한편 ‘엔프렌’이라는 독자브랜드로 기업고객과 TV홈쇼핑, 인터넷 쇼핑몰 등 신유통망을 집중 공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전략을 동시에 펼쳤다. 어느 정도 효과가 발생, 홈쇼핑의 경우 월 30억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로 인기상품으로 떠올랐다.해외시장은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지역을 집중 공략하는 한편 품질과 디자인으로 대기업과 정면승부를 벌였다. 브랜드 파워는 떨어져도 품질과 디자인만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올 3/4분기까지의 수출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00%가 증가한 39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와 함께 심사장이 직접 인력육성에 힘을 기울인 것도 도움이 됐다. 임직원의 재교육과 훈련을 위해 지난해 7월부터 ‘BTC 리더스 사관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해마다 두 차례씩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해외연수를 실시하고 있다.그렇다고 해서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기업입찰에서 대기업들이 덤핑을 치는 바람에 여러 번 고배를 들어야 했고, 시중 유통망에 진입하는데도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온갖 박해를 받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꿈을 버리지 않았던 것은 “세계시장은 넓고 대기업이 갖지 못한 민첩성 등 작은 기업들의 장점을 적극 살리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믿음 때문”이라고 심사장은 말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