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강 시범아파트 첫 삽… 시장 본격 성장 대비, 건설업체들 발빠른 움직임

노후 공동주택에 대한 리모델링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상업용 건물이나 단독주택에 대한 리모델링이 활성화됐지만 앞으로는 노후 아파트도 리모델링을 통해 새 주거시설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리모델링은 무분별한 조기 재건축으로 인한 난개발 방지, 자원낭비 방지 효과가 있어 정부가 관련 법규를 서둘러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특히 지난해 9월 건축법시행령을 개정하면서 20년 이상 경과된 건축물은 건축심의를 통해 건폐율, 용적률, 높이 제한 등 각종 건축 기준을 완화,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또 지난 3월에는 공동주택관리령을 개정, 사용검사 후 10년 이상 된 공동주택에 대해 리모델링을 허용했다.이뿐만 아니라 전용면적 85㎡ 이하 공동주택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국민주택기금에서 호당 3,000만원까지 연리 6%의 이율로 장기융자가 가능해졌다. 정부는 오는 9월 중으로 주택건설촉진법, 국토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시행령을 개정해 리모델링 조합의 설립 및 주민 동의율 완화, 관리지구 신설 등 각종 법령 개정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공동주택 리모델링의 신호탄이 된 곳은 지난 71년 준공된 서울 마포구 용강동 시범아파트. 지난해 9월 개정된 건축법시행령의 적용을 받아 리모델링 허가절차를 거친 최초의 공동주택단지다. 지난 8월14일 착공식을 가진 이 단지는 2000년에 실시한 안전진단에서 긴급 보수를 요하는 D등급을 받은 후 리모델링이 추진돼 왔다.5~7층의 총 9개동 300가구로 구성된 이 아파트는 1차 사업으로 18평형 2개동 60가구가 먼저 변신을 하게 된다. 대한주택공사가 사업을 주관하고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았다.현재의 전용면적 53.67㎡(16.2평) 변함이 없지만 리모델링 후 아파트 전면과 후면에 발코니가 신설돼 실제 사용면적은 4.5평 이상 늘어난다. 또 재래식 주방구조를 변경해 최신형 싱크대를 설치하고 방 위치와 화장실 등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 내부시설이 신축 아파트 수준으로 바뀔 예정이다.설비와 배관 역시 전면 교체되고, 주요 구조체의 보수ㆍ보강도 실시돼 내구성 역시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고석형 주공도시개발사업단 용강사무소장은 “평면이 재구성되고 모든 설비가 최신형으로 바뀌어 사실상 새로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나머지 7개 동도 순차적으로 리모델링이 추진돼 현대식 아파트단지로 변모하게 된다”고 밝혔다.이 아파트는 특히 한강변에 위치한 입지적 장점 때문에 투자가치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높다. 2년 전 6,000만원 수준이었던 18평형의 매매가는 리모델링사업의 가시화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 최근에는 1억3,000만원 선에 거래가 되고 있다. 지난해 겨울 이후 20% 정도의 가구가 주인이 바뀐 것으로 파악된다.리모델링비용은 평당 260만원으로 총 4,700만원 선. 매매가까지 합하면 총 매매가를 1억8,000만원 선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내년 7월 말 입주 예정이며 리모델링비용은 기준금리보다 0.25% 낮은 금리로 국민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이백구 시범아파트 리모델링조합장은 “앞으로 한강변 중층 아파트는 재건축허가가 쉽게 나지 않을 전망이어서 꾸준한 가치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아파트는 5층 이상에서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2020년 시장규모 50조원 예상마포구 용강동 시범아파트 리모델링을 계기로 국내 공동주택 리모델링시장은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된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아파트 리모델링시장의 전망과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이 2020년께 50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보고서에 따르면 공동주택 리모델링시장은 ▲2001~2005년 6조5,093억원 ▲2006~2010년 14조7,188억원 ▲2011~2015년 44조2,628억원 ▲2016~2020년 50조5,015억원 수준으로 성장이 기대된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80년대 후반 주택 200만호 공급계획에 따라 건설된 분당 등 5개 신도시의 아파트가 리모델링시장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서 나왔다. 연구원측은 2005년까지는 재건축시장에 리모델링사업이 ‘대안’으로 진입,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다가 신도시아파트들의 건축연령이 15~20년이 되는 2006년께부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분석했다.이에 따라 대형 건설업체들의 리모델링시장 진입준비도 바빠지고 있다. 용강동 시범아파트 리모델링 시공을 맡은 대림산업은 시장 선점을 노려 이번 사업을 수주한 케이스다. 삼성물산, 주공 자회사인 뉴하우징 등도 공사수주에 관심을 보였으나 시공사에 선정되지 못했다. 이백구 리모델링조합장은 “착공 이후 재건축조합과 건설업체, 지자체 주택담당 공무원 등이 문의전화를 하거나 직접 현장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돋보기 공동주택 리모델링 걸림돌“건설용역 아니다” 부가가치세 부과 ‘문제’최근 들어 관심이 부쩍 높아진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은 서울 강남 재건축시장에서 나타난 가격 이상 급등 현상과 관련이 있다. ‘노후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수익을 확보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수요를 분산ㆍ전환시키려는 정책적 노력이 뚜렷하다.그러나 리모델링 관련 종사자들은 “겉으로는 장려책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무로 들어가면 난관투성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초의 리모델링 시범사업지구인 서울 용강동 시범아파트의 경우 공사비에 10%의 부가가치세가 별도로 부과됐다. 재건축의 경우 주택건설용역에 해당돼 면세가 가능하지만 리모델링은 조세특례제한법상 건설용역에 해당되지 않아 과세가 불가피하다는 것. 주관사인 주공측은 “주택의 증축ㆍ개축행위는 건축행위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건설용역이 아니라고 규정돼 있어 부가세를 포함한 부담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합측 역시 “리모델링을 장려한다면서 재건축에는 부과하지 않는 부가세를 부담하게 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LG경제연구원도 리모델링 시장보고서를 통해 “재건축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현행 주택 리모델링 규정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으며 금융 및 재정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리모델링이란건축물의 노후화 억제 또는 성능향상 등을 위해 증축ㆍ개축ㆍ대수선하는 행위. ‘리노베이션’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