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도시 디트로이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르네상스센터 빌딩이 새 단장을 하느라 분주하다.GM이 지난해 포드로부터 이 건물을 인수한 후 올 연말까지 2년간에 걸쳐 리노베이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자그마치 4억5,000만달러. 이는 빌딩 인수가(3억5,000만달러)보다 1억달러가 많은 금액이다.GM이 단지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로서의 자부심을 지키기 위해 이 같은 대공사를 벌이는 것은 아니다. 21세기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팍스(PAX) GM’(GM 평화시대)을 실현하고, 그 위엄을 지켜나가기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작전인 셈이다.이는 최근 거대 기업들에서 좀체 찾아볼 수 없는 파격적 공격경영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Faster, Better’(보다 빠르게, 보다 좋게)라는 슬로건 아래 펼쳐지고 있는 GM의 공격경영은 생산기지 확충, 모델 체인지 및 신모델 투입 등을 통한 차종 다양화,품질향상 등 양과 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거머쥐는 것으로 요약된다.먼저 생산기지 확충부문.GM은 지난해 전세계에 807만3,000여대의 자동차를 팔아 세계 2위의 포드(699만여대), 3위의 도요타(599만여대)보다 100만~200만여대를 앞섰다.그럼에도 GM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팽창정책을 펼치고 있다. 연간 생산 70만대 규모의 대우자동차를 인수한 데 이어 일본의 이스즈자동차를 인수했다. GM 유럽법인은 서유럽에서 2005년까지 대우차를 20만대 정도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9월께 러시아에 자동차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무스타파 모하타렘 선임경제고문은 “여건이 되는 한 지속적인 자동차메이커 인수 및 자체 공장건립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당분간 생산기지를 늘리는 데 전력을 다할 것임을 암시했다.이와 관련, 포드에서 30년간 근무한 김진상 BIC인터내셔널 대표는 “GM이 글로벌 마켓셰어를 15%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일환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릭 와그너 GM 사장은 올해의 주요 경영 슬로건 중의 하나로 생산을 강조한 ‘Product, Product, Product’를 내세웠다. 현재 GM의 판매 취약 지역은 유럽(시장점유율 9.2%)과 아시아(3.9%)다. 따라서 이들 지역에 대한 판로가 열리면 GM의 자동차판매는 2~3년 안에 1,000만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점쳐진다.차종 다양화 및 끊임없는 신모델 출시는 생산기지 확대 이상으로 파격적이다.지난 6월 와그너 사장은 주주설명회에서 “앞으로 5년 동안 12~14개의 차종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경쟁사들이 뒤따라오지 못할 정도의 차종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GM은 지난해부터 전 차종에 대한 모델체인지를 실시한 데 이어 신 차종을 한 달에 한 대 정도 내놓을 수 있도록 제품개발주기를 27일로 단축시켰다.이뿐만 아니라 그동안 중대형 고급차만 고집해 온 캐딜락 브랜드에서 소형 승용차, SUV(스포츠 유틸리티 비히클) 등 각종 모델을 생산키로 하는 등 브랜드별로 차종모델의 폭을 넓혔다. 이에 따라 GM은 2004년부터 미국 오하이오 로즈타운공장에서 시보레 및 폰티악 브랜드의 차세대 소형 승용차의 생산 및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올해 선보이게 될 신차종만 해도 유럽에는 중형 규모의 오펠과 복스홀 세단을,아시아에는 홀덴과 오펠을, 라틴아메리카에서는 뉴세비코르사와 뉴서브콤팩트 패밀리 밴을 내놓을 예정이다.그리고 북미지역에는 성인용 3열시트가 장착된 GMC 엔보이 미드사이즈 SUV와 세비트레일블레저를 투입한다는 전략이다.내년에는 벡트라 시그넘, 복스홀-프리미엄 스포츠 왜건과 뉴사브 9-3도 출시할 계획이다.이 같은 GM의 생산확대와 차종 다양화로 자동차판매는 지난 7월 24%가 늘어나는 등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크게 일조한 것은 품질향상이다. 헨리 웡 해외홍보담당 매니저는 “지난 5년간 품질향상 정책으로 초기 자동차 품질은 30%가 향상됐고, 90년에 비하면 50% 이상 좋아졌다”며 “올해도 4~5%의 품질향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자동차 1대당 조립시간은 2000년 40.52시간에서 지난해 39.34시간으로 줄었다. GM은 품질향상을 위해 일본 도요타자동차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했다.일부 자동차전문가들 사이에서 GM의 공격경영에 대해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각종 전략에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만큼 자칫 어느 하나라도 실패할 경우 회사를 큰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동차전문가들은 GM이 그동안 수익 위주의 경영을 하는 등 위기관리를 잘해왔으므로 당분간 세계 자동차시장은 ‘GM세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팍스 GM’이 펼쳐질지 사뭇 관심이 모아진다.돋보기 GM의 자동차 모바일 정보서비스 ‘온스타’대형사고시 자동 구조 요청GM이 최근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자동차 공간 혁명’이다.자동차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닌 달리는 사무실 개념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GM은 지난 97년 고급차 브랜드 캐딜락에 ‘온 스타’(On-Star) 서비스를 적용했다. 이는 지리정보시스템(GPS)기술과 휴대전화망을 자동차에 접목시켜 24시간 온스타 고객센터에서 운전자를 도와주는 서비스다. 예컨대 에어백이 터지는 사고가 나 운전자가 연락을 하지 못하더라도 차에 내장된 센서가 자동으로 충돌을 감지해 온스타센터에 구조를 요청한다. 또 차 안에 키를 놓아둔 채 문을 잠갔더라도 온스타센터에 연락하면 원하는 시간에 자동으로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GM은 이 시스템을 뷰익, 사브 등 다른 브랜드에도 확대 적용하고 있다. GM은 자동차에서 전자우편과 제한된 웹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서비스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자동차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음성으로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