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시장규모 100배 이상 성장...예스24 . 알라딘 . 모닝365 '빅3' 형성

키보드로 책장을 넘기고 신용카드번호로 책을 사는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점에서 책장을 넘기며 책을 고르는 ‘손맛’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클릭’만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눈맛’을 찾는 세대가 성장하고 있는 것. 대형서점에서 발품을 팔기보다 사이버 공간에서 이 창과 저 창을 오가며 재미를 찾고 있다.업계가 추산하는 국내 서적시장은 3조원. 이 가운데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는 서적은 3,000억원 규모를 바라보고 있다. 인터넷 서점 출범 초기인 99년에는 20억~30억원대 규모였으니 불과 3년 만에 100배 이상 성장을 거듭한 셈이다. 이는 전체 시장의 10% 수준이지만 인터넷 서점의 폭발력은 오프라인 서점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 서점가에서는 인터넷 서점을 별도로 설립하거나 다양한 이벤트를 열며 시장 수성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인터넷 서점이 등장한 것은 지난 98년. 소규모로 시작된 서적 전문몰 ‘다빈치’가 이듬해 ‘예스24’로 거듭나면서 본격적인 인터넷 서점 시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종합쇼핑몰을 포함해 예스24(www.yes24.com), 알라딘(www.aladdin.co.kr), 모닝365(www.mor-ning365.co.kr), 인터넷교보문고(www.kyo-bobook.co.kr), DC50(www.dc50.com), 북샵(www.bookshop.co.kr), 북스포유(www.books4u.co.kr), 북존(www. book-zon.co.kr), 인터파크 북파크(www. book-park.com), 삼성 크리센스(www. crese-nse.com), 인티북(www.intibook. co.kr), 퀵북(www.quickbook.co.kr) 등 10여개 업체가 인터넷으로 서적을 판매하고 있다.오프라인 서점, 줄줄이 문닫아3년간 오프라인 서점과 서바이벌게임을 벌이며 진화의 시간을 가진 인터넷 서점업계는 전열을 정비하고 올 하반기부터 3강으로 압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최근 와우북과의 합병작업을 마무리한 예스24를 비롯해 알라딘, 모닝365가 브랜드를 안착시키고 인터넷 서점의 성장 기반을 튼튼히 하고 있다. 특히 내년 2월부터 ‘출판 및 인쇄진흥법안’에 따라 최대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면 선발 인터넷 서점은 시장에서 더욱 공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온라인 서점의 가격파괴를 막는 이 정책이 오히려 선발 인터넷 서점에 유리한 진입장벽을 형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반면 오프라인 서점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 전국적으로 8,000개에 이르던 오프라인 서점은 현재 2,500개밖에 남지 않았다. 전통을 자랑하는 종로서적도 문을 닫았다. 이를 두고 오프라인 서점과 출판계가 위기감을 갖는 것은 당연지사. 그리고 이 위기감에는 인터넷 서점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인터넷 서점에 대한 소비자의 태도도 달라지고 있다. 롯데닷컴의 윤현주 팀장은 “책 구경은 대형서점에서 하고 구매는 인터넷을 통해서 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서적 구매도 TV홈쇼핑, 인터넷 쇼핑몰과 비슷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밖에 인터넷 인프라 구축도 인터넷 서점 확대에 한몫 하고 있다. 대형서점에 찾을 여유가 없는 맞벌이 부부 또는 전문서적 구매자들은 인터넷 서점을 찾아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주요고객들은 25~35세의 남녀들이다. 연령층이 구매 가능자들에게 집중돼 있다.인터넷 서점이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이에 대해 인터넷 유통 전문가인 해피머니의 최병호 사장은 △결제 편리성 △풍부한 콘텐츠 검색 기능 △택배 △가격할인을 장점으로 꼽았다.그는 “신용카드 소액 결제 수단이 간편해지면서 서적, 음반 등 비교적 검증되고 규격화된 상품은 신용카드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사이버머니의 유통이 활발해진 것도 인터넷 서점의 활성화에 한몫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최사장은 “검색이 편리한 인터넷의 장점과 최대 50%까지 할인받을 수 있는 매력, 가정에서 편리하게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특별한 목적을 두지 않는 한 교통비와 시간을 들여가며 서점을 찾는 발걸음은 사실상 줄어드는 추세”라고 덧붙였다.인터넷 서점 가운데 매출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예스24는 올해 매출을 2,0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99년 말 12억원 매출을 시작으로 사업을 시작한 예스24는 2000년 151억원, 2001년 50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는 경쟁사 가운데 하나인 와우북을 인수합병해 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이에 대해 이 회사 권승아 마케팅팀장은 “월별 데이터를 집계하면 국내 대형서점의 매출을 초과할 때도 있다”며 “단일 서점으로 놓고 볼 때 예스24는 국내 최대 서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예스24의 뒤를 잇는 인터넷 서점으로는 알라딘과 모닝365. 오프라인 서점을 병행하고 있는 인터넷교보문고가 있다. 인터넷 서적 전문몰로는 알라딘과 모닝365가 브랜드를 정착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올해 매출도 각사가 300억~40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조유식 알라딘 사장은 “인터넷 알라딘 서점은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경쟁사가 벤치마킹할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며 “지금까지 인터넷 서점업계가 투자의 시기였다면 올해 말과 내년부터는 진짜 수익을 내는 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교보·영풍, 온·오프 서점 동시영업 나서모닝365는 파격적인 할인율로 네티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으며 지하철 배송시스템으로 시장 확보에 성공한 케이스. ‘해피샵’이라는 지하철 상점을 통해 구매자들에게 출퇴근길에 책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브랜드를 정착시켰다.오프라인 서점 교보문고는 인터넷교보문고 양수겸장을 했다.위성계 교보문고 홍보팀장은 “인터넷교보문고와 오프라인은 상호보완적인 존재로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서적이라는 데이터베이스와 양, 질적인 면에서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100% 온라인 서점인 예스24, 알라딘, 모닝365 3사가 예상하는 올해 매출은 2,500억~3,000억원. 인터넷교보문고, 인터넷영풍문고 등의 온ㆍ오프라인을 겸비한 업체를 더하면 시장규모는 더욱 커진다.그러나 출판업자들은 인터넷 서점의 성장세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파이가 이동하기 때문이다.알라딘 조유식 사장은 “출판사들도 인터넷 서점을 반기고 있다. 유통망을 거치지 않은 소비자와의 직거래로 원활한 현금유통과 충분한 마진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이에 대해 김영사의 고제규 팀장은 “대형 출판사들은 종전의 총판 서적 도매상을 통한 유통을 유지하고 있다. 급격한 시장변화는 혼란을 초래한다는 생각에서다. 일부 인터넷 서점들은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내세웠지만 목적과는 달리 시장확대와 현금확보를 위해 도매상에 넘기는 등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생겼다”고 다소 유보적인 자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