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1일 2대의 여객기로 미국 경제의 상징인 월드트레이드센터 빌딩 두 채를 순식간에 무너뜨린 엄청난 테러가 발생한 지 1년 동안 미국 경제는 잿빛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과 그에 따른 대량 해고, 회계부정, 잇단 파산 등등 암울한 소식 일색이었다.이를 반영하듯 최근 발표되는 미국의 대표적 경제지표도 나쁜 쪽으로만 흘러가고 있다. 지난 8월 중 미시간대 소비자신뢰지수는 87.9에 머물러 3개월 연속 하락했다. 상무부가 발표한 7월 중 주택착공 건수 역시 전월보다 2.7%가 줄어든 164만900채로 2개월 연속 감소했다. 7월 주택착공허가 건수(169만8,000채)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었다. 한결같이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밑도는 수치들이다.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최근 희망적인 발표가 하나 있었다. 지난 8월 말 미국 상무부 통계국이 발표한 2분기 전자상거래(B2C) 실적이 그것이다.통계국은 지난 2분기 온라인 소매실적이 102억4,3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2분기에 비해 24.2%나 많은 것이다. 이 기간 중 전체 소매는 2.5%(전년 동기 대비)가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 상무부가 집계하는 전자상거래는 상품의 온라인 거래만 대상으로 하며 항공권이나 호텔 등 여행, 각종 티켓판매, 금융거래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2분기 전자상거래 실적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지난해 9ㆍ11테러 이후 10%대를 맴돌다가 이번에 처음 20%대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이는 전자상거래가 다시 고도성장기에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2분기 전자상거래가 급성장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아마존닷컴, 반즈앤드노블, 바이닷컴 등의 무료 배송서비스가 손꼽히고 있다. 아마존닷컴은 지난 1월 99달러 이상 구매시 무료 배송을 시작했으며 6월에는 기준을 49달러로 낮췄다. 특히 바이닷컴은 모든 제품에 대해 무료 배송서비스에 나서 온라인 쇼핑 바람을 일으키는 데 한몫 했다.아마존닷컴의 2분기(4~6월) 매출은 8억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억6,800만달러에 비해 21%가 늘었다. 전체 전자상거래 증가율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무료 배송 경쟁이 이 회사의 수익성에 타격을 주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주피터 리서치의 켄 케이서 분석가는 아마존의 매출액 대비 이익률은 2분기에도 27% 선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전자상거래는 꾸준한 성장을 이어가 올해 4분기에 138억달러(콤스코어 미디어 매트릭스 전망)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또 포레스터 리서치는 전자상거래 규모가 올해 721억달러에서 2007년 2,178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포레스터는 미국의 온라인 쇼핑 이용객이 현재 3,650만명에서 2007년 6,300만명으로 늘어 미국 인구의 3분의 2가 온라인 쇼핑을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전자상거래시장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도 조금씩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T커니가 524개 미국 기업의 e비즈니스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55%가 내년에 e비즈니스 관련 투자를 평균 4.4% 늘릴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또 전체 정보기술(IT) 예산에서 차지하는 e비즈니스 예산의 비중도 올해 18.0%에서 내년에는 26.8%로 높일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e커머스가 다시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