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브랜드 출시 … 직원가족 교육 등 주5일 근무제 확산 바람 타고 인기
‘가족을 타깃으로’, 패밀리 마케팅의류업체 성도는 여성복 브랜드 ‘톰보이’로 유명한 업체다. 이 회사는 2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한 톰보이 브랜드에 주력해 왔지만 지난 4월에는 가족 브랜드 ‘톰스토리’를 새로 내놓고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 5개, 지방에 6개의 매장이 있다.아동복과 영캐주얼, 30대 이상의 성인복 등 가족 구성원 각자에게 필요한 모든 종류의 옷을 한자리에서 판매한다. 특히 매장에는 ‘패밀리존’이라고 불리는 구역이 마련돼 있다. ‘가족코디’를 위한 코너다.흔히 ‘커플룩’이라 하여 부부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옷차림을 하는 것처럼 한 가족의 느낌이 물씬 풍겨나는 의상 코디네이션을 진열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이 브랜드를 담당하는 이광백 사업부장은 “아직 시장진입 초기지만 반응이 좋아 올해 안으로 25개까지 매장을 늘릴 계획”이라며 “올해 매출 15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자신했다.흥미로운 점은 이 브랜드는 백화점 입점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쾌적하게 쇼핑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아파트 중심의 지역밀착 마케팅을 편다는 것이다.‘외식 나온 가족이 함께 들르는 옷가게.’ 이것이 패밀리 의류브랜드의 지향점이다.최근 의류브랜드들의 이런 패밀리 브랜드화 움직임은 여러 곳에서 포착된다. 중저가 패밀리룩 브랜드 ‘더 베이직 하우스’ 역시 이 같은 트렌드를 보여준다. 또 캐주얼 브랜드 ‘지오다노’, ‘마루’ 등은 아동용 주니어 브랜드를 속속 내놓고 있다.패밀리 마케팅은 ‘먹는 일’에서도 빠질 수 없다.‘패밀리 레스토랑’은 말 그대로 가족이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공간. 최근 이들 패밀리 레스토랑의 마케팅 컨셉은 ‘키즈 마케팅’이다. 아이와 함께 오는 고객을 감동시키는 장치를 곳곳에 마련해 가족고객을 유인하고 있다.특히 가족고객이 많은 지점을 중심으로 활발하다. 베니건스의 경우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고객들이 주로 찾는 올림픽공원점과 홍대점, 목동점에서 만화영화 비디오테이프 무료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만화영화 전문 케이블 채널 ‘투니버스’와 제휴를 맺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인기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 ‘빨간망토 차차’ 등 총 15가지 종류의 만화영화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또 이 회사는 지난 5월에 6,000명의 어린이 고객을 대상으로 ‘키드피카소 콘테스트’를 진행했다. 어린이날을 기념해 벌인 행사였지만 이 행사가 돋보이는 이유는 이후 수상작을 어린이용 식탁보에 인쇄해서 직접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콘테스트는 ‘우리가족’ 등 가족간의 우애와 화목을 주제로 해 진행됐다.제과업체 크라운베이커리가 운영하는 교육장인 ‘크라운베이커리 인스티튜트’는 주말이면 아이들로 북적댄다. 그리고 아이들 곁에는 ‘미래 제빵사’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부모들이 함께한다. 크라운베이커리의 ‘1일 빵 만들기 체험’ 현장의 모습이다. 2주에 한 번씩 이뤄지는 이 이벤트에 참가하는 전체 인원의 30% 이상은 가족참가자로 채워진다. 크라운베이커리의 한 관계자는 “2000년 3월부터 시작한 이 행사에 최근 들어 가족 단위 참가자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패밀리 마케팅은 소비자들의 문화생활 패턴도 바꾸고 있다.회사원 노영진씨(39)는 요즘 주말마다 영화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아이가 어려 영화 관람은 꿈도 못 꿨던 노씨지만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다. 경기도 성남시 야탑과 오리지역에 있는 CGV극장에 독특한 편의시설이 있다는 것을 최근 발견했기 때문이다.이곳에서는 키가 작은 아이를 위해 보조시트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여름휴가 때 본 영화 <아이스에이지 designtimesp=22794>는 지금도 아이와 공감할 수 있는 공통 주제가 된다. 가끔 아내와 단둘이 영화를 볼 때면 이곳의 유아놀이방을 이용하기도 한다.‘가족은 곧 잠재고객’, 패밀리 경영“임직원 여러분, 오늘은 가정의 날입니다. 가정의 날은 임직원 모두 정시 퇴근해 바쁜 업무로 소홀히 했던 가족들과 함께하는 날입니다. KTF 임직원 여러분,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날 되시기 바랍니다.”KTF 사옥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5시55분이면 가수 이승환의 ‘가족’이라는 노래와 함께 이런 사내방송이 스피커를 통해 어김없이 흘러나온다. 이 회사의 평일 퇴근시간은 6시30분. 그러나 ‘가정의 날’인 수요일 퇴근시간은 어김없이 6시다. 5분 전부터 방송을 통해 퇴근시간을 알린다.이날은 사내식당도 운영을 하지 않는다. 야근을 하고 싶은 사람은 미리 결재를 통해 상사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지난 1월23일부터 근무시간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실시하고 있다.‘가족이 화목해야 만사가 평안하다’는 생각에 요즘 기업들은 적극 동참하고 있다. 특히 직원의 이탈방지와 잠재고객 확보차원에서도 직원 가족에 대한 기업의 각종 이벤트는 끊이지 않는다.최근 한국코카콜라는 ‘푸와 함께하는 어린이방’이라는 직원 자녀 초청 사내 홍보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 회사가 최근 출시한 신제품의 이름은 ‘푸 허니레몬’. 디즈니 만화의 곰 캐릭터 ‘푸’의 이름을 따 만든 이 음료는 4~10세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다. 따라서 이 제품의 타깃이 되는 직원 자녀들도 잠재고객으로 보고 이 행사를 마련한 것. 자녀들에게 부모가 다니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다.행사가 있던 날, 사무실을 색색 풍선과 푸 인형으로 꾸미고 대회의실을 푸와 함께하는 어린이놀이방으로 장식했다. 직원들의 자녀를 초청해 부모와 함께 푸 사진 찍기, 간식 먹기, 퀴즈, 캐릭터 상품 타기, 구연동화, 푸 관련 캐릭터 페이스페인팅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이런 행사는 비단 직원 자녀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태평양은 지난 8월 중순에 경기도 신갈에 위치한 태평양 인력개발연구원에서 사원 부인들을 대상으로 ‘제8회 태평양 사원 부인 세미나’를 개최했다.이 행사는 사원 부인들에게 남편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 대한 이해를 돕고,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지난 95년 처음 실시됐다. 화장품회사인 만큼 사원 부인이 잠재고객이 됨은 물론이다.이번 세미나의 참석인원은 1,000여명. 지금까지 8년 동안 세미나에 참석한 인원은 모두 6,000여명에 이른다.방송출연으로 유명해진 김소형 한의사의 ‘한방을 이용한 건강과 다이어트’라는 건강과 미용에 대한 강의, 다양한 요리와 요리상식을 배울 수 있는 ‘쇼! 쿠킹 클래스’ 등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직원 가족에 대한 이런 교육 프로그램들은 철강업계에서는 이미 정착되고 있는 상태다.포스코는 2000년 여름방학부터 방학마다 직원 자녀들에 대한 컴퓨터와 어학교육을 하고 있다. 이 회사가 지원하는 컴퓨터교육은 단순한 활용교육 차원을 넘는다. 인터넷 웹사이트 구축과 웹디자인 과정으로 올해 이 과정에 초등학교 고학년 208명이 참여했다. 영어교육은 기초과정과 생활회화과정의 두 가지가 마련돼 총 637명의 직원 자녀가 참여했다.INI스틸은 매년 전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현대하이스코의 경우 울산공장과 순천공장에서 해마다 임직원 가족에 대한 컴퓨터교육을 실시하는데 특히 임직원 부인들에게 교육을 실시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주부들의 실생활에 유용한 인터넷 뱅킹, 컴퓨터 가계부 쓰기와 같은 교육을 마련해 놓고 있다.지난 8월 순천공장에서는 60여명의 임직원 자녀들이 두 차례에 걸쳐 회사를 방문해 폐수가 정화되는 과정을 둘러보는 현장학습을 실시하기도 했다.‘주말농장’ 역시 이 회사가 직원 가족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 간단한 농기구와 야채 씨앗, 비료 등을 마련해 놓고 고추ㆍ상추ㆍ토마토 등을 키울 수 있게 돕고 있다.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99년부터 실시한 이들 행사에 대한 참가율이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직원들의 반응도 무척 좋아 5년째 무분규타결을 기록 중인 사내화합 분위기에 일조하는 행사인 셈”이라고 자평했다.현대경제연구원의 박태일 연구원은 “가족을 강조해 가족사진을 사옥 내에 걸어놓기까지 하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존경받는 기업 조사에서 항상 상위에 랭크된다”며 “최근 돈이나 명예보다 ‘열정’이 회사경영의 중요한 요인이 된 만큼 직원들의 친화성을 높일 수 있는 ‘패밀리 경영’이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요즘 극장가에서는 ‘패밀리’라는 이름이 붙은 영화들이 엽기적이고 코믹한 모습으로 발견되곤 한다. 그러나 기업에 있어 ‘패밀리’는 소비와 열정을 자극하는 경영과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돋보기 / 광고속 ‘패밀리’광고 유행 키워드도 ‘가족’‘우리 장인어른 중절모, 우리 장모님 구두, 우리 색시 속옷….’나를 위해 쓰는 것보다 남을, 그것도 내가 사랑하는 내 가족을 위해 신용카드를 쓰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는 이 광고는 한 신용카드회사의 광고다.이 광고는 ‘나를 위해 투자하라’는 다른 회사 광고와 차별화돼 일간지의 광고칼럼에 종종 등장하곤 했다.요즘 TV광고에도 온통 가족이야기가 소비자의 눈길을 잡아끈다.현대자동차의 뉴베르나 광고에는 월드컵 축구국가대표 출신의 최진철 선수가 등장한다. 아들, 딸과 함께 등장해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세상 무엇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당신,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삼성전자의 ‘또 하나의 가족’ 캠페인은 가장 대표적인 가족 중심 광고다. 지난 97년부터 캠페인을 펼쳐 온 삼성전자의 최근 광고는 장기를 두는 노인에게 며느리가 전화를 거는 내용을 담은 클레이 애니메이션 광고다.한때 조직폭력배 영화가 유행하던 즈음 광고 내용 역시 유사하게 내보냈던 맥도날드도 최근에는 가족을 키워드로 광고를 제작하고 있다.할머니가 손자와 손녀에게 줄 햄버거를 사러 맥도날드를 찾는모습이나 삼촌이 조카와 함께 햄버거를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요즘 방영되는 맥도날드 광고의 내용이다.맥도날드의 광고제작을 담당한 김강만 레오버넷 제작국 차장은 “영화의 유행에서 광고 키워드를 얻기도 하는데 ‘집으로…’라는 영화가 성공을 거둔 것은 분명 가족주의가 키워드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특히 가족주의는 모든 브랜드가 연관될 수 있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아이템”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따라서 ‘맥도날드에 가면 따뜻한 가족이 있다’는 것을 기본 컨셉으로 다양한 광고를 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