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 있는 서울힐튼은 2003년 말 20주년을 맞는다. 동시에 이를 경영해 온 영국 힐튼인터내셔널과 소유주 싱가포르계 투자전문회사인 씨디엘호텔코리아의 20년 계약도 끝난다. 그런데 경영권 시효가 1년 남짓한 시점에서 힐튼인터내셔널이 서울힐튼 총지배인을 전격 교체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9월1일 새로 부임한 총지배인은 티모시 소파 전 일본 나고야힐튼 총지배인(45).소파 총지배인을 일본에서 데려온 이유는 그가 ‘한국통’이어서다. 그는 94년 서울힐튼 부총지배인으로 부임해 99년 경주힐튼 총지배인 임기를 마칠 때까지 5년 동안 한국에 머물렀다.“나고야에서 본사로부터 서울행 제의를 받고 내심 기뻤습니다. 제게는 전혀 낯설지 않은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죠.”하지만 그가 서울로 컴백하기로 결심한 것은 이런 특별한 인연에 대한 향수 때문만은 아니다. 미완성으로 남기고 간 한국에서의 사업 미련이 짐을 꾸리게 했다. 지난 94년 서울힐튼 부총지배인 시절 추진했던 시설 리뉴얼사업이 무려 840억원을 들이고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예상했던 것보다 꽤 진척돼 있었습니다. 몰라보게 달라졌더군요. 하지만 아직도 할일은 많습니다.”그는 오전 7시에 출근해 서울힐튼의 디스코텍인 ‘파라오’를 리뉴얼하느라 가을이 오는 것도 잊고 지낸다. 그는 누구보다 호텔 시설 리뉴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호텔은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한국인들도 이제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쪽으로 가치관이 바뀌고 있죠. 서울힐튼도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모습에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한국에서도 와인바나 스포츠바 같은 테마바를 찾는 손님이 늘고, 호텔에서 결혼식 등 가족행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이를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힐튼인터내셔널이 재계약을 앞두고 그를 급파한 것도 이런 한국에서의 트렌드를 짚어내는 안목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지난 99년 대우개발로부터 소유권을 넘겨받은 씨디엘호텔코리아와 재계약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는 임기 동안 호텔리어로서 그의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할 생각이다. 매출 극대화를 위해 영업인력을 유럽과 북미지역으로 보내 고객을 끌어오는 적극적인 마케팅도 벌일 참이다.“서울힐튼은 지난 2002한ㆍ일월드컵 때 FIFA 총회를 치러냈을 만큼 국제적 인지도를 확보했습니다. 이 여세를 몰아 보다 더 많은 국제행사를 유치할 수 있도록 본사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