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난 지 10년 된 사이라 눈빛만 봐도 맘이 통해요. 손발이 척척 맞죠.”경기도 안성시 대덕면의 중앙대 안성캠퍼스 후문에서 커피전문점 ‘이디야’를 공동운영하는 서광수 점장(28)과 최정희 점장(28)은 결혼을 약속한 예비부부. 공동점장으로 점포를 꾸려가는 한편으로 앞으로 펼쳐질 꿈같은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두 사람이 처음 만난 것은 재수를 하던 지난 93년. 미대 진학을 위해 평택에 있는 학원을 다니던 최점장이 밤길을 홀로 걸어올 때가 많자 이를 걱정한 그녀의 부모님이 ‘이웃집 총각’이던 서점장과 같이 다니도록 주선한 것. 마침 그도 재수를 하던 터라 둘은 금세 친해졌다.이듬해 사이좋게 대학생이 됐지만 그녀는 서울에, 서점장은 용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터라 만날 기회가 드물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점장이 서울에 있는 방위산업체에 지원하며 자주 만나게 됐고, 이런 노력에 최점장도 반해 미래를 약속한 사이가 됐다.창업을 하게 된 동기는 서점장의 유학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대학을 졸업하고 평택에 있는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어느 정도 돈을 모은 최점장이 서점장의 미래를 위해 서로 반반씩 부담해 대학가에서 창업을 하자고 제의한 것. 이에 서점장도 흔쾌히 동의해 아이템을 고르기 시작했다.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을 내자는 생각은 서점장의 머리에서 나왔다. 미국여행 중 맛본 ‘우유를 섞은’ 커피맛이 워낙 매력적이었기 때문.“중앙대 후문에 가게터는 미리 봐놨어요. 여기서 뭘 하면 좋을지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어요. 학생들이 많아서 새로운 아이템인 커피전문점이 유망하리라 생각했죠.”오래 사귄 덕분에 창업을 할 때 의견대립은 없었다. 오히려 아이템을 결정한 후 매장을 열기까지 너무나도 척척 진행됐다고 자랑한다.유학비용 마련 위해 창업20대임에도 1억원에 육박하는 창업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둘 다 사회경험이 있던 터라 5,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갖고 있었고, 모자란 돈은 부모님에게서 빌릴 수 있었다.학생들의 개강일에 맞춰 지난 3월 오픈한 그들은 의욕이 넘쳤지만 하루 종일 서서 손님을 맞이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최점장은 그때를 이렇게 기억한다.“혼자서 하는 일이면 힘들다고 짜증도 부리면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지만 같이 하다 보니 그럴 수 없더군요. 내색도 못하고 많이 힘들었어요.”고생한 덕인지 방학 동안 떨어진 매출도 요즘은 하루 80만원을 웃돌 정도로 급증하고 있어 매장에서는 웃음꽃이 가실 줄 모른다.일손이 달릴 때면 본사에서 매장 운영교육을 같이 받은 최점장의 여동생이 도와주곤 해 고마울 뿐이다.오는 10월19일 결혼식을 올릴 이들은 창업을 준비 중인 부부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에는 서로 힘이 돼서 좋아요.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매순간 보고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창업을 해서 번돈이 둘이 각각 벌 수 있었을 돈보다 적다면 손해죠. 지금은 둘이 벌 때보다 수입이 더 많아 유학은 잠시 미루고 있지만 앞날에 대비해 한 명은 자기 일을 하는 것도 고려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