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금업계 속속 진출, 토종업계 맞불 작전 . 상호 저축은행 가세
지난 9월25일 서울 서초구 반포1동의 대금업체 중앙캐피탈. 사무실을 확장하느라 분주한 분위기였다. 이 회사 김영호 회장은 “사업확장을 위해 사무실을 넓히는 중”이라며 “고리로 전주에게 돈을 빌리지 않고 상호저축은행이나 자체 자금을 이용해 조달금리를 낮춘 것이 안정성장의 비결”이라고 밝혔다.중앙캐피탈의 사례와는 달리 국내 대금업계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실제 최근 국내 토종대금업계는 ‘고사위기’라며 아우성을 친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대부업법 때문이다. 연 66% 이상의 금리를 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법시행령이 10월27일부터 실시되면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계 대금업체는 조달금리가 낮기 때문에 수익이 충분히 날 수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며 “특히 은행이나 상호저축은행이 대금업체에 대출을 하려고 해도 금융감독원에서 자료요청을 하는 등 알게 모르게 막는 것도 걸림돌”이라고 귀띔했다.이 관계자의 지적대로 시행령 발효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을 곳은 일본계 대금업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국내에 진출한 것으로 파악된 일본계 대금업체는 A&O 인터내셔널 등 아에루 계열의 7개사와 센츄리서울, 원크레디트, 삼화파이낸스 등 모두 17여개사.이에 더해 우리나라가 일본 사채업계에 ‘황금의 땅’으로 알려지면서 일본계 대금업체의 국내 진출도 속속 늘고 있다. 지난 8월에만도 유아이크레디트, 아네스트, 리드파이낸스, 에이원크레디트 등이 새롭게 국내에 상륙했다.또한 지난해부터 일본 제1의 대금업체인 다케후지의 국내 진입 가능성이 끊임없이 나돌았고, 최근 신규진출 러시와 관련해 어느 때보다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다케후지의 진출 여부에 대해서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서로 말이 엇갈리는 등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일본 1위업체, 국내 진출설 나돌아이런 일본계 대금업체의 진출에 맞서는 국내 대금업체의 대비책은 뭘까. 대금업체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소비자금융연합회(이하 한금련)의 한 관계자는 “국내 대금업체가 고전하는 까닭은 악습의 고리를 끊지 못한 데 있다”고 설명했다.전주로부터 연 36~48%에 이르는 고리로 자금을 조달하다 보니 자연스레 대출이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높은 이자를 감당 못해 채무를 갚지 못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이에 반해 일본계 대금업체의 선두주자인 A&O는 더 앞서가고 있어 대조를 보인다. 이 회사는 조달금리를 낮추기 위한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일본에서 그랬듯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려 시도했다. 그래서 실제로 신용평가를 받기도 했고, 평가결과는 AAA- 등급으로 매우 양호했다.그러나 회사채 발행 시도는 금감원에서 ‘유사수신행위’에 해당된다는 해석을 내놓아 좌절됐다. 이 회사의 시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신 기업어음을 발행해 800억원을 조달했다.국내 업계에 있어 이는 요원한 일. 아직 전주로부터 돈을 차입해다 쓰는 업체가 허다한 실정이다. 이 같은 구습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토종대금업체들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대금업체끼리 연합해 상품을 개발하는 노력이 대표적이다. 최근 한금련의 7개 회원사가 연합해 ‘8ㆍ15 대출’이란 상품을 내놓은 것이 좋은 예다.또한 대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가까이 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전국체인망을 갖춘 24시간 대출편의점을 준비하고 있다. 사채업자 단체인 한국대부사업자연합회는 대부업법시행에 맞춰 전국 체인망을 갖추고 24시간 급전대출을 받을 수 있는 ‘론스토어’를 개설할 예정이다.이 대출편의점은 인터넷에서 대출심사를 받은 뒤 가까운 점포에서 돈을 찾는 형태로 대부업법에서 규정한 연 70% 이내의 다양한 급전대출 상품을 팔게 된다.노력은 이뿐만이 아니다. 주먹구구식으로 해오던 회원관리에서 탈피하기 위해 한국신용평가와 업무제휴,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일에도 힘쏟고 있다.사금융업체 전문 컨설팅회사인 신명티앤씨의 지성호 차장은 “대금업체들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전산화”라고 지적했다. 전산을 이용해야 효율적인 영업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게다가 대금업계의 대부업법 이해도도 낮은 수준임을 꼬집었다. 일례로 불법 ‘카드깡’을 하는 업자가 자신이 대금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었고, 어음할인업자가 자신은 해당이 안되는 줄로 알아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지 않을 정도로 대부업법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일본으로부터 배워야’주장도 제기돼일본계 대금업체를 무조건 배격할 것이 아니라 그들을 배워야 한다는 지적도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캐피탈의 김회장은 “우리나라 회사가 외국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면서도 외국회사가 우리나라에서 돈을 벌어 가면 싫어하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일본계 대금업체로부터 심사 요령이나 채권관리 요령과 같은 그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토착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김회장은 이르면 10월 회사에 홍보팀을 둘 생각이다. 앞으로는 광고가 중요해지리라는 생각에서다. 지금까지 국내 대금업계에 있어 TV나 라디오를 이용한 광고는 ‘너무 먼 당신’이었다.업계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광고게재를 꺼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연 최고이율 66%라는 조건에서도 수익이 발생하면 사정은 많이 달라지리란 생각이다.즉 경쟁력이 높다는 것을 알리기만 하면 문턱이 높기만 한 은행에서도 대금업계에 대출을 해주리라는 희망이다. 그렇게 되면 대금업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바뀔 것이며, 일본처럼 TV 등을 이용한 광고도 가능해지리라는 설명이다.한편 토종대금업체들 외에도 상호저축은행 등도 맞불을 놓고 있다. 화상대출, 신용불량자 대상 대출 등 새로운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소액대출영업에 한계를 느낀 저축은행들이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 화상대출상품이란 고객이 대출모집업체를 방문, 무인대출기 앞에서 대출을 신청하면 화상통신기에 설치돼 있는 카메라와 지문인식기를 통해 본인 여부를 확인한 후 그 자리에서 바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최근 푸른저축은행이 천안 대전 스카이저축은행 등과 함께 화상대출상품인 ‘i뱅킹’을 선보였는데 지난 8월 말까지 190억원이 넘는 대출실적을 올렸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