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도로 연결로 인프라 기반 마련 … 개성공단·TKR 건설 본격화

고유환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북한당국은 지난 7월1일부터 계획경제의 개선조치를 취한 이후 남북관계 원상회복, 북ㆍ일정상회담 개최, ‘신의주 특별행정구’ 설치 등 경제개혁을 가속화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특히 신의주 특구지정은 북한의 변화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제 북한 지도부의 정책변화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변화는 새로운 발전전략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양적 변화 수준을 넘어선 질적 변화 수준에서 봐야 할 것이다.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자력갱생원칙에 입각한 자립적 민족경제건설 노선에 따라 가능하면 모든 문제를 자체의 힘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이후 사회주의 국가들간의 무역이 어려워지고 중국, 러시아 등이 ‘우호 가격’으로 지원하던 원유 등 원자재 지원을 축소함으로써 경제위기는 심화됐다.엄청난 시련 속에 추진했던 ‘고난의 행군’이 실패로 끝나자 북한당국은 21세기가 열리면서 더 이상 주민들에게 반복된 희생을 강요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관점과 사고방식’을 강조하면서 경제개혁을 조심스럽게 추진하려 했다. 북한은 미국의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신사고 노선을 본격화하지 못하다가 올 하반기부터 이를 본격화하고 있다. 신사고에 입각한 새로운 발전전략은 ‘유치를 통한 개발촉진전략’이다.내부 자원이 고갈된 상태에서 추진하고 있는 계획경제 개선 노력은 외부의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을 거둘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자구노력 차원에서 내부경제 개혁조치를 취하면서 남북관계 원상회복을 통한 화해ㆍ협력의 가속화, 그리고 북ㆍ일 국교정상화 및 북ㆍ미관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신의주 경제특구지정은 북한 지도부의 개혁ㆍ개방 의지를 서방세계에 확인시키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북한은 지난 91년 12월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를 설치하고 대외자본유치에 노력했으나 투자환경이 좋지 않고 법령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성공을 거둘 수 없었다.그러나 이번 신의주 개방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획기적 조치다. 지난 9월12일 채택한 신의주 특별행정기본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국가가 신의주 특구에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부여하며 행정부의 법률제도를 50년간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구의 외교사업만 국가가 수행하고 여타 업무에 관해서는 행정구에 자치권을 부여한다는 것이다.신의주 개방모델은 정치ㆍ행정 면에서 홍콩, 마카오 등 자본주의 국가들로부터 환수한 지역을 특별행정구역으로 유지하는 중국식 특별행정구역과 유사하고, 경제 면에서는 선전(심천) 등 중국의 경제특구와 상하이 개발모델을 원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홍콩, 선전, 상하이 발전모델을 결합한 신의주 특구를 설치하고 초대장관에 중국의 2대 부호인 양빈 어우야그룹 회장을 임명함으로써 신의주 특구 독립성에 대한 국제적 신뢰감 조성에 주력하면서 개혁ㆍ개방 의지를 재확인했다.따라서 신의주 특구는 경의선과 연결돼야 남한 등 서방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 그리고 중국의 자본과 시장이 결합되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경의선이 연결되면 ‘환황해경제권’이 형성되고, 북한 사회주의 경제는 자본주의 세계경제에 편입하게 될 것이다.최근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계획경제 개선 조치와 신의주 특구지정 등의 개혁ㆍ개방정책의 본격화는 남북경협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미 남과 북은 제7차 남북장관급회담과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제2차 회의의 합의에 따라 경제협력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지난 8월 말에 개최된 경추위 제2차 회의 합의내용의 골자는 △경의선과 동해선의 철도 및 도로 동시 병행 연결 △개성공단 연내 착공 △임진강 수해방지 현지 조사 △임남댐(금강산댐) 공동조사 △경협 4개 합의서 발효 등 경제협력의 제도적 보장 △식량 및 비료지원 △북측 경제시찰단 남측 방문 등이다.이러한 합의 내용은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민족 공동 번영을 위한 남북경협의 본격 실현을 위한 물적ㆍ제도적 인프라 구축과 함께 한반도 평화정착 및 군사적 신뢰구축의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특히 철도 및 도로 연결은 우리 민족의 끊어진 혈맥을 잇는 의미를 가지며, 개성공단 건설 등은 남북경제공동체 건설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및 중국 횡단철도(TCR)의 연결은 북한 사회주의 경제의 세계자본주의 경제로의 편입을 촉진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