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현옥클리오 대표이사물감 대신 립스틱과 아이섀도가 미술작품의 재료로 사용된다면?화장품을 이용한 미술작품전시회가 실제로 열렸다. 9월25일부터 10월1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마련된 ‘클리오 코스메틱 아트 2002’가 바로 그것. 11명의 작가는 매니큐어와 펜슬로 선을 긋고, 립스틱을 녹이거나 아이섀도와 파우더 원료를 섞어 예술작품을 창조해냈다.이런 기발한 전시회를 주최한 곳은 색조전문 화장품회사 ‘클리오’(CLIO)다. 약 2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자사의 메이크업 제품을 작가에게 제공하고 후원했다. 클리오의 지난해 매출액은 85억원이었다. 수천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는 회사들도 억대의 비용을 들여 미술전시회를 주최하는 경우가 드문 한국 토양. 클리오는 어떤 목표를 갖고 이번 전시회를 열었을까. 2년여 전부터 이번 전시회를 구상한 사람은 한현옥 클리오 대표이사(43)다.“자신의 개성을 가장 손쉽고도 잘 표현하는 일상의 예술이 바로 화장인 것이죠. 화장품을 새로운 미술 매체로 사용한 코스메틱 아트(Cosmetic Art)라는 새로운 장을 여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표입니다. 미술 매체의 범주를 넓히면서도 화장품을 예술화하겠다는 얘기죠.”한사장에게 이런 실험적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93년 화장품회사를 설립하면서 클리오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을 택했다. 화장품 제조는 아웃소싱을 택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있는 해외공장에 맡겼다.클리오는 기획과 마케팅에 주력했다. 과거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이 해외 브랜드가 주문한 물품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했던 것과 대비되는 정반대의 전략이다. ‘거점영업’이라는 방식을 택할 때도 화제를 모았다. 되도록이면 많은 화장품 전문점과 제휴하려는 다른 회장품회사와 달리 클리오에 적합한 일정지역의 특정숍하고만 손을 잡았다.‘그렇게 해서 돈을 벌겠냐’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이제는 거점영업을 택하지 않은 회사가 없을 정도다. 회사의 이미지 컬러를 ‘노란색’으로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적 정서에 비춰볼 때 ‘너무 튄다’고 생각되는 옅은 노란색과 노란나비 모양을 회사 카탈로그 등 모든 판촉물에 사용했다.이 전략도 대성공. ‘클리오=노란나비’라는 공식을 고객뇌리에 심었다. 클리오는 뛰어난 마케팅회사라는 호평도 듣게 됐다.한사장은 연세대에서 사회학 석사를 마친 후 카이스트와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출판부, 현대리서치, 한국필랩전자에서 일했다. 직장인에서 CEO로 변신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돈키호테 같다’는 말을 줄곧 들어왔다. 그러나 편견에서 자유로운 이 돈키호테 사장은 창업 10주년이 되기도 전 일본과 대만, 중국, 필리핀, 홍콩, 베트남, 말레이시아, 캐나다, 미국 등 세계 각지에 화장품을 수출하게 됐다.“클리오는 그리스신화 속 역사와 명예를 상징하는 뮤즈예요. 이름에 걸맞은 글로벌 브랜드로 키울 겁니다. 고객에게 받아온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물론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