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600만명 달성' 총력전 펴고 있으나 실현여부 미지수...번호이동성 도입되면 타격 클 듯

올해 LG그룹의 화두는 단연 ‘1등 LG’다. 구본무 LG 회장의 강력한 지시로 계열사들은 ‘1등’으로 가는 청사진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들 계열사 중 속만 태우고 있는 곳은 LG텔레콤. 이동통신서비스 3개 업체 중 꼴찌이기 때문이다.게다가 지난해부터 시중에 나돌고 있는 ‘LG그룹의 이동통신사업 포기(매각)설’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스럽다. 최근 LG텔레콤 모 임원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룹 계열사 전직원을 동원해서라도 판촉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아 회사의 심각성을 은근히 드러냈다.LG텔레콤은 올 상반기에 약 1,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안감을 씻어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1,000억원의 이익은 가입자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비용을 줄이거나 환차익을 크게 거둔 데 따른 것이다.먼저 SK텔레콤과 KTF가 경쟁적으로 전개했던 월드컵 마케팅도 전혀 하지 않았을뿐더러 모집수수료도 전년 동기 대비 45%가 줄어든 약 646억원밖에 쓰지 않았다. 광고비는 지난해(약 83억5,000만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약 186억원을 투입했지만 이 또한 SK텔레콤 등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치다. SK텔레콤은 올 상반기 광고료로 약 1,778억원을 썼다.LG텔레콤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우선 선발업체와 대등한 입장에서 마케팅 비용을 쓸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케팅활동을 소극적으로 펼칠 수도 없다. 브랜드이미지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이미 확보한 고객마저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소극적이었던 지난 4~5월에 신규가입자보다 해지 건수가 더 많았다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이런 애매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지난해 가을부터 들고 나온 기업목표가 ‘가입자 600만명 달성’이다.이 ‘600만명’은 단순한 목표치가 아니다. 최소한 6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면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일종의 생존을 위한 마지노선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가입자가 600만명으로 늘어나면 매출액도 1조7,000억원에서 약 2조5,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선발업체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최소한의 대등한 입장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LG텔레콤은 1단계로 올해 말까지 500만명을 확보하고, 2단계로 2003년까지 600만명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그러나 이 같은 LG텔레콤의 전략이 성공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우선 선발업체와 크게 벌어진 격차가 좀처럼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말 현재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수를 보면 SK텔레콤은 1,600여만명(53.6%), KTF는 1,000여만명(32.3%) 수준이다. 반면 LG텔레콤은 440여만명(14.1%)에 불과하다.여기에다 현재 전국의 휴대전화 가입자수는 3,200만명을 넘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 게다가 올 들어 신규가입건수도 경쟁사에 비해 저조하다. 지난 8월까지 신규가입자는 월 평균 14만여명에 그쳤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월 평균 42만여명, KTF는 34만여명이 늘어났다.반면 기존 가입자의 해지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특히 지난 4~5월에는 신규가입자수가 각각 5만4,226명과 6만9,894명인 반면, 해지건수는 11만8,302건과 10만4,690건으로 두 배 가량 많았다. 3사 중 유일하게 가입자수가 줄어드는 치욕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LG텔레콤이 7~9월에 계열사 임직원들을 동원해 필사적인 판촉전을 편 것도 ‘여기서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의식 때문. LG텔레콤 관계자는 “불법인줄 알지만 가입자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설상가상으로 경쟁사에 비해 ‘가입자 1인당 월 매출액’(ARPU)도 한참 떨어진다. LG텔레콤은 2001년부터 ARPU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지난해 하반기에 작성된 내부문건을 보면 2001년 1~9월까지 ARPU는 3만4,924원이었다.ARPU를 이보다 2,589원이 많은 3만5,323원으로 올려야 탄력적인 요금정책을 가져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올 상반기 현재 ARPU는 3만2,000원대에 불과하다. 이는 SK텔레콤(4만2,295원)보다 낮은 것은 물론 KTF(3만8,987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이동통신시장의 트렌드가 급변하고 있는 것도 LG텔레콤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특히 조만간 실시될 예정인 ‘번호이동성’ 도입과 3G네트워크 개막 등은 이동통신업계를 폭풍 속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번호이동성’이란 쉽게 말해 통신회사를 바꿔도 기존 통신회사번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이렇게 되면 브랜드충성도가 낮은 LG텔레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우증권은 최근 “번호이동성이 도입될 경우 LG텔레콤이 가장 불리하다”는 기업분석자료를 내놓기도 했다.여기에다 3세대 이동통신시대가 본격 개막될 경우 수조원의 투자비가 들어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LG텔레콤측은 자체적으로 최소한 7,000억~8,000억원의 투자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LG텔레콤의 누적적자는 5,000여억원 수준이다. 참고로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재무제표상의 현금 및 현금등가물은 약 149억원 정도다.그렇다면 LG텔레콤이 생각하는 묘책은 뭘까.결론부터 말하면 ‘1등 LG’가 아니라 ‘3등으로 살아남기’다. 우선 가입자수 600만명을 확보하기 위해 배수의 진을 치고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틈새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도 세웠다. 지난 8월에 내놓은 미니 및 파워요금제, 실버폰 등이 그런 것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3등 전략으로 생존하겠다는 복안은 회사 안팎에서 그리 설득력이 없는 상태다.LG그룹 고위층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도 LG텔레콤의 앞날을 점칠 변수가 될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전 계열사에서 판촉활동을 나선 건만 보더라도 그룹의 지원입장은 확고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그룹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도 “단말기와 장비를 생산하는 LG전자, 데이콤, 인수계획 중인 파워콤 등을 감안했을 때 LG텔레콤을 떼어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LG그룹이 장비생산과 서비스를 함께면 LG전자와 LG텔레콤 모두 손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즉 LG전자 입장에서는 1, 2위 업체인 SK텔레콤과 KTF의 견제를 받게 되고, LG텔레콤도 삼성전자 등 국내 1위 단말기 생산업체를 적극 활용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LG텔레콤이 ‘배수의 진’을 치고 펼치는 생존전략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아직은 “상대편은 온갖 신종무기를 총동원하지만 우리(LG텔레콤)는 소총으로 싸우는 셈”이라는 LG텔레콤 관계자의 말처럼 구조적으로 힘든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자칫하면 LG텔레콤은 그룹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신세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마저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