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는 길이 보인다.’9월30일~10월5일 실리콘밸리 i파크(iPark)에서 열린 소프트웨어 마케팅 교육 과정에 참가한 한국의 정보기술(IT) 분야 벤처기업 관계자들의 소감이다. 미국시장에서 제품을 팔려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것을 갖춰야 할지 ‘감’잡았다는 것이다.이번 교육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것으로 코리아IT네트워크(KIN)의 주관으로 실시됐다.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교육에서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마케팅ㆍ세일즈 현장에서 근무한 전문가들이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 벤처기업의 미국시장 진출에 관련된 절차와 전략, 주의사항 등에 대해 강의했다. 한국 기업 관계자 13명과 미국 현지의 한국인 10명 등 모두 23명이 참가한 가운데 일주일 동안 진행됐다.외국 기업의 미국 진출은 엄청난 자금과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첫 강사로 나선 아룬델그룹의 빌 퍼거슨 대표는 “미국시장 개척을 체계적으로 하려면 최소한 첫해에 300만달러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만한 자금력을 가진 외국 벤처기업이 흔하지 않아 성공사례가 드물다는 것이다.시장정보가 부족하고, 자금ㆍ인력 등 많은 면에서 취약한 한국 기업이 미국시장에 효과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마크 바트만 이거랩스(PCI/MCI카드 제조회사) 창업자는 ‘단계적 진출 전략’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우선 한국에서 한 명이 진출해서 시작한 다음 실적을 봐가며 인원을 늘려가고 그에 맞춰 전략을 수정해나갈 것을 권했다. 삼성전자, 히타치, 페어차일드 등에서 오랫동안 마케팅을 해 온 그는 특히 초기단계에는 “자금 지출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컨설팅회사 신카비츠어소시에이츠의 로버트 신카비츠 대표는 “외국계 기업일수록 사람을 잘 골라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는 “돈만 축내고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예스맨과 확실한 전문분야가 없는 전문가는 피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현지정보에 약한 한국 기업들은 KIN과 같은 현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채용하려는 사람에 대한 평판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큐텔소프트 현상무 대표는 “미국에 진출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으나 이번 교육을 통해 난관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어나더웨이브 이영호 부사장은 “미국 시장에서 진출하려면 국내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의 자금을 확보해 적절히 투자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소개했다.이번 교육에 강의와 병행해 열린 현지 IT 및 유통전문 회사 관계자들과 1대1 미팅을 통해 개별기업의 미국 진출 전략에 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성과도 거뒀다. 1대1 미팅에는 액션인터내셔널, 아메리칸캐피털, KJW 등 8개 미국 유통회사가 참가했으며 한국 기업들은 이들과 3~7차례의 미팅을 가졌다. 특히 30분으로 예정됐던 미팅이 1시간을 넘기기 일쑤였고, 이 때문에 강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예기치 못한 문제’가 생길 정도였다.이번 미팅을 통해 운세서비스 회사인 트루포춘스, 3차원 그래픽솔류션을 개발한 큐텔소프트, 고객센터용 음성녹음장비 전문업체인 MPC 등은 이번에 만난 유통회사 관계자들과 한국에서 후속 미팅을 갖기로 합의, 미국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가시적 성과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