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주가를 예측하기가 힘든 때도 없었던 것 같다. 증시흐름을 왜곡시키는 변수들이 돌출하고 있는데다 경제변수와 주가와의 ‘정형화된 사실’이 흐트러지고 있기 때문이다.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가를 예측하는 데는 실로 많은 경제지표들이 활용되고 있다. 엔/달러 환율과 국제유가 움직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반도체 가격동향, 국채와 회사채간의 금리스프레드 추이, 경상수지, 경지선행지수, 고용지표, 재고출하비율 등이 대표적인 예다.그렇다면 이 많은 경제지표 중에서 어느 지표가 주가를 예측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유용할까. 이론적으로 어떤 지표의 선행정도가 얼마나 될 것인가를 알아보는 방법에는 교차상관계수와 마코브 스위치모델 등이 자주 활용된다. 특히 마코브 스위치모델은 선행성을 파악하는 데 가장 유용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런 방법을 활용해 현재 주가선행지표로 선호되고 있는 경제지표들의 주가선행성을 검토해 본다. 우선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엔/달러 환율은 종합주가지수에 약 3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수출선행 정도(QPS값)가 기존의 신용장(L/C) 내도액보다 훨씬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엔/달러 환율이 이처럼 선행정도가 높은 것은 우리 제품이 일본 제품과의 경합관계가 높은 반면에 품질, 디자인, 기술과 같은 가격 이외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함에 따라 수출이 환율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비록 장기이긴 하지만 국제유가의 주가선행 정도가 높게 나온 것은 의외였다. 교차상관계수를 이용해 선행정도를 파악해 보면 국제유가는 종합주가지수의 약 9~10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주가의 장기적인 추세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국제유가의 흐름을 예의 주시해 볼 필요가 있다.그만큼 우리 경제구조가 여전히 수입원유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유가의 주가선행정도는 90년대 후반 이후 미약하나마 갈수록 약화되고 있는 점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우리 산업구조가 점차 에너지청정형 구조로 바뀌고 있는 점을 시사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대신에 반도체지수의 주가선행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D램 반도체 값과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이용해 주가선행성을 구해보면 반도체지수는 주가에 약 3~5개월 정도 선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행정도도 매년 높아지고 있는 점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크게 두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는 우리 산업구조가 90년대 후반 이후 빠른 속도로 정보기술(IT) 산업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삼성전자 한 종목이 거래소 시가총액의 약 18%가 넘을 정도로 특정 종목의 편중도와 대표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원인이다.비교적 주가에 빨리 반영되는 경제지표는 경기선행지수다. 이 지수는 발표된 직후 3개월 이내에 주가에 반영된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경기선행지수가 주가를 선행하는 정도보다 대표적인 경기후행지표인 고용지표가 주가를 선행하는 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점이다. 고용지표가 기업과 가계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지표라도 국내 지표보다 미국 지표가 국내 주가를 선행하는 정도가 높은 것이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국채와 회사채간의 금리스프레드, 재고를 출하로 나눈 재고출하비율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미국의 고용지표도 이 부류에 속한다.특히 미국 국채와 회사채간의 금리스프레드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반영한다. 다시 말해 최근처럼 미 국채와 회사채간의 금리스프레드가 벌어진 상태가 지속되는 것은 그만큼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안 좋고 투자자들의 신뢰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재고출하비율도 미국 기업들의 실적을 예측하는 데 유용한 지표다.미 증시 불안요인들 상당부분 해소이런 주가선행지표를 종합해 보면 앞으로 국내 증시의 모습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한 마디로 올 들어 최악의 상황을 겪은 2/4분기와 3/4분기보다 다른 모습이 전개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해주고 있다.실제로 요즘 들어 국내 증시는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바로 ‘트레이더 장세’(Trader’s Market)가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트레이더 장세란 주가변동성이 심한 점을 겨냥해 매수와 매도공방을 치열하게 전개해 투기적인 이익을 얻는 시장을 말한다. 특히 국내 증시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에서 이런 움직임이 뚜렷하다.그동안 미 증시를 짓눌러 왔던 불안요인들도 많이 해소되고 있다. 가장 큰 불안요인이었던 미국 기업들의 분식회계 파문은 지난 8월14일 끝난 재무제표 인증에서는 대상 기업의 약 93%가 서약했다. 당초 마감시한이 촉박해 얼마나 재무제표 인증을 하겠느냐는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결과였다.우루과이, 브라질에 금융지원이 잇따르면서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중남미 사태도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다. 그동안 미 금융기관들은 중남미지역에 대한 대출로 인해 부실채권을 크게 우려해 왔다. 물론 중남미 내부적으로 반미감정이 고조되고 있고 좌파세력들이 득세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남미 사태의 해결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다.다행인 점은 그동안 ‘자기책임의 원칙’을 내세워 중남미 사태를 방치해 왔던 국제통화기금(IMF)이 선별적인 자금지원에 나서면서 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지고 있는 점이다.10월부터 본격적으로 발표되고 있는 3/4분기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예상외로 괜찮다. 특히 뉴욕 월가에 영향력이 높은 시티그룹, GE 등과 같은 대형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점이 향후 증시를 밝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은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외로 좋게 발표되고 있다.최근 들어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도 지난 7월 여름휴가철을 앞두고 주가가 반짝였던 베어마켓랠리와는 분명히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주가상승이 거래량을 동반하고 있는데다 비록 완전치는 않지만 실적이 받쳐주고 있는 점이다. 또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이동돼 유동성이 보완되고 있어 단순히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적음을 시사해주고 있다.결국 앞으로 증시를 끌어올린 만한 확실한 모멘텀만 제공될 경우 주가가 상승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현재 새로운 모멘템으로 여러 가지 변수가 거론되고 있으나 시장참여자들이 확신이 들 만큼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 가장 큰 모멘텀이 되지 아닐까 생각한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