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권 산책]
듀프 제품, 어디까지 합법일까[최자림의 지식재산권 산책]
최근 듀프 제품, 즉 고가 제품의 디자인이나 기능을 비슷하게 따라 한 제품이 유행하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듀프 제품이란 듀플리케이트(duplicate)의 줄임말로, 기존 유명한 제품과 유사하게 생겼지만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듀프 제품이 만약 원 브랜드의 상표를 무단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당연히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것이다. 그러나 상표를 사용하지 않고 디자인만을 모방한 경우는 어떨까? 이러한 사례에서 부정경쟁행위가 성립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 대표적인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2020년 판결에서 명품 브랜드 H사의 대표적인 가방 디자인을 그대로 따라 만든 후 눈알 모양의 도안을 추가한 ‘눈알 가방’의 제작·판매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먼저 이 사건에서는 H사의 가방 디자인이 특정 출처를 떠올리게 할 만큼 개별성이 있는지, 즉 ‘상품 표지’로서 기능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법원은 가방의 형태도 상품 표지가 될 수는 있다고 인정했으나 해당 사건에서는 두 제품의 수요자층과 가격대 차이가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상품 표지 혼동행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눈알 가방의 디자인이 H사의 가방 디자인을 그대로 모방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H사의 가방 디자인은 수십 년간 명성을 쌓아온 결과 독자적인 식별력을 확보했으며, 이러한 디자인을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상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타인의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즉 부정경쟁행위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은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타인의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 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춰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고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이른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 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 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권리자가 주장하는 성과 등이 포함된 산업 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 질서의 내용과 그 내용이 공정한지, 위와 같은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수 있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의 혼동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런 기준에 따라 판례는 H사의 2가지 가방 디자인은 각각 1950년대, 1980년대 무렵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해 현재까지 독특한 디자인을 유지해 오고 있고, 이런 모양이 계속적·독점적·배타적으로 사용돼 수요자들 사이에 특정의 상품 출처로서의 식별력을 갖추게 됐으므로 공공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고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눈알 가방이 수요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이 사건 상품 표지와 유사한 특징이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이는데 눈알 가방 업체가 사용한 슬로건(Fake for Fun)을 보더라도 H사 가방 디자인의 지성과 인지도에 편승하려는 피고들의 의도를 알 수 있으므로 타인의 동의 없이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품 표지에 스스로 창작한 도안을 부착해 상업적으로 판매하는 행위가 공정한 경쟁 질서에 부합하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 판례에서 볼 수 있듯이 듀프 제품이 단순히 원 브랜드의 상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항상 합법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듀프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대체재로 기능할 수도 있지만 원 브랜드의 유명도, 유사성의 정도, 편승 의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특정 제품의 제작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최자림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