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제당에 기술이전, 수액제 시장점유율 50% 육박 … 2004년 매출목표 1억달러

1971년 미국에서 대규모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미국 내 25개 병원 378명의 환자가 장질환을 일으키는 엔터로박터균에 감염된 것이다. 원인은 링거병에 있었다. 수액제의 포장에 결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태수습에 나선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 내 모든 병원에 링거병 사용을 철회하도록 요구했다.이 사건을 계기로 급성장한 기업이 있다. 바로 ‘박스터’다. 이 회사는 병이 아니어서 깨지지 않는 PVC 백(Bag)으로 수액제를 포장한 제품을 개발해냈다. 기존 병은 외부의 공기가 병 안으로 들어가 압력을 주어 수액을 떨어뜨리도록 돼 있어 필터를 통과하는 균이 있을 경우 감염될 위험이 있다.백은 외부 공기가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 외부에서 눌러주는 힘으로 수액이 떨어진다. 또 수액백은 던져도 터지지 않는다. 병일 경우 운반 부주의 등으로 금이 생기면 외부 공기가 들어가 기포가 발생하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으며 아미노산에 곰팡이까지 번식할 수 있다.이런 장점을 가진 PVC 링거백은 비용까지 저렴해 미국 내 링거병을 급속도로 대체하면서 박스터는 엄청난 매출을 올리게 됐다. 그후 PVC 링거백은 미국시장에서 98%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유럽 등 해외시장에까지 진출했다.‘병’에서 ‘백’으로 전환, 고속성장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91년 한국에 상륙한 박스터코리아는 제일제당에 기술을 이전하고 용기를 공급해 국내 수액제 시장에서 50%를 육박하는 점유율을 확보했다. 제일제당에는 TPN과 TNA 조제를 쉽게 하는 컴파운딩 머신(혼합기)을 공급하고 있다. 현재 TPN용 트윈 백인 ‘클리니믹스’ 출시를 마쳤고, 이에 트리플 백인 ‘클리노멜’과 차세대 지질 수액제인 ‘클리노레익’을 출시할 계획이다.회사측은 “이를 통해 현재 병원 약제부에서 자체 조제를 하고 있는 기존의 제품을 대체할 수 있어 환자들의 충분한 영양 공급과 빠른 회복뿐만 아니라 병원 약사들의 과도한 주사제 조제 업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박스터는 이처럼 수액제 제품을 필두로 성장한 백 제품의 글로벌 리더다. PVC와 병 등 용기에 담긴 약품이 전체 제품의 60~70%를 차지한다. 1930년대 세계 최초로 병에 든 수액제를 출시했고, 최초로 유리병을 대체할 PVC 용기를 개발해냈다.물론 박스터가 수액제와 링거용기만 만드는 회사는 아니다. 기초수액, 영양수액 등 수액제 및 관련 제품이 4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며 연 3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주력아이템이지만 복막투석액 등이 36%, 제제, 수혈기계 등도 34% 정도나 된다.국내 시장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템은 신장투석 관련 제품이다. 99년 아미노산을 함유해 영양상태를 보완할 수 있는 ‘뉴트리닐’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환자의 부종을 제거해 혈압을 안정시키고, 포도당 중합체인 아이코덱스트린을 삼투물질로 사용해 혈당을 낮추는 ‘엑스트라닐’을 선보였다.내년에는 신체의 산과 염기 조절이 가능한 ‘피지오닐’도 출시할 예정이다. 박스터코리아의 올해 매출목표는 6,000만달러. 연평균 19%의 높은 성장률을 감안해 2004년까지 1억달러를 목표로 잡고 있다.본사 전체 매출액 55%, 해외서 올려박스터는 미국 일리노이주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인 77억달러 중 무려 55%를 미국 이외 지역에서 거둘 만큼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세계 110여개국에서 4만5,000명의 종업원이 근무하고 있다. 수액제 제품을 필두로 성장한 회사인 만큼 현재도 전세계 PN(환자용 영양제)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PN시장에서 박스터가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은 22%에 이른다.알부민, 면역 글로불린 등 다양한 종류의 혈액제제들도 생산하고 있다. 박스터의 혈장 처리 시설은 세계적으로 선두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유전자공법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제8인자 유전자 제제를 생산하고 있다.최근에는 백신사업 분야에 뛰어들어 미국 정부의 스몰팍스(천연두) 백신 구매에서 독점권을 획득했다. 앞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통해 생명과학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기술개발에 투자를 지속할 전략이다. 신장투석 관련 제품도 돋보인다. 복막투석과 혈액투석에 필요한 약품과 기기를 공급하고 있다.박스터는 지난해 8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올해 초 <파이낸셜타임스 designtimesp=23051>가 선정하는 세계 114대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INTERVIEW / 최영일 사장“정직한 직원이 회사 으뜸 자산이죠”“모든 성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박스터의 제품이고 소프트웨어는 직원들입니다. 직원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죠.” 최영일 박스터코리아 사장의 인재론이다.그래서 박스터 직원들에 대한 투자가 가장 우선이란 게 최사장의 얘기다. 현재 업무와 어학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은 물론 글로벌 환경에 적응하도록 전년도의 실적에 따라 전직원 대상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전직원이 9년 연속 해외연수를 다녀올 수 있었다.“박스터의 기업 모토는 ‘생명 구하기’(Saving Lives Worldwide)입니다. 모든 연구개발(R&D) 활동은 의약품 개발과 더 나은 의료 기기를 만드는 데 집중돼 있습니다.”이를 통해 전세계 의료계에서 최강의 기술력과 마케팅력을 보유한 팀을 구성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인간생명과 직결되는 사업을 하는 만큼 박스터는 ‘기업윤리강령’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 때문에 전세계 직원들 모두에게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식’으로 하도록 강조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출해 있는 나라의 현지법에 적법한지, 또한 일명 ‘박스터의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그는 ‘박스터의 법’을 ‘정직’으로 설명한다. 직원 입사시 회사의 윤리강령에 대한 교육과 지침서 배부를 필수 사항으로 실천한다. 근무 중에도 계속 직원들에 대한 윤리교육을 실시해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바르고 투명한 과정을 거치도록 강조한다는 것이다.최사장은 중앙대 약대 출신으로 삼성제약을 거쳐 베링거잉겔하임코리아와 대웅릴리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다. 그후 박스터코리아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후 전문경영인으로 자리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