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간선거가 끝났다. 중국에서도 16차 전당대회를 통해 당지도부가 전면적으로 교체됐다. 우리 입장에서 신ㆍ구경제대국인 이들 국가가 앞으로 어떻게 경제정책을 모색하느냐에 따라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먼저 중간선거를 통해 미국의 부시 행정부는 집권 1기에 경제 분야에 많은 문제가 있었음이 확인됐다. 이는 2004년에 예정된 대통령선거에서 부시 대통령이 재집권하기 위해서는 경제문제 해결이 우선 과제임을 시사해준 셈이다.중간선거 이후 집권 2기를 맞고 있는 부시 행정부는 당면한 증시와 경제안정에 최우선 목표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미 경제계에서 부시 대통령이 이런 의지를 담은 첫 작품으로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돼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집권 2기 경제팀이 해결해야 할 양대 현안이 있다. 하나는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는 과제다. 여러 대안이 제시되고 있으나 출범 초부터 줄곧 유지해 온 조세감면을 통한 부양책을 밀고나갈 가능성이 높다.또 다른 현안인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화당의 전통적인 강력한 통상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질적인 면에서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의 힘을 앞세운 일방적 통상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평가에 따라 집권 2기에는 다자채널과 양자협상을 동시에 활용하는 야누스적인 색채를 보다 강하게 띨 것으로 예상된다.중간선거 이후 이런 경제정책 변화는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통상 문제다. 부시 행정부 2기에 있어서도 미국경제의 최대 현안인 무역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통상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다행히 현재 한ㆍ미간에 심각한 통상현안은 많지 않다. 철강과 반도체 분야의 반덤핑제소, 한ㆍ미투자협정과 관련한 스크린쿼터, 자동차특소세 부과, 지적재산권 보호와 관련해서 무단복제 등이 통상현안으로 남아 있는 정도다. 결국 부시 행정부 집권 2기에 강도 있는 통상정책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한ㆍ미관계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제16차 전당대회를 통해 당지도부가 전면적으로 교체된 중국에서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이번 전당대회를 계기로 경제정책을 실질적으로 담당할 것으로 보이는 후진타오-원자바오는 국제사회에서 개혁과 개방성향이 강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중국의 개혁과 개방정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올 들어 중국은 수출호조세를 바탕으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지만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대규모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과 실업문제, 도시와 농촌간의 빈부격차,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마찰 등이 대표적인 경제현안들이다.이미 장쩌민 체체가 많은 고민을 해 왔고, 중국 국민들의 요구가 강해지는 점을 감안하면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도 이 문제 해결에 우선적인 목표를 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 최우선과제인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과감한 금융개혁 정책을 첫 작품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또 도ㆍ농간의 격차와 대규모 실업, 통상마찰 등을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수출지향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신 9ㆍ6계획에 따라 지난 99년 하반기부터 내수시장을 겨냥해 추진해 온 ‘경제대국형 성장모델’이 이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개방정책에 있어서는 불균형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무역 분야는 어느 정도 자유화가 진전되고 있으나 외환ㆍ자본자유화가 뒤따라오지 못함에 따라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후진타오-원자바오는 외환ㆍ자본자유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 분야의 자유화는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다.앞으로 중국의 외환과 자본자유화가 추진될 경우 중국의 고정환율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큰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중국은 지난 94년 이후 ‘1달러=8.28위안’을 중심환율로 하는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ㆍ일종의 고정환율제) 제도를 유지해 왔다.문제는 올 들어 중국이 WTO에 가입한 실질적인 원년을 맞아 이 제도의 유지에 따른 부작용이 심하게 노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중국이 WTO 가입에 따라 하루하루 변하는 외환수급을 환율로 잡아주지 못함에 따라 통화량 증가, 인플레 등의 부작용을 내부적으로 고스란히 안아야 하는 부담이 따랐다.최근 들어 중국의 통화정책 관련자들이 수시로 현 환율제도를 복스바스켓시스템으로 변경해야 한다든가, 차제에 아예 자유변동환율제를 도입해야 한다든가 하는 발언을 부쩍 많이 하는 것도 이런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기는 점칠 수 없으나 언젠가는 중국의 통화위원회 제도가 포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앞으로 중국이 외환과 자본자유화의 일환으로 고정환율제를 포기될 경우 위안화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일부에서는 막대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과 대규모 실업문제가 현 중국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수출을 늘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가치는 절하돼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물론 이런 시각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현재 풍부한 외환사정을 감안하면 위안화 가치는 절상될 수밖에 없다. 만약 중국정부가 당면한 부실채권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시장여건을 무시하고 위안화 가치를 절하할 경우 헤지펀드와 같은 국제투기자본으로부터 집중적인 환투기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가 등장한 이후 중국의 경제정책에 변화가 예상된다면 우리나라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우리의 무역구조도 전통적인 미국과 일본 중심에서 중국 위주로 급속히 재편될 조짐이 뚜렷하다. 지난 10월의 경우 대중국 수출증가율이 대미국 수출증가율을 앞선 것은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해 주는 대목이다.그중에서 갈수록 중국과의 무역불균형이 심해짐에 따라 중국으로부터 강화되고 있는 수입규제 압력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를 맞아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여러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으나 그동안 논의해 온 한국과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혹은 한국ㆍ중국ㆍ일본간의 FTA)을 서두르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이다.결국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이번 중간선거와 전당대회 이후 예상되는 이들 두 국가의 경제정책을 사전에 충분히 읽고 대비책을 강구해 놓아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선제적인 경제정책(Pre-emptive policy)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