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수제일모직 상품기획실 상무양모 1g로 얼마나 긴 실을 뽑아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150m의 실을 뽑아내는 기술이 최고였다. 이탈리아의 로로피아나, 영국의 목슨사와 더불어 제일모직이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제일모직은 최근 1g로 170m의 실을 뽑아내는 170수 복지(란스미어 220) 개발에 성공,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냈다. 이 ‘꿈의 복지’를 개발한 주인공은 윤영수 제일모직 상품기획실 상무(50)이다.섬유전문가인 윤상무는 회사 내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77년 충남대 섬유공학과를 졸업하고 제일모직에 입사한 뒤 25년간 상품기획실에서 일했다. 지난해 10월 150수 제품을 내놓으며 영국, 이탈리아와 어깨를 나란히 한 그는 1년 만에 170수를 개발해 톱기술자로 올라섰다.170수 개발은 지난해 11월 원료, 염색, 방적, 제직, 가공, 설계, 디자인 등 7개 분야에서 경력이 20년 이상 된 14명의 기술사로 구성된 ‘별동대’가 뜨면서 시작됐다. 문제는 최소한 12.7미크론(머리카락 굵기의 7분의 1)의 양모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정도의 양모는 전세계에서 연간 200㎏밖에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따라서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유명업체간의 원료구매를 둘러싼 정보전과 신경전이 치열하다. 심지어 구입 뒤 배에 선적할 때까지 양모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사설 경비업체에 경호를 맡길 정도다.윤상무는 10년 전부터 신뢰를 쌓아온 호주의 한 농장과 꾸준히 품종개량에 노력해 온 덕에 올해 12.7미크론 양모생산에 성공하면서 70㎏의 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170m의 실을 뽑아낸다 하더라도 복지를 짜는 것은 더 힘든 일이었다. 제직기에 걸면 쉽게 끊어지기 때문이다. 일반제품의 10분의 1의 속도로 짜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무수한 실패를 반복했다. 게다가 확보한 70㎏의 원료를 함부로 쓸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각 공정마다 15.5미크론 양모원료로 임상실험을 거친 뒤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설 때 12.7미크론을 마지막으로 사용했다.특히 동물성 섬유는 작업 중에도 쉽게 늘어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100여개의 공정 중 5~10개 공정이 끝날 때마다 일주일간 작업을 중단하고 쉬었다. 이렇게 해서 마침내 11월11일 마지막 공정을 무사히 마치고 170수 복지 ‘란스미어 220’을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윤상무는 “한 벌에 2,000만원 하는 양복지를 만들었다는 상품가치보다 세계 최고급 복지를 순수한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이어 “200수 복지개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우리는 아직 개발팀을 해체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음을 암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