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업종 매수세 '눈길'...유망업종 유인 위한 노력 필요

돌아가는 세상일을 보고 있으면 ‘좋을 때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영화 ‘친구’의 곽경택 감독이 그렇다. 무명의 감독으로 지내다가 ‘친구’라는 영화로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유오성 등 주연 배우들도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며 유명세를 탔다.그런데 그것이 오히려 화가 됐다. 곽경택 감독은 유오성씨와 송사를 벌이고 있으며, 급기야 조직폭력배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심과 함께 구속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곽경택 감독은 아마도 인생에서 영화 ‘친구’를 지워버렸으면 하지 않을까 싶다.주식시장도 그렇다. 좋을 때 조심해야 한다. 필자는 주식의 ‘신’이 존재함을 믿는다. 그는 하늘에서 주식시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 그리고 방탕하거나 방심하는 사람은 용서하지 않는다. 그래서 속칭 ‘깡통계좌’는 항상 가장 화려하던 강세장의 끝 무렵에서 싹을 뿌린다. 폭락을 거듭한 바닥국면에서는 절대 깡통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강세장에 더욱 긴장하고, 수익이 났을 때 더욱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요즘 주식시장을 보노라면 이런 생각이 든다. 거래소시장이 지나치게 방심하고 있지 않나 하는…2000년 봄에 그랬다. 코스닥시장의 기세는 정말 하늘 높은 줄 몰랐다. 공개를 희망하는 기업들은 거래소시장을 외면했고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은 거래소를 능가할 지경이었다.그러자 거래소기업의 주주들은 코스닥 이전을 강력히 요구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대표적 벤처기업인 메디슨은 주주들의 코스닥 이전 요구에 곤욕을 치러야 했다. 구닥다리 구경제주만 모여있는 거래소시장에서 벗어나라는 요구였던 것이다.소프트한 산업이 주도주 떠오를 가능성 커그런데 2년여가 지난 지금 그 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스닥시장은 더 이상 나빠질 수 없을 정도로 평가절하되었다. 한국내화, 신세계건설, 삼영 등 다수의 기업들이 거래소시장으로 이전해 버렸다. 그리고 얼마전에는 놀랄 일이 벌어졌다. 코스닥시장의 황제주이면서, 가장 코스닥적인 종목인 엔씨소프트마저 거래소 이전을 발표한 것이다.당연히 난리가 났다. 그 난리통에 엔씨소프트는 이전을 일단 유보하고 눈치를 다시 보고 있다. 이 사건이 왜그리도 메디슨의 코스닥 이전 요구와 비슷하게 느껴지는지….최근 외국인들의 동향이 사뭇 다르다. 거들떠보지도 않는 코스닥의 인터넷 관련주를 집중 매입하기 시작한 것이다.그러자 그 분위기는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로 확대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지식중심의 소프트한 산업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리고 현재 외국인의 기세를 볼 때 어쩌면 인터넷, 엔터테인먼트산업이 전체 주식시장의 주도주로 떠오를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거래소시장이 좀 방심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거래소시장에는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관련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00년에 코스닥시장에 밀리자 거래소시장은 공개기업을 유인하기 위한 문턱 낮추기를 시도했었다. 상황이 바뀌자 이제 그런 노력은 찾을 수 없다.따라서 거래소시장이 감각이 있다면 지금 각오를 새롭게 해야 한다. 새롭고 유망한 업종을 유인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그렇지 않고 방심한다면 또다시 2000년과 같은 수모를 겪지 말라는 법이 없고, 그 가능성도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