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매년 1만여 가구 입주 시작, “수요층 얇아 매물 적체 우려”

아파트 시장 과열에 따른 정부의 규제조치가 이어지면서 반사이익을 얻은 상품이 바로 주상복합아파트. 일반 아파트보다 비교적 규제로부터 자유로운데다 ‘역대 최고급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Ⅰ이 지난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하면서 주상복합 인기는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그러나 부동산전문가들은 주상복합아파트 신규분양에 몰리는 청약열기가 ‘거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김희선 부동산114 상무는 “최근 분양되는 주상복합아파트에 단순한 매매차익만 기대하고 투자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원금 지키기’에 급급할 수도 있고, 때로는 원하는 시기에 처분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또 실거주 목적보다 단기 전매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상당수이기 때문에 분양권 매물이 출시되기 시작하면 일시에 시세가 내려앉을 가능성이 높아 투자에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지방도 수백대1 경쟁률 ‘난리’주상복합아파트는 올해 ‘틈새상품’의 성격이 짙었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 대한 규제를 시발로 분양권 전매 제한, 1순위 청약자격 제한 등이 되살아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초고층, 최고급, 호텔형’이라는 수식어를 단 주상복합아파트로 눈을 돌린 것이다.최근 분양한 서울 잠실 롯데캐슬골드는 평균 36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또 서울 목동 하이페리온Ⅱ는 청약증거금을 2,000만원으로 올리고 3개월간 분양권 전매 금지 방침을 내걸었음에도 평균 56.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이 같은 투자열기는 부산, 대구 등 지방에서 분양한 주상복합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오롱건설이 최근 분양한 대구시 범어동 코오롱 하늘채秀에는 215가구 청약에 7,000여명이 몰려 평균 32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1월 말 공급된 부산시 광안동의 SK뷰도 평균 경쟁률 12대1을 기록하는 ‘대박’을 터트렸다.주상복합 인기에는 지난 10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Ⅰ과 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Ⅰ이 숱한 화제를 뿌린 점도 한몫 한다. 이들 아파트의 탁월한 입지여건과 완벽한 보안시설, 호텔을 능가하는 부대시설, 최고급 마감재 등이 모두 ‘뉴스거리’로 등장했기 때문. 일부에서는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모델이 실제로 입주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주거문화를 동경하는 중산층 이상 수요층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소수를 위한 펜트하우스, 호텔식 피트니스센터, 회의실ㆍ연회실 등을 갖춘 주거시설의 등장으로 생활방식의 차별화를 꾀하는 수요층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이 같은 시장의 요구에 따라 주택건설업체들도 주상복합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 공급물량은 2000년 6,489실이었다가 2001년에는 1만1,164실로 높아졌고, 올 한해도 1만1,231실이 공급됐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중심에서 부산, 대구 등 기타 지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내년 1월에도 서울 신도림동 SK뷰(SK건설), 서초동 태영(태영)을 비롯해 수원 송죽동 로얄팰리스(신영), 부산 해운대 하이페리온(현대건설) 등이 공급 대기 중이다.인기 주상복합도 매물 쌓여 ‘속 빈 강정 될라’앞으로도 서울 인기지역과 지방 대도시에 주상복합아파트 분양이 이어질 전망이어서 당분간 청약열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거품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실제로 도곡동 타워팰리스Ⅰ은 입주 2개월이 지났음에도 30% 이상 집이 비어 있고 매물도 대거 쏟아져 나와 있다. 현재 부동산114에 올라 있는 매매물건수는 209건. 전세물건 420건까지 합치면 총가구수의 절반 가까이가 매물로 나와 있다는 이야기다.여의도 대우트럼프월드Ⅰ도 사정이 마찬가지다. 총 282가구 가운데 매매ㆍ전세물건은 총 113가구. 중개업소가 보유한 물건이 겹치는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전체 가구의 30% 선은 시장에 나와 있는 셈이다.특히 60평 이상 대형으로 갈수록 매물이 많이 나오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타워팰리스Ⅰ 72평형의 경우 총 218가구 가운데 47가구가 매매물건으로 나와 있고 전세매물은 86가구에 달한다. 트럼프월드Ⅰ 역시 전체 매매물건 가운데 절반 이상이 60평형 이상 대형에서 나왔다.강남구 도곡동 K중개사사무소 김성수 실장은 “입주를 앞두고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해 지금은 쌓여 있는 상태이다”며 “현재는 프리미엄 수준이 상당하지만 매수주문이 많지 않아 드문드문 거래가 이뤄지는 상황이 계속되면 아무리 최고급 아파트라 하더라도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게다가 내년부터는 주상복합아파트의 신규입주 물량도 크게 늘어나게 된다. 특히 강남, 분당 등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1만961가구에 달하는 주상복합이 한꺼번에 입주를 시작한다. 또 2004년에는 이보다 더 많은 1만1,021가구가 입주할 예정이어서 자칫 ‘장기 매물 적체’마저 우려되는 상황. 주상복합 분양권자의 상당수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층이라고 가정하면 현재 형성돼 있는 프리미엄도 입주 후 급격히 가라앉을 가능성이 크다.따라서 실수요자층은 섣불리 청약에 나서는 것보다 내년 초까지 관망세를 유지하는 게 낫다는 분석이다. 김희선 부동산114 상무는 “타워팰리스 등 주상복합아파트의 프리미엄이 크게 오른 것은 분양된 시점의 시세와 최근 시세간의 격차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분석하고 “대부분의 주상복합이 고소득층을 겨냥해 개발된 상품이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에 비해 수요층이 두텁지 못하다는 점에 유의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