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유연태 여행작가 kotour21@hanmail.net전남 여수시에서 남쪽으로 배를 타고 1시간 50여분 만에 닿는 섬, 거문도. 동쪽으로 멀리 백도라는 아름다운 섬을 부속 섬으로 끼고 있는 여행지다. 연말연시에는 다도해의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여수 여객선터미널을 떠난 거문도행 배는 돌산도를 왼편 옆구리에 끼고 남으로, 남으로 내려간다. 손죽도와 초도를 잠시 들었다가 마침내 132.8㎞ 뱃길여행은 끝나고 거문도에 닿는다.행정구역상으로 보면 거문도는 여수시 삼산면에 속하는 섬이다. 거문도는 자칫 섬 하나가 있는 줄로 알지만 실은 동도, 서도, 고도 등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오랫동안 ‘삼도’로도 불렸다. 고도와 서도는 삼호교라는 연도교로 이어져 있으며 동도와 서도 사이에 위치한 고도는 여수시 삼산면의 행정중심지이기도 하다.고도의 거문항은 조선 말기에 이른바 ‘거문도사건’을 일으킨 영국군이 대규모 요새와 군항을 구축했던 역사의 현장이다. 오늘날에도 면사무소, 파출소, 우체국, 여객선터미널, 수협 등의 공공기관과 여관, 식당, 슈퍼마켓, 유흥주점 등이 몰려 있어 머나먼 섬의 항구답지 않게 번잡하다.거문도라는 지명의 유래를 알아보자. 여수시청 직원의 설명에 따르면 거문도는 옛날에 고도 또는 왜도 등으로 불리다가 거문도사건 당시 청나라의 북양대신 정여창이 필담을 나누는 가운데 섬 주민(귤은 김유 선생을 지칭함)의 해박한 지식에 놀라 거문도(巨文島)라 했다.거문도등대 초입의 동백숲은 그 어느 곳의 동백숲보다도 강한 인상을 여행자들의 뇌리에 심는다. 거문도는 달리 작명하자면 동백섬이다. 어딜 가나 잘 자란 동백나무가 지천이고 무성한 잎사귀 사이로 피어난 동백꽃이 유난히 싱그럽고 산뜻하다. 서도 남단, 수월산(127.9m)의 남쪽 끄트머리에 자리잡은 거문도등대는 1905년 4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불을 밝힌 등대다.늘 섬을 소재로 시를 쓰는 이생진 시인이 자주 노래하는 이 등대는 삼호교를 건너 좌측으로 유림해수욕장의 고운 자태를 감상하면서 3.5㎞ 가량 차를 타고 가면 된다. 이어 찻길이 끝나는 곳에서부터 약 1.6㎞의 바닷길, 숲길을 걸어가야 한다. 등대를 지나 절벽 끝의 관백정 누각에 오르면 날씨가 좋을 경우 제주도 한라산과 백도가 희미하게 보인다.거문도의 서도에는 거문도등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서도의 북단 녹산곶 산봉우리에는 녹산등대가 서 있다. 녹산등대는 무인등대로 1958년에 설치됐다. 거문도등대로 가는 길에는 모래가 뒤덮인 유림해수욕장이 있고 녹산등대로 가는 길에는 잘잘한 자갈로 뒤덮인 이아포해수욕장이 있다. 단체관광객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거문도를 찾았을 경우 9인승 봉고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고도의 거문항에서 동쪽으로 70리쯤 떨어진 바다에는 거문도의 대표적인 절경으로 꼽히는 백도가 있다. 거문항에서 1시간 거리인 백도는 망망한 바다 위에 점점이 뿌려진 39개의 바위섬으로 이루어진 무인도다. 백도는 다시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뉘는데 파도 위로 솟구쳐 오른 바위섬들마다 서방바위, 매바위, 병풍바위, 각시바위, 곰바위 등 천태만상의 기암괴석이 즐비하다. 또한 규모가 큰 바위섬의 위쪽에는 갖가지 상록수들이 자라고 있어 한겨울에도 싱그러운 초록빛을 띤다. 되돌아오는 시간까지 합해 백도유람에는 2~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주)온바다에서 백도유람선을 여수~거문도간 여객선 도착시간에 맞춰 운행하고 있다.거문도에서 하룻밤을 묵는다면 포구의 한적한 밤 풍경도 볼 만하다. 거문도, 특히 고도에서의 여정은 꿈결처럼 흘러간다. 어느 바닷가에서나 간단한 채비의 낚싯대만 드리우면 물고기들의 입질이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섬의 면적이 작아서 어디라도 부담 없이 걸어 다닐 수 있고 포구를 조금만 벗어나면 동백나무가 늘어선 오솔길로 접어든다.거문도에 가기 전에 섬 내의 교통편을 미리 알고 가는 것이 편하다. 고도와 서도의 여러 마을과 관광지를 오가기 위해서는 거문도택시(기사 휴대전화: 017-608-1681ㆍ017-661-1681) 소속의 승합차형 택시를 이용하거나 걸어 다녀야 한다. 그리고 거문항과 동ㆍ서도의 어촌마을들을 다니려면 주로 여객선의 입출항 시간에 맞춰 운항하는 덕성호, 거문호 등의 도선을 이용한다.맛집 칠공주집단백질 풍부한 ‘장어탕’ 별미여수의 별미로는 장어탕과 장어구이, 서대회, 노래미탕 등을 들 수 있다. 여수항과 인접한 교동은 여수에서 장어골목으로 유명한 동네다. 10여곳의 장어탕집 중 여수사람들이 주저 없이 손꼽는 집이 칠공주집이다. 남해의 청정해역인 여천군 가락만 일대에서 잡히는 바닷장어는 암초에서 살고 있으며, 해저에서 서식하고 있는 새우 등을 먹고 산다.이 때문에 단백질이 풍부한 건강식품으로, 특히 어린이들의 해열제로 약효가 있다고 한다. 칠공주집의 장어탕은 다른 집처럼 미리 한꺼번에 끓여 두는 것이 아니라 손님의 주문을 받은 후 분량에 맞게 작은 냄비에 끓여 내오기 때문에 맛이 유별나다. 숙취 후의 해장국으로도 제격이다. 이밖에 장어내장탕, 장어구이 등도 별미다. (061-663-1580)◆ 여행메모(지역번호 063):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정읍행 버스가 20~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숙박시설은 내장산관광호텔(내장동ㆍ538-4131), 금오호텔(수성동ㆍ532-8881), 백제호텔(시기동ㆍ537-2222), 이화장(수성동ㆍ532-0020), 알프스장(상동ㆍ532-5995), 산정모텔(태인면ㆍ534-4222) 등.맛집은 삼일회관(내장동ㆍ산채정식, 538-8131), 한일회관(내장동ㆍ산채정식ㆍ538-2546), 산내매운탕(산내면ㆍ민물매운탕, 532-4067), 청학동쌈밥(북면ㆍ쌈밥ㆍ535-4089) 등. 기타 문의 정읍시청 교통관광과 관광기획담당(530-7224), 총무과 공보담당(530-7221), 정읍시청 종합안내소(535-5141), 내장산 탐방안내소(538-78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