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일GM 리드 디자이너최근 미국 최대 자동차메이커 GM은 모나코에서 전세계 언론을 상대로 ‘하이 와이어’(Hy-Wire)라는 미래차 발표회를 가졌다. 휘발유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연료전지(Fuel-Cell) 기술과, 모든 제어를 전자식으로 하는 일명 ‘바이 와이어’(By-Wire) 기술을 결합한 차다.물론 아직까지 이 하이 와이어는 전세계에 단 한 대뿐. 각국 기자들이 이 차에 타고 내릴 때마다 조마조마한 얼굴로 이를 지켜보는 한국인이 한 명 있었다. ‘저걸 어떻게 만들었는데, 저게 얼마짜린데.’ 시승자들이 문이라도 쾅 닫을라치면 말도 못하고 철렁, 가슴이 내려앉는다.이 차를 개발한 주역 중에 포함돼 있는 한 명의 한국인은, 미국 디트로이트 GM 본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노승일씨. 그는 팀장급에 해당하는 ‘리드(Lead) 디자이너’로 하이 와이어 프로젝트에 투입돼 이 차의 내부 디자인을 책임졌다. 모든 게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하이 와이어는 발을 써서 작동하는 엑셀ㆍ브레이크나 기어가 없고, 스케이트보드처럼 평평한 판에 차체가 얹혀 있기 때문에 차 내부공간도 혁명적으로 다르다.“열림(Openess)을 주제로 실내디자인을 했다”는 그의 설명처럼 간결한 등받이의 선이나 뻥 뚫린 넓은 공간, 신비스러운 색채의 실내조명이 SF영화에 나오는 첨단 교통수단들을 연상케 한다.미국 GM서 일하고 있으나 노씨는 국내에서 고등학교와 대학을 마친 토박이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자동차 디자인을 하는 게 꿈이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하나하나 노력해 왔다”고 그는 말했다. 어릴 적에는 종일 자동차 그림만 그려 대서 부모님이 종이와 연필을 뺏어갈 정도였다.자동차 디자인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공학 지식이 필요할 것이라 판단, 대학은 기계공학과를 택했다. 한편으로는 자동차 디자인의 중심지에 가서 일하기 위해 영어에도 남다른 노력을 쏟았다. 95년 홍대 기계공학과 졸업 후 미국유학을 떠나 디자인 분야의 명문 ‘파사디나 아트센터’에 들어갔고 졸업과 동시에 GM에 입사할 수 있었다. 2000년부터 GM 디자인센터에서 사브, 캐딜락 등의 외형 디자인에 간여했고, GM이 모터쇼에서 선보인 컨셉카 ‘오토노미’에도 참여했다.GM의 디자인센터에서는 어소시에이트, 크리에이티브, 시니어, 리드 디자이너, 디자인 매니저, 디자인 디렉터, 임원순으로 직급이 올라가게 된다. 한 단계 올라가는데 2~3년씩 걸리는 게 보통인데 노씨는 2년 만에 리드 디자이너가 됐다. 부하직원 중에는 나이 50이 넘은 디자이너도 있다.“어릴 적부터 우물 안 개구리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그 꿈을 이뤄 자동차 디자인 본고장에서 일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죠.” 노씨는 이렇게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