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철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지난 1986년 미국 조지아주립대학의 한 강의실. 경영학 강의 도중 교수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부자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그의 주장은 이랬다. 부자는 전화번호부 같은 문서자료를 통해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부자는 인맥을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다고 했다.이 강연자는 국내에 <부자의 지갑을 열어라 designtimesp=23397>라는 책의 저자로 알려져 있는 백만장자연구가 토머스 J 스탠리 교수. 당시 그의 질문에 강한 호기심을 보였던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45)가 최근 이라는 책을 펴냈다.“국내의 부자마케팅은 아직 체계화되지 못했죠. 이 책이 부자마케팅, 귀족마케팅 등으로 불리는 VIP마케팅의 정석을 제시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별 의미 없이 넘겼던 스탠리 교수의 강의도 책을 쓰다보니 무척 절실하게 와 닿았다는 한교수. 그는 VIP마케팅은 일반적인 마케팅 방식으로 공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현재 10여개 기업의 경영컨설팅을 맡고 있는 한교수는 부자가 돈이 된다는 걸 알게 된 기업들의 마케팅 수요가 자연스레 VIP마케팅 쪽으로 흘러 이것이 최근의 마케팅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가 보는 국내 부자마케팅의 현황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귀족마케팅이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분야도 있지만 특히 프라이빗 뱅킹(PB)의 경우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아요. 각 금융기관들은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시에 수수료를 제대로 책정해야만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그럼에도 그는 VIP마케팅의 전망은 무척 밝다고 덧붙인다.“지난해에는 10억원짜리 스포츠카, 10억원짜리 드레스가 등장했죠. 이것들은 실제로 팔리기보다 새로운 소비수요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10억원짜리가 나왔다는데 2억~3억원 하는 자동차를 사는 것은 덜 꺼려지지 않겠어요?”특히 부자의 수는 한정돼 있으므로 매출을 늘리는 것보다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물론 사치 운운하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상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VIP마케팅으로 새로 창출된 가치가 개인의 심리적 만족감을 높여주면 사회가치도 함께 올라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 않겠어요?”그는 부자마케팅의 원칙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부자와 똑같이 생각하라는 게 첫번째다. 둘째,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고 믿는 부자들에게 작은 부주의로 서운함을 안겨줘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셋째, 일명 ‘대통령 모시기’. 물량공세보다 한 명의 고객에 대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그들 인생의 집사 또는 고급비서가 되십시오.”부자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그의 마지막 당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