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큰돈을 벌어주는 대박상품이나 독보적 기술, 서비스를 일컬을 때 흔히 사용하는 말이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생 등 어린아이들만 아니라면 한국인치고 이 말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일확천금을 안겨 준다는 의미의 이 표현이 일본에서는 이제 ‘황금알을 낳는 곤충’으로 변할 때를 눈앞에 두고 있다.일본인 특유의 섬세한 기질과 수준 높은 과학기술에 곤충을 접목시켜 떼돈을 벌어들이는, 이른바 ‘곤충산업’이 도약의 날개를 활짝 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도쿄에서 남서쪽으로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에히메현. 마쓰야마공항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면 닿는 곳에 들어서 있는 섬유업체 도레이의 에히메공장에서는 누에고치를 이용한 ‘대박 사냥’이 부푼 꿈을 키우고 있다.합성수지와 탄소섬유를 만드는 이 공장에는 반도체공장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클린룸(청정실)이 설치돼 있지만 클린룸의 주인공은 반도체가 아닌 누에고치다. 클린룸의 주인인 몸길이 4㎝ 정도의 누에고치 유충들은 고양이나 애완견의 감기약에 들어갈 인터페론을 만들어내는 보물단지로 도레이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누에고치가 황금알을 낳는 방식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누에고치에 주사를 놓아 유전자 변형 바이러스를 주입시킨다. 주사를 맞은 누에고치는 체액에 고양이 인터페론을 축적하고, 도레이는 이 체액을 정제해 만든 치료약을 가축병원에 판매한다.사업규모는 연간 약 10억엔 규모. 절대규모로는 크다고 보기 어렵지만 도레이는 유전자 변형 누에고치를 이용한 각종 신사업과 신상품개발을 서두르고 있어 곤충에서 황금알을 건지는 본보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예컨대 이 회사는 현재 인터페론 등을 목적으로 하는 단백질 함유 견사(비단)를 뽑아낼 유전자 변형 누에고치를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단백질은 물에서 잘 녹는 성질을 갖고 있어 성공만 한다면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으며, 3년 후 실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인간 의약품의 원료가 될 단백질까지 뽑아낼 수 있다면 시장규모는 연간 4,000억엔대로 급팽창할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필드사는 러시아서 집파리 수입전문가들은 누에고치가 성충이 돼도 제 힘으로 날지 못하고, 자연계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이 낮은 점을 주목하고 있다. 만일 연구실 밖으로 빠져나간다 해도 환경을 해치거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이 같은 점에서도 사업아이템으로 일단 높은 점수를 받고 들어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말하자면 도레이는 섬유산업을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누에고치 자체를 생산설비로 활용, ‘동물의약품’이라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 사업 안목을 보여준 셈이다. (사쿠라이 다츠 케미컬사업부장)도레이가 누에고치를 달러박스로 키우고 있다면 규슈 미야자키시의 한 중소기업은 ‘파리’를 밑천으로 대박 꿈을 꾸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필드’라는 간판을 걸고 있는 환경기술 전문업체. 이 회사는 냉전시대가 붕괴된 후 러시아가 과거 우주개발사업에 이용했던 기술을 도입해 깨끗한 세상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필드사의 대박 꿈을 실현시켜 줄 핵심 돈벌이 도구는 러시아에서 수입한 특수 ‘집파리’.이 파리는 소나 돼지의 분뇨에 알을 놓아두면 불과 8시간 후에 부화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구더기(파리의 유충)는 침에 포함된 소화효소로 분뇨의 지질과 단백질을 5일 만에 분해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는 물질을 양질의 비료로 만들어준다.그러나 유충은 성충이 되기 전에 삶아서 닭의 먹이로 제공된다. 분뇨를 농사에 도움이 되는 비료로 만들어주고 주변환경도 쾌적하게 해주니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격이다.이 회사의 사업노하우는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선 실내에서 생리적인 고민을 걱정하지 않고 생활할 수 있도록 개발된 첨단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폐기물이 전혀 나오지 않는 완벽한 리사이클 시스템이 달러박스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고바야시 하지메 사장)이 회사는 미야자키의 산림에 이 같은 시스템을 응용한 실험농장을 하나 만들어 시범운영 중이다. 가고시마현은 물론 일본의 여러 지방자치단체들도 파리를 이용한 사업의 장래성에 주목하고 있다. 가축의 분뇨를 아무 곳에나 쌓아두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는 가고시마현 가와베초는 최근 필드사의 환경정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미생물로 분해하려면 60일이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집파리를 이용한 방식은 돈과 시간에서 뛰어난 경제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 가와베초측의 도입 배경이다.필드사 관계자는 “지자체와 경제단체 등에서 찾아오는 견학 및 시찰단이 연간 400~500회에 이르고 있다”며 “앞으로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필드사는 파리를 이용해 만든 비료로 재배한 야채가 영양가도 높은 점을 주목, 보안전문업체인 세콤과 야채판매를 전담할 공동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곤충을 황금알을 낳는 밑천으로 이용하는 일본 기업들은 도레이와 필드 등 일부 업체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건축회사인 다케나카공무점은 투구벌레의 다리구조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사업에 접목시키고 있다. 건축물의 셔터와 각종 계단의 구조, 벽 등 건축분야에 응용하기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대형 왁스전문업체인 NODA는 곤충의 분비물에서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일본정부도 곤충 이용 신사업에 관심곤충산업을 미래형 유망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욕과 열기에서는 일본정부도 민간기업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농림수산성은 곤충을 이용한 신산업 창출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말 추경예산에 10억엔을 책정해 놓고 있다.농림수산성은 첨단산업기술연구과를 중심으로 곤충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섰으며 독립행정법인인 농업생물자원연구소(이라바기현 쓰쿠바시)를 연구거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농림수산성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여 따낸 예산은 주로 누에고치의 염기배열을 해독하는 데 들어갈 연구밑천으로 사용될 예정이다.일본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은 양잠업이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산업근대화에 젖줄 노릇을 했던 것처럼 누에 등 곤충을 이용한 산업이 일본을 먹여 살릴 21세기 하이테크산업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세계 2위를 달리는 과학기술 파워와 제조업의 저력, 그리고 바이오, 나노테크 등 일본이 우위를 자랑하는 분야를 융합시킨다면 세계 어느 국가도 따라올 수 없는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일본에서도 곤충의 산업 이용에 특히 앞선 기술과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유니버설 종합연구소의 아카이케 마나부 소장은 전세계 200만종에 이르는 곤충의 상당수가 아시아지역에 분포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그는 “이처럼 널려 있는 미사용자원(곤충)을 (돈벌이 재료로) 이용하지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밝히면서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사업아이템을 캐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한편 농림수산성이 2002년 8월 이후 도쿄와 교토를 번갈아가며 개최한 곤충산업창출 워크숍은 연인원 600여명의 방청객과 100개 이사가 참석했을 만큼 뜨거운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하찮은 미물이나 다름없는, 곤충을 이용한 미래형 돈벌이에 일본정부와 기업들이 거는 기대와 안목이 어느 정도에 이르렀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 거울인 셈이다.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