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더 장세는 좋은 조짐...재정정책수단 견지할 듯

요즘 들어 미국경기의 이중침체(Double-Dipㆍ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현재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할 때 미국경제가 다시 침체된다면 세계경제와 우리 경제에는 커다란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일단 경제지표는 안 좋다. 지난해 4/4분기 경제성장률이 1%대로 3/4분기의 4.0%보다 크게 둔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50년대 이후 미국은 여섯 번의 경기침체기 가운데 다섯 번에 걸쳐 더블딥 현상이 발생했다. 공통적 현상은 성장률이 다시 마이너스로 떨어지기 전 분기에 큰 폭의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점이다.이번에도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현상이 발생되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산업생산과 민간소비와 관련된 단기지표들도 악화되고 있다. 특히 갈수록 경기판단지표로 의미가 커지고 있는 경기후행지수의 대표 격인 고용지표도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올라 악화되고 있다.그렇다면 미국경기가 이중침체되는 것일까. 이 우문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번에 미국경기가 회복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아직까지 경기저점이 명확하게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3개월 평균주가상승률, 경험적 확률,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장단기 금리스프레드 등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국경기를 파악하는 방법을 종합해 보면 지난해 1/4분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추정된다.과거 회복기와 다른 점은 이번 경기회복은 수출과 기업의 설비투자가 아니라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에 주로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의 효과란 주가와 부동산가격이 상승할 경우 소비성향이 높은 자산소득이 늘어나 민간소비가 증가되고 이를 통해 경기가 회복되는 현상을 말한다.불행하게도 미국기업들의 분식회계 파동에서 벗어나면서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상승세를 보이던 미국주가가 미국과 이라크 전쟁 가능성, 북한의 핵문제와 같은 지정학적인 위험이 높아지면서 떨어지고 있다. 앞으로 주가가 더 하락한다면 당연히 역자산효과(Anti Wealth Effect)에 따라 최근 들어 다시 제기되는 이중침체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주가·통화가치 하락, 실물경제 침체 아니다다행히 부시 미국대통령을 중심으로 미국의 경제각료들과 일부 경제학자들이 아직까지는 미국경제가 괜찮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을 단순히 ‘펀더멘턴론’(Fundamentals)으로 성급히 평가절하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직까지 금융현상이라는 점이다.이 대목을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의 경제현상에서 금융 부문이 실물 부문보다 월등히 커진 점을 이해해야 한다. 현재 국제간 자금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각종 펀드들의 레버리지 투자(증거금 대비 총투자가능금액)를 감안한다면 금융 부문의 크기가 실물 부문보다 4배 가량 크다는 것이 정설이다.이런 상황에서는 금융의 본질대로 더 이상 실물 부문의 동맥(Veil) 역할을 정확히 할 수 없다.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각종 가격변수도 경제이론대로 그 나라의 경제실상을 반영하는 얼굴이 못된다. 다시 말해 주가와 통화가치가 떨어진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실물경제 침체를 의미한다고 해석해서는 경기를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다.문제는 현시점이 미국경기의 이중침체 국면에 떨어질 수 있는 임계수준(Critical Point)에 와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앞으로 금융불안이 해소되지 않아 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면 미국경기의 이중침체에 대한 우려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현시점에서 미국의 금융불안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미 FRB가 금리를 추가적으로 내리는 방안이다. 현재 미국의 연방기금금리가 1.25%로 40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 하더라도 1월 말 FRB 회의에서 금리가 또다시 인하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이런 시각대로 1월 말 FRB 회의에서 미국 금리가 추가적으로 내릴 경우 미국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시각이 있으나 이번의 금융불안은 단순히 유동성 부족문제가 아니라 신뢰위기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금리를 내리더라도 단기적인 충격효과 이외에는 금융불안을 해소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미국증시 불안요인 대부분 해소오히려 금리를 내리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지 못한다면 미 금융시장은 최악의 상황에 몰릴 것이 확실하다. 정치적으로도 그동안 ‘조기퇴임론’에 시달려온 그린스펀 FRB 의장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은 지정학적 위험이 해소되면서 경기와 기업실적 등 기초여건(Fundamentals)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좋은 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뉴욕시장 움직임이 전형적인 ‘트레이더 장세’(Trader’s Market)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트레이더 장세란 주가변동성이 심한 점을 겨냥, 매수와 매도 공방을 치열하게 전개해 투기적인 이익을 얻는 시장을 말한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트레이더 장세가 나타날 때는 미국증시가 추세적으로 전환된 적이 많았다.그동안 미국증시를 짓눌러 왔던 불안요인들도 대부분 해소됐다. 미국기업들의 분식회계 파동은 지난해 재무제표 인증식을 계기로 일단락됐다. 지난해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중남미사태도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도 지난해 3/4분기 이후 기업실적 전망이 발표되는 프리어닝 시즌과 달리 괜찮게 발표되고 있다.만약에 미국 경제주체들이 이라크와의 전쟁, 북한의 핵문제 등을 극도로 비관해 경제심리마저 위축될 경우 미국경기는 우려대로 이중침체에 빠지게 된다. 이 문제는 비단 미국경제만이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에 해당된다. 시간이 갈수록 한 나라의 경제성장에서 그 나라 경제주체들의 경제를 하고자 하는 심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1월28일부터 양일간 올 들어 처음 열리는 미국 FRB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금리변경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오히려 이번 회의에서의 관심은 미 FRB가 올해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언급내용이다. 여러 가지 예상이 나오고 있으나 올해는 실물경제에 가능한 한 중립적인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설령 금리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하더라도 올해는 재정정책 수단에 맡기는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