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인터컨티넨탈호텔의 사장실은 일반인은 찾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후미진 곳에 있다. 규모 또한 글로벌 호텔 사장실치고 볼품없어 보인다. 그러나 정작 이 방의 주인인 심재혁 사장(56)은 마냥 즐거워한다. 설립 17년 만인 지난해 처음으로 7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호텔이 일반 제조기업처럼 장치산업이다 보니 이익을 내는 데 오래 걸린 것 같네요. 올해는 순이익을 100억원 이상 올릴 겁니다. 저를 포함한 직원들 모두에게 자신감이 생겼거든요.”심사장은 LG정유에서 22년, LG그룹 홍보실에서 4년, LG텔레콤에서 1년을 지내다 99년 2월 인터컨티넨탈호텔로 옮겨왔다. 당시 우리나라가 IMF 관리체제에 들어간 지 1년이 조금 넘은 시기여서 어렵기도 했지만 초기자본구조가 취약해 연 20%짜리 회사채를 끌어다 쓰는 등으로 인해 부채를 갚아나가기조차 힘들었다고 한다.하지만 기존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과 99년 말 인근에 문을 연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이 2000년 아셈(ASEM)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일조하면서 서광이 비쳤다. 굴러들어오는 호박도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법.“당시 우리 호텔에 묵었던 26개국 정상들이 음식 및 서비스, 보안에 만족하면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심사장은 요즘 인터컨티넨탈호텔 본부(영국)에서 전세계 동시 프로젝트로 추진하는 ‘I CON’(아이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아이콘’ 프로젝트란 무엇인가요.영국 본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주고객층이 40~50대의 보수적 성향의 전통주의자에서 30~50대로 현대적 성향이 강한 고전주의자로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콘’ 프로젝트는 바로 이런 변화된 고객층을 향한 서비스 창출 프로젝트인 것이죠.이는 새롭게 예상되는 고객층을 분석해 필요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동시에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먼저 알아내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캐치프레이즈도 ‘We know what it takes’(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는 알고 있다)입니다. 지난 수개월 동안 직원들에 대한 교육을 마쳤습니다.아이콘 프로젝트로 새롭게 선보인 서비스는 무엇입니까.지난해 12월1일부터 시작한 ‘환전 팩 서비스’와 ‘택시요금 서비스’를 들 수 있습니다. 환전 팩 서비스는 미처 환전하지 못한 투숙객을 위해 100원짜리 동전부터 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을 모아서 만든 3만원짜리 팩을 준비해 체크인할 때 원하는 손님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또 택시요금 서비스는 밤늦은 시간에 인천공항에 도착한 외국여행객이 환전소가 문을 닫아 환전할 기회도 없이 택시를 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호텔직원이 현금을 들고 나와 택시비를 내주는 제도입니다. 두 서비스료는 체크아웃 때 한꺼번에 결제합니다.피로회복 키트 서비스 제도라고 하여 5시간 이상의 장기여행객을 위해 라벤다향의 오일, 파스, 로션 등으로 구성된 키트를 손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간편하게 만든 것도 특징이지요.인터컨티넨탈은 객실단가가 비싼 곳으로 유명한데요.우리 호텔 객실의 최저가는 34만원으로 국내에서 가장 비쌉니다. 이에 걸맞은 서비스와 편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가격을 내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절대 단체관광객을 받지 않습니다. 다양한 개개인의 생활문화를 존중해주기 위한 차원입니다.지난해 처음 흑자를 기록해 매우 기뻤겠습니다.물론이죠. 지난해 저희 호텔은 1,736억원의 매출에 7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습니다. 직원들의 노력이 만든 결실이었던 것이죠. 2000년 전세계 인터컨티넨탈호텔들 중에서 최고의 호텔로 꼽힌 데 이어 지난해는 홀리데이인 등 관계호텔까지 포함된 아태지역 내의 호텔들 중에서 베스트호텔로 올라섰습니다.직원들이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증거입니다. 올해는 매출 1,885억원에 순이익 110억원을 올릴 계획입니다. (한태숙 홍보실장은 심사장이 직원들에 대한 남다른 배려로 직원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다며 이것이 직원들을 움직이게 한 큰 원동력이 됐다고 거들었다.)글로벌화된 호텔로 거듭나려는 움직임이 최근 몇 곳의 호텔 인사에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오.우리는 이미 글로벌화된 초일류 호텔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유학파 직원들이 대다수인데다 2000년 전세계 정상들이 저희호텔을 다녀간 이후 격찬을 아끼지 않았고 이것이 큰힘이 돼 많은 방한 외국인들이 우리 호텔을 찾았습니다. 다만 저희는 본부 차원에서 추진 중인 ‘아이콘’ 프로젝트를 잘 수행해 보다 나은 서비스로 고객에게 다가가려 하고 있을 따름입니다.스위트룸의 비중이 높은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은 CEO와 중역을 타깃으로 한국고전과 외국문물이 조화를 이룬 프레스티지급으로,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은 가볍고 산뜻한 분위기로 차별화해 운영해나갈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