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2.9% 늘어난 317억 3,000만 달러 기록...제조업은 줄고 서비스업은 늘어

중국은 지난해 527억달러의 해외 직접투자를 유치,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투자대상국으로 부상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의 위력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결과다.외국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이 같은 외형적 성장과 함께 질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WTO 가입에 따른 투자환경의 변화가 ‘중국 투자의 질적 고도화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 투자가 단순 제조업 중심에서 시장지향형 사업으로 변화하고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그 내용을 짚어본다.◆투자형태에 변화가 일고 있다 =그동안 주류를 이뤄 왔던 합자(자본투자) 방식의 투자는 줄어들고 있는 데 비해 단독투자(외국인 100% 지분)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외국기업의 대중국 단독투자액은 317억3,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32.9%가 증가했다. 반면 합자투자액은 149억9,000만달러로 오히려 4.7%가 줄어들었다. 외국기업이 단독투자를 선호하고 있는 것이다.이는 중국의 WTO 가입으로 경영여건이 투명해진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중국 기업의 도움 없이도 독립적으로 중국에서 사업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합자투자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중국 기업과의 마찰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단독투자를 늘리게 하는 요소다.◆선진기술의 중국진출이 크게 늘고 있다 = 지난 1997년 중국에 투자하는 외국기업 중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선진기술을 들여오는 기업은 13% 정도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는 과반수의 투자기업이 선진기술을 들여왔다.노트북의 경우가 대표적인 케이스. 일본 도시바는 지난해 70억엔을 투자, 저장성 항저우에 연산 240만대 규모의 노트북 제조공장을 설립했다. HP와 삼성 역시 올해 상하이에 노트북 제조공장을 설립한다. 이들 업체는 중국시장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한 최고급 노트북을 생산하게 된다.중국은 또 반도체 분야에서도 선진기술을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과 대만이 공동으로 설립한 중신인터내셔널은 지난해 8월 8인치 반도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오는 2004년 세계수준의 반도체공장 7개를 갖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자동차 분야에서도 세계수준의 기술이 속속 중국으로 모여들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는 지난해 말부터 최신 모델인 쏘나타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구형 모델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했던 기존의 자동차업체 투자 형태와는 다른 모습이다.이 같은 현상은 중국이 단순제조공장에서 내수시장지향형 투자지역으로 부각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연구개발(R&D)센터가 속속 문을 연다 = 지난해 8월 말 현재 중국에 설립된 다국적 기업의 R&D센터는 모두 150여개에 달했다. IBM, 모토롤러 루슨트, 삼성, GE 등 세계적 IT기업이 모두 중국에 R&D센터를 설립했다. 지난해의 경우 AMD, HP, 델컴퓨터, 노키아 등이 새로 R&D센터를 열었다.외국기업의 중국 R&D센터는 해외기술의 중국화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 R&D센터 자체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원천기술 생산기지로 발전하고 있다. 상하이의 알카텔 연구소는 지난해 새로운 개념의 광통신 제품을 개발, 전세계를 대상으로 판매하기도 했다.또 인텔 연구소 역시 지난해 신기술 3개를 중국에서 개발, 이를 자사 제품에 응용하기도 했다.중국의 풍부한 IT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국적업체의 중국 R&D센터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기존 투자 프로젝트에 대한 구조조정이 활발하다 = 각 기업은 증자 인수ㆍ합병, 매각 등을 통해 기존 중국사업을 재조정하고 있다. 증자를 통해 기존 사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가하면 경쟁력 없는 사업은 과감히 철수한다.인텔은 상하이 푸둥법인의 기술개발 및 지분확대를 위해 최근 두 차례에 걸쳐 총 1억달러 규모의 증자를 단행했다. 이 회사는 신규투자분을 연구개발(R&D) 유통 애프터서비스(AS) 등에 집중, 체계적인 통괄 사업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마쓰시타, 도시바 등 일본 가전업체들은 중국 전역에 분산돼 있던 합작투자법인을 지역별로 묶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WTO 가입에 따른 시장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투자사업을 특화된 분야에 집중하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하나로 해석되고 있다.◆서비스업에 대한 투자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 = 중국 투자항목이 기존 제조업 중심에서 유통, 금융, 부동산, 의료 등 서비스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상하이의 경우 지난해 1~9월의 서비스 분야 투자유치액(계약기준)은 27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5.3%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 투자액 80억3,000만달러(계약기준)의 3분의1을 넘는 수준이다. 특히 부동산개발 분야 투자액은 11억달러에 달해 전체 투자유치액의 13.7%를 차지했다.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증가는 중국의 WTO 가입에 따른 이 분야의 개방 확대가 가장 큰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에 대한 중국 투자는 현 수준 또는 감소세를 보이는 반면, 서비스 분야 투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중국을 아시아지역 사업본부로 활용하고 있다 =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홍콩, 싱가포르, 일본 등지에 설치했던 아시아지역 본부를 중국으로 옮기고 있다. 델컴퓨터의 경우 지난해 10월 다롄에 아시아지역 서비스본부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다롄 본부는 주로 일본 소비자를 겨냥,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또 코카콜라, 필립스 등이 아시아ㆍ태평양 본부를 중국으로 옮겼거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이 같은 움직임은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는 중국의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아시아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을 단순제조단지가 아닌 글로벌 비즈니스의 주요 포스트로 승격시키고 있는 것이다.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