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 시작돼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불황의 터널에서 고전하고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서광이 비치고 있다는 낙관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기업들의 실적에서 ‘해빙’의 전조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이들의 희망에 가장 힘을 실어주는 회사는 e베이와 야후.세계 최대 온라인 매장인 e베이는 지난해 4분기에 8,700만달러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의 2,590만달러보다 무려 세 배나 많은 것이다. 이 기간 중 매출도 4억1,400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2억1,900만달러에 비해 89%나 늘었다.‘인터넷 기업의 황제’로 불렸던 야후도 큰 폭의 매출증가와 함께 흑자를 기록해 옛 영광을 되살려가고 있다. 야후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2억8,580만달러로 2001년 4분기의 1억8,890만달러에 비해 51%나 늘었다. 야후는 이 기간 중 4,620만달러의 흑자를 내 지난해 2분기부터 3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세계 최대 반도체제조업체인 인텔도 호황을 누렸다. 인텔은 지난해 4분기 중 72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년 동기에 비해 3%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순익은 10억달러로 무려 108%나 증가한 것이다.보안소프트웨어회사인 시만텍도 좋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이 3억7,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가 늘었다. 지난해 3분기 10만달러에 불과했던 순익은 무려 7,200만달러로 뛰어올랐다.이 같은 실적호전에 대해 웰스파고은행의 앨런 아데만 수석투자전략담당자 같은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적호전이 완전한 경기회복을 의미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반전이 시작됐다는 것은 시사하고 있다고 해석한다.실리콘밸리경기의 ‘바로미터’인 PC 수요 전망도 밝다. IDC는 올해 전세계 PC 수요가 1억4,750만대로 지난해보다 8.3%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1.6%의 증가에 비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PC 수요 빠른 속도로 늘어날 듯IDC는 PC 수요가 가정용보다 업무용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기업의 PC 교체 수요가 올해부터 본격화될 것이란 분석과 맞아떨어진다. PC의 수명이 3~4년이므로 지난 99년까지 ‘컴퓨터 2000년 문제(Y2K)’에 대처하기 위해 들여놓았던 제품들을 새것으로 바꿀 때가 됐다는 것이다. 리먼브라더스의 댄 릴스 이사는 “기업들의 손에 돈이 조금씩 생기면서 지출할 태세가 돼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아직 경기호전에 대해 전반적으로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실적호전이란 ‘햇빛’이 아직은 ‘양지’(우량기업)에만 쪼이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의 경쟁업체인 AMD는 4분기에 8억5,470만달러의 적자를 냈다. 전년 같은 분기에 비해 28%나 줄어든 6억8,640만달러의 매출보다 많은 규모다.선마이크로시스템스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2분기 매출이 29억달러로 전년 동기의 31억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가운데 적자는 4억3,000만달러에서 23억달러로 크게 늘었다.아직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들 기업들에서 좋은 소식이 나올 때가 진정한 ‘실리콘밸리의 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