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 직원들 중 70%가 영업사원...본사는 세계 3위의 전자전기회사

독일계 다국적 기업인 지멘스(SIEMENS)는 이름만큼이나 벌이고 있는 사업들도 낯설다. 발전소 설비, 공장자동화 시설, 의료기기 등 대부분의 제품들이 일반소비재가 아닌 산업장비이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다소 생소한 게 사실.일부 가전제품의 경우 국내에도 공급되고 있지만 대부분 빌트인 제품으로 공급된다. 하지만 이 회사가 국내에 들어온 지 이미 40여년이 넘었다. 한국전쟁 직후 국내 모든 인프라의 재건축을 최급선무로 했을 때 지멘스는 독일의 여러 산업기관과 함께 국내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후 67년 연락사무소 역할을 담당하는 독립지점을 국내에 설립했고, 현재 국내에는 지멘스코리아를 비롯해 오스람코리아, 지멘스VDO 등의 독립된 법인들을 두고 있다.현재 국내에 2,000여명의 종업원을 두고 지난해 7,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지멘스코리아는 국내에 진출한 독일계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2001년 독일 경제침체로 본사영업이 부진했던 반면, 한국에서는 공장자동화, 발전, 자동차부품 등 주력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좋은 실적을 올렸던 것.현재 사업영역에 따라 플랜트사업부, 생산자동화사업부, 발전사업부, 송변전사업부, 철도사업부, 메디컬솔루션사업부, 보청기사업부 등으로 나뉘어 있다. 각 사업부가 독일 현지에서는 하나의 그룹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 하나의 사업부에 소규모 직원들이 담당할지라도 실제 프로젝트가 진행될 경우 독일 현지에서 직접 방문해 공동 진행한다.플랜트사업부의 경우 지멘스는 철강플랜트에서부터 화학, 제지, 조선, 해양설비, 시멘트, 송유관 등 플랜트의 전 분야에 걸친 엔지니어링을 제공해 왔다. 철도사업부의 경우 국내 지하철에 신호시스템을 공급했는가 하면 국내 업체와 협력해 대만 철도 당국에 344량의 전동차를 공급할 정도로 수출시장 개척에도 나섰다. 보청기의 경우 전세계 보청기 사용자 중 4명 중 1명이 선택할 정도로 1878년 이래로 지금까지 전세계 보청기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세계적 중장비회사이지만 막상 사내에 들어서면 ‘정중동’이란 단어가 떠올를 정도. 사내 직원들 중 70%가 영업사원이기 때문에 많은 직원들이 자리에 없다. 그나마 사내에 있는 직원들도 팀 단위로 움직이기 때문에 사무실은 조용하다 못해 한적할 정도다. 영업사원이지만 일반소비재가 아닌 산업장비나 중장비를 다루기 때문에 모두가 엔지니어출신들이다. 신규로 사원을 모집할 때도 신입사원을 뽑는 경우는 드물다. 경력사원을 위주로 공개채용보다 ‘사원추천제’ ‘헤드헌터’ 등으로 모집한다.독일 기업답게 사원복지가 눈에 띈다. 토요일 휴무는 물론 신입사원의 경우 총 18일을 자신이 원하는 기간에 사용할 수 있다. 한꺼번에 사용할 수도 있고 나눠서 이용할 수도 있다. 이후에는 근속연수에 따라 1년에 하루씩 증가한다. 10년차라면 1년 동안 28일을 사용할 수 있는 것. 휴가를 다 못쓸 경우에는 최대 7일까지 금액으로 보상해준다. 김기정 홍보과장은 “휴가를 나눠서 가는 사람은 드물다”며 “대부분 2~3주 정도 몰아서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지멘스가 자랑하는 것은 무엇보다 교육 부문. ‘사회적 시장경제’를 따르는 독일 회사에 있어 교육은 이윤추구만큼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에 방문한 하인리히 폰 피어러 지멘스 사장은 경영실적을 자랑하기보다 앞날을 내다보는 지멘스의 교육투자를 소개하는 데 열심이었다.그는 “지멘스는 2001년 4,000명을 감원했지만 700명의 실습교육생을 새로 받았고 여전히 직원들에게 외국어와 프리젠테이션 능력 같은 교육을 열성적으로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멘스 본사의 경우 일부 생산직 사원들에게는 3년여에 걸쳐 영어와 기능을 가르칠 정도다.국내에서는 지난 98년부터 ‘지멘스 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한국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독일 본사에 인턴사원으로 파견한다. 이 프로그램은 전세계 지멘스 지사가 뽑아 보낸 200여명의 외국인 이공계 대학원생들에게 6개월에서 1년간 월급을 주면서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행사.학교를 떠나 곧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대학원생들에게 단순히 6개월간의 어학연수가 아닌 실제 지멘스의 기업문화를 체험하고 전공을 실습하는 기회를 준다.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총 35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했고 선발된 학생들은 독일어 공부와 함께 6개월간의 준비기간을 갖는다. 항공료와 기타 여행경비는 모두 지멘스에서 부담하고, 인턴과정 기간에는 매달 100만원을 지급받는다.지멘스의 기업정신은 혁신에 있다. 김과장은 “최근 국내 기업들이 ‘세계 1등 상품을 키우자’고 말하고 있지만 지멘스의 경우 6년 전부터 실시하고 있던 것”이라며 “사업부서를 보더라도 전기전자를 제외한 분야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우물만 판 기업”이라며 특징을 설명했다.국내 R&D센터 확충 계획지멘스코리아는 지난해 11월 부임한 요셉 윈터 사장이 이끌어가고 있다. 윈터 사장은 무엇보다 국내에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단순히 독일 제품을 가지고 와서 파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직접 기술투자를 해서 만든 제품을 팔겠다”며 “이를 위해 국내에 공장과 R&D센터를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지멘스는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적 중공업회사다. GE, IBM에 이어 세계 전자전기업계에서 빅3로 통한다. 지난해 독일 지멘스는 창사 155주년을 기념했을 정도로 유서가 깊다. 의료기, 발전설비 등에서 세계시장 1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폰사업은 현재 노키아, 모토롤러, 삼성에 이어 4위다.지멘스의 모태는 1847년 베르너 폰 지멘스와 그의 사촌인 요한 게오르크 지멘스, 요한 게오르크 할스케가 베를린에서 설립한 지멘스 운트 할스케 전신건설회사다. 당시 주사업은 전신시설을 비롯한 기타 전기설비를 부설하는 것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군수산업에 참여해 사세를 크게 키웠으나 독일 패전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그이후 유럽부흥계획에 따라 서독의 경제재건시대인 50년대에 이 회사는 유럽과 해외의 전기전자 시장에 다시 두각을 나타내며 성장을 거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