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SK 회장이 2월7일 제28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비오너출신인 손회장이 오너와 파트너십으로 이미 재계에 새로운 경영모델을 제시해오는 등 새정부와의 궁합이 잘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귀띔했다.오너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손회장의 역할이 다소 제한적일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대다수의 재계사람들은 오히려 역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새정부의 강도 높은 재벌개혁에 대한 입장정리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손회장이 늘 주창해온 동북아중심국 프로젝트가 보다 본격화될 수 있을 것임을 중요한 이유로 들고 있다.이를 염두에 둔 듯 손회장은 전경련 회장 취임사에서 “우리나라를 명실상부한 동북아경제허브로 육성하는 데 전경련이 생산적인 싱크탱크 역할을 맡아야 할 것”이라며 “글로벌리제이션과 블록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환경 속에서 우리나라가 사는 길은 동북아경제협력체의 중요한 역할을 맡는 나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손회장이 구상하는 동북아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중국 내 한국기업들이 뿌리내리도록 하고 이들을 네트워크경제로 묶는다는 것이다. 물론 중국진출 전략부터가 다르다. 이와 관련, 손회장은 “한국기업의 중국기업화가 아닌 처음부터 중국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때문에 ‘중국기업 SK’ 전략은 기업문화와 비즈니스모델은 서울과 공유하지만 철저하게 현지에서 만들어져 현지인들에 의해 운영되는 완벽한 중국기업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중국기업 SK는 2010년이면 정보통신과 생명과학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해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해왔다. 이렇게 하면 동북아시장에서 리더지위를 확보하고, 나아가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어디까지나 SK 회장으로서 국한된 구상이다.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정부가 생각하는 동북아 중심국 프로젝트가 따로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동북아지역 국가간 네트워크 경제를 구축한다는 큰 방향에서는 손회장의 구상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손회장은 오늘의 SK를 일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전문경영인이다. 과연 그는 또 한번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일개 기업이 아닌 한국을 어떻게 동북아중심국으로 올려놓을지 자못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