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벌기는 하는데 남는 게 별로 없다.’‘잘 알지도 못하면서 주식투자에 뛰어들었다가 큰돈을 날렸다.’개업의들의 공통적인 하소연이라고 한다. 보험사에서 파이낸셜 플래너로 일하던 시절, 닥터 프라이빗 뱅크 박기상 사장(38)은 이 같은 의사 고객들의 푸념 속에 사업의 기회가 있음을 간파했다.2001년 그는 자신의 구상을 마침내 사업으로 현실화했다. ‘원장님을 위한 프라이빗 뱅킹 서비스’를 내걸고 일종의 틈새형 프라이빗 뱅킹(PB)에 뛰어든 것이다. 개업의들은 다양한 금융서비스의 수요자다. 병원을 열 때는 대출, 부동산 매매나 임대, 의료장비 구매 등 여러 가지 금융수단(Tool)을 찾게 된다. 개업하고 나서도 회계, 세무, 투자 등에 대한 컨설팅이 절실히 필요하다.박사장은 프랑스생명과 ING생명에서 파이낸셜 플래너, 지점장 등으로 일했던 경력을 십분 살려 금융컨설팅에 나섰다. 먼저 ‘리스크 컨설팅’이라고 해서 화재보험 가입, 의료배상책임보험 가입 등에 대해 조언한다.또 이에 못지않게 수요가 많은 것은 상속세 컨설팅이다. 대개 의사들은 종신보험 가입을 통해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내용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보험판매인들 권유만 믿고 가입하다 보니 의사들이 종신보험 판매인들의 ‘봉’으로 불리게 된 게 현실이다.박사장은 “남편은 치과, 부인은 내과의사인 가정을 컨설팅했는데, 보험증서를 모두 챙겨보라고 했더니 34개나 나왔다”면서 “부부가 서로 무슨 보장을 받고 있으며 얼마의 보험료가 나가는지도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고 말했다.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대개의 의사들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는 것. 그는 피보험자는 남편, 수익자는 자녀로 할 것을 권하면서 증여세와 상속세를 모두 염두에 두고 ‘보험구조조정’을 해주고 있다. 이밖에 대출중개, 부동산 컨설팅, 세무중개 서비스 등 금융에 관한 한 모든 서비스를 직접 또는 제휴를 통해 제공한다는 게 박사장의 설명이다.닥터 프라이빗 뱅크 직원은 4명으로 단출한 살림이다. 하지만 박사장은 패기가 넘쳤다. 자신감의 근원은 별다른 게 아니라 발로 뛰는 영업이다. 박사장이 가장 소중하게 아끼는 자산은 이렇게 발로 뛰어서 확보한 3,000여명의 회원.현재는 부동산 중개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회사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 수익모델은 종합컨설팅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것이다. “국내 금융소비자들은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Fee)를 내는 것에 거부감이 심합니다.이런 인식을 깨려면 단단한 신뢰 관계를 쌓는 게 우선돼야 하는데, 지금은 당장 돈을 적게 벌더라도 이런 신뢰를 다져놓아야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이 시기가 올 가능성도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