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은 원래 신이 마시던 음료인데 실수로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라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음주량은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운해할 정도. 그런 만큼 다양한 형태의 주점들이 창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주점업은 여성보다 남성 창업자에게 단연 인기다. 평소 즐겨 찾던 곳이라 친근감이 있기 때문. 특히 호프나 맥주전문점은 가장 일반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업종인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어느 입지에서도 자기 자금대에 맞게 업태를 정할 수 있으며, 어느 정도 경영역량을 발휘할 수 있으면 안정적이고 풍부한 수요를 기반으로 사업할 수 있고, 현금 회전도 높기 때문이다.특히 최근에는 맥주전문점을 찾는 고객들의 취향이 바뀌면서 레스토랑과 호프전문점을 결합한 호프레스토랑이 인기를 얻는가 하면 독특한 형태의 치킨호프전문점, 토속적인 분위기와 인테리어의 호프집 등 다양한 업태들이 등장하고 있다.호프전문점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업종의 성격에 맞는 입지전략과 경영전략이 뒤따라야만 성공할 수 있다.냉동잔, 효자노릇 톡톡히 해서울 방배동에서 하이트비어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희씨(남ㆍ35)는 주류도매회사에서 근무를 한 것이 인연이 되어 98년 지인이 운영하던 호프집(하이트광장)을 인수하게 됐다.60평 점포로 권리금 1억2,000만원, 보증금 7,000만원이 들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운영해 왔지만 매출이 계속 하락, 일평균 매출 40만~50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고 생각한 이씨는 조금 더 투자를 하더라도 새로운 사업으로 전환을 하기로 결심, 여러 체인 본사를 알아보던 중 하이트비어플러스로 바꾸기로 결심했다.매출하락으로 자금이 넉넉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가맹비 1,000만원, 인테리어비 평당 130만원 등 1억원을 더 투자한 것이다. 오픈 후 6개월이 지나면서 일 매출 200만원 선으로 안정권에 접어들었고, 현재 월 매출은 3,500만원 선. 마진율은 65%다.이씨의 매장은 패밀리레스토랑형으로 식사 겸 호프를 즐기며 마실 수 있는 곳을 기본 컨셉으로 하고 있다. 이씨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서비스 부분. 친절한 서비스는 물론이고 한두 번 방문한 손님은 말이라도 한마디 걸어 주는 등 손님과의 유대관계를 끈끈히 하려고 노력한다.그 결과 현재 고정고객 비율은 40% 정도. 마일리지 카드도 활용하고 있으며, 오후 9시가 되면 해피타임이라고 해서 노래가 한 곡 나가는 5분 동안 맥주 리필 서비스라는 이색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냉동잔도 성공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단체손님이 아닌 경우에는 피처 대신 냉동잔을 찾는 고객이 대다수다. 하루에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어서 늘 깨끗한 잔에 마실 수 있으며, 시원함이 맥주의 맛을 두 배로 높여주기 때문이라고.이씨는 최근 매출이 약간 저조하다면서 3~4월 중에 내부 인테리어 보수공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미 2년 반 정도 운영해 오면서 시설이 낙후돼 단골고객이 느낄 수 있는 식상함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씨는 항상 매장 구석구석을 살펴보면서 꾸준히 주 타깃고객에게 맞춰 업그레이드를 해나가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한다.이렇게 성공한 점포들은 나름대로 비결이 있다. 이씨처럼 맥주전문점이 겨울철에는 매출이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 대응전략을 수립한다든지, 안주의 질을 높인다든지, 특화된 메뉴에 대해서는 테이크아웃이나 배달이 가능하도록 하기도 한다.대부분의 맥주집들이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지만 뭐든 지나치면 독이 된다. 이씨의 경우도 인위적으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딱딱한 의자를 사용하는 것 같은 잔꾀는 단호히 거절했다. 일반 외식업에 비해 종업원과 손님과의 접촉이 잦다는 점을 감안, 용모가 단정한 종업원을 채용하고, 종업원 교육을 철저히 시키는 것도 성공비결 중의 하나다.반대로 실패하는 사례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1억8,000만원 정도를 투자해 서울 연신내에서 호프전문점을 운영하던 박모씨(30대 후반)는 사업 시작 8개월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이 지역은 임대료도 비싸, 하루에 못 팔아도 보통 70만원 정도는 고정적으로 벌어들여야 하지만 하절기에는 월 1,500만원 정도, 비수기인 동절기에는 불과 일 매출 30만원 정도밖에 올리지 못했다.박씨의 실패원인은 상권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상권에 맞지 않은 매장 컨셉으로 고객확보에 실패했다는 데 있다. 박씨의 매장이 있는 연신내 부근에는 직장인보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ㆍ중반의 유동인구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칙칙한 분위기에 배경음악도 클래식만 고집하는 등 주 타깃이 돼야 할 고객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던 것.게다가 매장관리도 청결하게 하지 않아 담배냄새, 술냄새 등 불결한 인상을 주었다. 비수기인 동절기에 대한 대비도 없어 인테리어나 메뉴가 사시사철 똑같다는 점도 유행에 민감한 젊은층 고객들을 사로잡는 데 실패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박씨의 점주로서의 마인드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 매출이 부진하면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그런 노력도 부족했으며 매장을 열고 싶으면 열고 안 열고 싶으면 닫는 등 불규칙적인 운영이 고객들의 발길을 멀리하게 했던 것이다. 박씨는 현재 주얼리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부인을 거들고 있지만, 사업에 대한 마인드는 그대로라 주얼리전문점도 그다지 매출이 높지 않다고 한다.주점업의 대표적인 업태인 호프전문점은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다. 끊임없이 트렌드 변화에 따라갈 수 있도록 발빠르게 시장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전문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 등에 비해 점주의 경영역량이 매출에 미치는 비중이 크다.종업원 관리에서부터 판촉, 마케팅 능력, 시설관리, 고객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와 서비스 제공 등 한마디로 팔방미인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