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이 사막의 밤하늘을 가르고 있다. 3차 석유전쟁이다. 사실 언제든 자원전쟁이 아닌 적은 없었다. 문명은 종종 격렬한 여울목을 빠져나가는 모양이다. 카스피해의 유전과 가스전이 사담 후세인을 비롯한 독재자들에게 포위, 장악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 2차 걸프전의 골자다.독일과 프랑스, 러시아가 전쟁을 반대하는 것이 ‘인류의 평화’와 ‘이라크 국민들의 자유’ 때문이 아님도 두말 할 필요 없다. 전쟁도 그렇지만 반전도 이유가 있다. 프랑스와 러시아, 독일은 지난 10년간 총 380억달러의 이라크 석유 이권을 챙겼다.지금도 카스피해 방향으로 파이프라인을 깔기 위해 혈안이다. 이 10년이 문제였다. 그동안 미국과 영국은 무엇을 했는가. 그들이야말로 평화를 유지하는 대가, 즉 이라크 경제봉쇄라는 공동의 결의를 지키느라 아무것도 챙긴 것이 없다.프랑스는 더구나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전쟁 후 이라크 유전지대 경비는 프랑스가 도맡아 하겠다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일이다. 프랑스인들은 언제나 그런 식인지 모르겠다.그래서 기름 한 방울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프랑스와 독일, 러시아가 반전대열에 동참하는 것조차 곱게 볼 수 없다. 문제는 후세인 같은 자에게 언제든 무기화가 가능한 석유자원을 맡겨둘 수 없다는 위기감이 전쟁의 배경이다. 만일 아랍 전체가 ‘석유 무기화’로 달려간다면 이는 거의 재앙이라고 할 만하다.노무현 대통령은 “국익을 위해 이번 전쟁을 지지한다”고 담화를 통해 밝혔지만 그렇게 솔직하게 말할 필요도 없다. 너무 솔직하면 여운이란 게 남지 않는다. ‘나도 알고 너도 알고 하늘도 아는’ 그런 일을 굳이 공개적으로 언급해서 무슨 소용이 있다는 것인지….행동으로 표현되는 것이면 그것이 전부일 뿐 사족을 다는 것은 오히려 군색하다. 대통령이 너무 솔직한 것은 때로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당신이 말하는 국익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간단한 것 같지만 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북핵문제에 대한 대가? 아니라면 미국에 대한 아첨? 아니라면 중동 유전지대에 우리도 한발 걸치기? 그것도 아니라면 이라크 건설수요에 대한 미련? 어떤 대답이건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답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답할 수 없는 것을 답할 수 있는 것처럼 “국익을 위해서…”라고 말한 꼴이다.그 모두일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다. 전쟁은 언제나 위험하고 이번 전쟁은 더욱 그렇다. 문제는 전쟁 ‘그다음’이다. ‘전후질서에서 미국은 과연 무엇이며 프랑스, 독일, 러시아는 또 무엇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의 궁금증이다. 지금에 와서 미국을 중심축에 놓지 않고 국제경제질서를 논하는 것은 무리다.만일 금리ㆍ환율ㆍ무역부문에서 선진국들의 공조가 재가동되지 못한다면 세계경제는 오랫동안 침체로 말려들지도 모른다. 반세계화주의자들이야 “대환영”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오직 무역을 통해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최악의 경우가 되고 만다.이라크 문제로 선진국들간에 간극이 벌어지는 것은 지극히 우려할 만한 사태다. 오직 선진국들이 화해의 접점을 찾기를 바랄 뿐이다. 이라크 다음에는 북한이 타깃이 될 것이라는 관점도 없지 않다.글쎄다. ‘북한 핵에 대해서는 차라리 무시 전략을 취하자’는 주장이 미국 내에서 점차 세력을 얻어가고 있다고 한다. ‘핵을 가지려면 가져라’는 것이 무시 전략의 골자다. 미국 내 온건파들의 견해냐고? 아니다.미국 내 매파들의 견해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나? 재무장하는 일본과 중국이 경쟁적인 긴장관계에 들어가고, 그리되면 ‘동북아 중심국가론’ 따위는 설자리도 없어지고 만다. 그래서 걱정이 많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