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큰일이라고 한다. 이러다가 외환위기 당시처럼 거덜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들도 높아간다. 지난주에는 여ㆍ야ㆍ정 3자가 모여 부랴부랴 정책협의회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논쟁은 많지만 해법이 있을 수는 없다. “경제가 조금 나빠지더라도…”를 제창한 것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었다.그러니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조급증을 내고 당황해한다면 참여정부의 국민 된 도리가 아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책임지는 자리에 앉으면…”이라는 말들로 위안을 삼았다. 그러나 경제라는 것은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하루 이틀에 그 속내를 드러내지도 않거니와 설사 속내를 드러냈다 하더라도 반드시 그 논리대로 되지도 않는다.표면에 드러난 말, 깃대 위에 드높이 매달린 구호와 경제현장의 돌아가는 사정은 언제나 어긋나기 마련이다. 그것을 일컬어 굳이 말을 붙인다면 ‘경제의 복잡성’이라고 할 만하지만 그것을 이해하기까지 가야 할 길은 멀다.문제는 복잡성이다. 강단과 현장이 다르다는 것이고 이론은 현실의 단련을 받아야 비로소 정합성을 갖추게 된다. 민주당과 한나라당, 그리고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겨우 짜낸 증시부양책이 ‘기업연금제’라는 식이라면 더욱 가관이다.기업연금제로 현행 퇴직금제도를 대체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증시에 투입하면 근로자도 좋고 투자자도 좋다는 편리한 생각들이지만 지금 유럽 각국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기업연금인 줄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업들은 연금을 붓느라 장기투자는 고사하고 단기이익 관리에도 허덕이는 판이다. 그러니 기업가치는 떨어지고 경제가 부진해지면서 주가도 떨어지는 것이다.두산중공업 사태도 그런 경우다. 정부가 중재에 나서면서 ‘해결’됐다고 하지만 그것이 과연 해결인지 어떤지 모를 정도다. 기업을 윽박질러 항복을 받아낸 것 외에는 그것을 합의라고 부를 어떤 근거도 없다. 굳이 이런 순진한 착오 사례들을 모두 주워 담아볼 생각은 전혀 없다. 한두 가지가 아닌 터여서 입이 아플 정도다.소위 개혁주의자들이 이 나라 저 나라에서 빌려와 끌어 담고 있는 온갖 좋은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들의 조합이 장차 어떤 괴물을 만들어낼지에 대해서는 누차 지적한 바 있다. 코끼리 다리와 사자 이빨의 조합 따위에 관한 이야기들 말이다.문제는 국가의 좌표가 불투명하고 경제정책의 항로가 전혀 엉뚱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의 진로를 북북서진으로 맞춰 놓고 왜 배가 남남동진으로 나아가지 않느냐고 말한다면 할말이 없다.‘동북아 국가론’과 ‘동북아 경제중심국가’의 각도가 다르고 노조에 힘을 싣는 것과 노사평화의 각도가 어긋나 있는 터에 정립(鼎立)이며 순항(順航)을 논할 수는 없다. 서민경제 부실화 대책을 획기적으로 세우면서 동시에 금융시장의 기강을 확고하게 잡을 수는 없다. 그것은 투기의 재연이며 동시에 거품의 만연으로 돌아갈 뿐이다.복지대책을 확실하게 하면서 국가재정을 튼튼히 하는 것도 불가능이다. 그것은 더하기 빼기의 산수 문제다. 기업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한답시고 수많은 ‘공기업 비슷한’ 기업을 만들어 놓고 동시에 기업가들의 창의성을 드높이겠다는 말도 거짓에 가깝다.‘태평양 국가’를 포기하면서 (혹은 재조정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을 향해 우리의 방향선회를 인정해 달라고 하는 것은 차라리 소극이다. 우리의 투표는 끝났지만 이제 그들의 투표가 남아있다. 좋은 소리와 옳은 소리는 다르다.하나는 귀에 거슬리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귀가 솔깃하지만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경제가 어렵다” “위기국면이다”고들 말을 하지만 진정한 위기는 ‘국정의 좌표’ 그 자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