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이상 국내 맥주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다 1996년 이후 2인자로 물러난 오비맥주가 대반격에 나섰다. 지난 4월2일 신제품 ‘OB’를 내놓고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하며 올해 안에 1위 탈환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공식선언했다. 김준영 마케팅 총괄부사장은 “신제품을 바탕으로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경우 업계 정상의 자리에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2002년 말 기준으로 하이트맥주(56.5%)와 오비맥주(43.5%)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약 13%포인트 정도. 지난 96년 하이트가 전세를 뒤집은 이후 단 한 번도 선두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지난 2001년 3월 오비맥주가 카스를 인수하며 시장점유율을 45.4%까지 끌어올리며 9%포인트 차이로 근접했지만 이후 다시 조금씩 벌어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1위 자리를 내준 이후 그동안 제대로 힘 한 번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특히 오비맥주는 아이스, 넥스, 라거 등의 이름으로 내놓았던 제품이 하이트의 돌풍을 막지 못했다. 그사이 국내 맥주 브랜드의 대명사로 통해온 ‘오비맥주’의 이미지는 조금씩 희석됐다. 특히 98년 벨기에의 인터브루사로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에는 악전고투를 거듭해야 했다.자존심 역시 말이 아니다. 오랫동안 지켜온 정상의 자리를 하루아침에 내주고 2인자의 설움을 묵묵히 참아왔다. 지난 98년 두산이 지분을 처분하고 경영권을 내놓았을 때는 한동안 회사 분위기가 출렁거리기도 했다. 그사이 임원진도 많이 바뀌었다. 상당수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특히 영업과 마케팅 파트의 부침은 심했다.하지만 오비맥주는 대외적으로 하이트와 힘든 싸움을 벌이면서도 2년 전부터 비상대책을 마련하는 데 골몰했다. 95년 라거를 내놓은 이후 단 한 번도 신제품을 발표하지 않았던 경영진은 뭔가 전세를 뒤집을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개발팀과 마케팅팀을 중심으로 극비리에 작업을 진행해 왔다.이 과정에서 회사측은 많은 설문조사를 통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맛이 무엇인가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특히 맥주소비의 주력층이 젊은 20대임을 감안해 이들의 성향을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6월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제품개발에 착수했다.2년 전부터 신제품 준비신제품의 컨셉은 ‘목 넘김이 부드러운 맥주’로 잡았다. 신세대들이 부드러운 맛을 선호한다는 분석에 따라 최대한 부드럽게 넘어가는 맥주를 만드는 데 모든 힘을 기울였다.생산파트에도 방법을 가리지 말고 연구를 해보라고 지시했다. 제조원가가 더 먹혀도 괜찮다는 주문도 내려갔다. 김부사장은 “일단 부드러운 맥주를 컨셉으로 잡은 만큼 여기에 가장 근접한 맥주를 만드는 것이 지상과제였다”고 설명했다.많은 연구 끝에 개발팀은 원료에 쌀을 첨가하기로 했다. 원가상승 요인이 발생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감수하기로 결정했던 것. 특히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강화발효공법을 채택해 발효기간은 줄이고 발효도는 높였다. 성기백 부회장은 “새로운 소비자의 트렌드를 좇아가지 못하면 머지않아 시장에서 외면당한다는 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신제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오비는 맥주 소비자들 가운데 하이트를 고집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상대적으로 맥주를 살 때마다 하이트를 사는 충성파가 많다는 얘기다. 특히 회사측은 맥주의 대명사로 인식돼 온 ‘오비맥주’의 이미지가 신세대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지난 8년 동안 회사의 간판 브랜드 역할을 해온 라거의 생산을 중단하고 신제품 ‘OB’에 전력을 기울이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브랜드네임을 ‘OB’로 한 것도 맥주명가의 자존심을 다시 찾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이름을 짓기 전에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조사결과 전체의 99.8%가 OB를 알고 있다는 점에 근거해 다시 ‘한국 맥주의 대명사’가 되겠다는 의미에서 결정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흘러간 브랜드를 다시 사용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았던 것. 특히 신선도가 떨어지고 신제품이라는 차별성에서 신세대들에게 크게 어필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하지만 회사측은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조사결과 OB에 대한 소비자들의 친밀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이제 우리나라에도 정통성을 이어나갈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많이 한 점에 주목했다. 다행이 신제품 출시 후 도매상들이 “이제야 오비맥주가 제자리를 잡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회사측은 고무된 표정이다.오비맥주의 올해 목표는 정상에 오르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동안 주춤거렸던 시장점유율을 올해 안에 50% 가까이 끌어올리는 데 힘을 쏟을 방침이다. 김부사장은 “이번 신제품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한 다음 3~4년 내에 다시 정상을 탈환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며 “머지않아 경쟁업체를 확실하게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