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에서 연극제작자로.’예사롭지 않은 변신이다. 더욱이 정통관료 출신으로 지난 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을 맡고 있다 고역을 치렀던 강경식 전 부총리(67)가 그 주인공이라면 한 번 더 눈여겨보게 된다.강 전 부총리의 첫 데뷔작인 연극 <잘해봅시다 designtimesp=23695>는 지난 4월8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막을 올려 4월12일까지 공연됐다. 우리나라의 최우선 해결과제 가운데 하나인 노사문제를 ‘정책대안 연극’이라는 색다른 형식으로 접근한 것이다.“첫 반응이 좋아야 앞으로 계속할 수 있을 텐데, 관객이 얼마나 올지 걱정이다. 허허.” 첫 공연을 2시간 앞두고 만난 강 전 부총리는 다소 긴장된 얼굴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문을 연다. 느닷없는 연극제작자로의 변신에 대해 “청소년 경제교육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까 궁리하면서부터다”고 설명한다.강 전 부총리는 지난 2000년 공직에서 물러난 뒤 무엇보다도 청소년 경제교육의 필요성을 가장 절실히 느꼈다. 91년부터 비영리 민간연구기관 ‘국가경영전략연구원’(NSI)의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경제적 인식은 어릴 때부터 경제교육을 통해 제대로 정립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됐다.이런 과정에서 딱딱한 경제교육 이미지에서 벗어나 재미와 메시지를 같이 전달하는 수단으로 역할연극을 떠올리게 된 것. 그래서 지난해 여름에는 미국에 건너가 교육연극센터 ‘카플란’과 청소년 경제교육 비영리 민간단체 ‘JA’를 둘러보고 관계자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이왕 연극에 관심을 갖게 된 김에 우리나라가 꼭 풀어야 할 민감한 경제문제를 다뤄 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 것. 이런 아이디어를 갖고 그동안 친분이 있던 탤런트 최불암, 전원주씨를 비롯해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6개월 만에 노사문제를 다룬 첫 정책대안 연극을 무대에 올리게 됐다. “첫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며 강 전 부총리는 이번 연극은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고 재삼 강조한다.혹시 다시 정계나 관계로 돌아가 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강 전 부총리는 손사래를 친다. “불러줄 리도 없지만 이제는 자유인으로 틈새교육에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고 말하는 강 전 부총리는 “특히 필생의 사업으로 청소년 경제교육에 전력투구하려 한다”며 밝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