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남동부 연안도시 망통은 벌써 70회를 맞는 레몬축제의 도시다. 매년 2월께 겨우내 노란 빛깔을 먹음직스럽게 품어온 레몬 수확기가 되면 동화 속의 주인공을 주제로 한 레몬축제가 열리는데, 망통인구의 10배가 넘는 30만명 이상의 관광객들이 이 도시를 찾는다. 지역축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통하게 됐음은 두말 할 것도 없다.사실 도시는 이미 11세기께부터 시작됐을 만큼 유서 깊은 도시다. 지금도 여전히 종소리를 울리고 있는, 여름이면 세계적인 거장들이 앞마당에서 음악축제를 펼치는 생 미셸 성당이 당시 세워지면서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붉은 기와의 전형적인 프로방스풍 건물이 오밀조밀 이마를 맞대고 있는 구시가가 해안까지 펼쳐지는 풍경은 바다와 어우러진 아늑한 지중해 마을의 분위기를 남김없이 전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모나코의 왕가에 복속되기도 했던 지난 세월을 증명하듯 구시가를 벗어나면 바로크, 로마네스크 등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들로 채워진 거리에 들어서게 된다.망통시청이 자리하고 있는 중심가 레퓌블릭거리. 독특하게도 망통시청은 이 도시의 주요 관광명소의 하나로 대접받고 있다. 다름 아닌 청사 내에 있는 웨딩홀 때문이다. 대표적인 가톨릭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성당에서는 물론 결혼식이란 절차 자체를 찾아 볼 수 없게 된 것이 프랑스 결혼 문화의 현주소. 하지만 유독 망통의 시청 웨딩홀만은 ‘제대로’ 된 결혼식을 원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 곳이다. 심지어 일본인들까지 일부러 찾아와 식을 올릴 만큼 유명세를 치른다. 이유는 단 하나. 식장 입구의 안내판에서부터 벽화, 가구 어느 것 하나 남김없이 천재예술가 장 콕토에 의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나의 귀는 소라껍질 / 바다 소리를 그리워한다’는 단 두 줄짜리 시 <귀 designtimesp=23654>로 대표되는 시인이자 화가, 희곡작가, 무대디자이너, 평론, 영화 등에서 전방위적인 예술활동을 펼쳤던 인물. 그가 망통시청의 웨딩홀 작업에 손을 댄 것은 1950년대 말의 일이었다. 의자며 테이블, 장식장 하나까지는 물론 원시적인 문양의 카펫, 벽과 천장을 가득 메운 독특한 화풍의 벽화 역시 그의 손에서 비롯됐다. 신화에 모티브를 둔 까닭에 오르페우스 이야기가 재현됐고 동양의 풍속, 어촌마을 망통의 어부와 연인들을 담은 그림들이 나머지 공간을 채웠다. 미로를 떠올리게 하듯 구불구불한 선과 지중해처럼 강렬한 색의 그림들에 둘러싸여 올리는 결혼식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평생의 기억으로 남기에 충분할 듯하다.이 작업을 마친 후 바닷가를 산책하던 그의 눈에 한 채의 낡은 요새가 들어왔다. 17세기, 북아프리카인 등 바다로부터의 적을 막아내기 위해 세운 바스티옹 요새. 바다와 접한 이 오랜 벽돌건물은 그를 단번에 사로잡았고, 그의 흔적이 남은 망통의 두 번째 공간, 장 콕토 미술관으로 탈바꿈하게 됐다.입구에서부터 그의 그림과 태피스트리, 벽화, 조각 등의 작품들은 요새 특유의 어둡고 강렬한 느낌과 어울려 보는 이를 압도한다. 2층 구조로 돼 있는 이 미술관은 만남, 사랑, 갈등, 결혼을 의미하는 연작 ‘Innamorati’를 비롯해 동양적 윤곽이 두드러진 인물상, 가끔은 만화체를 떠올리게 하는 독특한 화법의 그림들이 그의 기이하면서도 기발한 예술관을 남김없이 전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그의 생전에 개조를 시작해 1963년 그가 사망한 뒤까지 계속되다가 1967년 일반에게 공개됐다.열일곱의 나이에 시단에 화려하게 데뷔한 뒤 장 콕토는 피카소, 모딜리아니 등 많은 예술인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아나갔다. 특히 그중에서도 피카소와의 인연은 각별했다. (피카소가 첫 결혼식을 올렸던 여인 올가를 소개한 것도 바로 장 콕토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몇몇 작품은 입체파의 화풍을 닮았고, 요새를 미술관으로 개조한 것과 작은 창 너머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그 안에 함께하는 것 모두 인근 앙티브의 피카소 미술관과 다르지 않다. 망통은 레몬축제로 세계인에게 친숙하게 됐지만 장 콕토라는 ‘천의 얼굴’을 가진 예술가가 안겨준 재미 있는 사연과 미술품들이 이 도시를 찾는 이들을 더욱 즐겁게 하고 있다.지중해의 밝은 햇살과 푸른 바다의 세례를 받은 남부 프랑스 연안 코트다쥐르는 2차대전이 끝난 후 전화에 지친 예술가들의 ‘러시’가 두드러졌던 곳이다. 샤갈 같은 이는 아예 이 지방에 뼈를 묻었는가 하면 마티스는 직접 성당을 짓고 벽화를 그리기도 했다. 때문에 마르세유에서 망통에 이르는 코트다쥐르 대부분의 도시들은 저마다 거장의 흔적 한 가지씩은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망통만큼 한 예술가의 애정을 집중적으로 받은 곳도 드물 듯싶다.◆여행메모1. 망통 가는 길 : 망통 인근 공항은 니스의 코트다쥐르 국제공항. 현재 국내에서는 직항편이 없어 파리,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등을 경유해야 한다. 파리까지의 비행시간은 약 11시간 정도이고, 파리에서 니스까지는 1시간 40여분 정도. 니스공항에서는 택시나 버스를 이용하면 되지만 파리 리옹역에서 망통까지 TGV를 이용할 수 있다. 약 8시간30분 정도 소요. 니스에서 기차를 이용할시 40여분 걸린다.2. 이용정보: 시청 웨딩홀-토요일, 일ㆍ공휴일을 제외한 오전 8시30분부터 12시30분까지, 오후 1시30부터 5시까지 관람 가능. 입장료 1.50유로/ 장 콕토 미술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관람 가능. 화요일과 공휴일(일요일 제외) 휴관. 입장료 3유로. 매월 첫째 일요일은 무료입장.3. 기타 망통시 정보 얻는 곳: 망통시 관광청(33-4 92 41 76 76ㆍwww.villedement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