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악한 라텍스 외계유니폼을 입은 신하균이 미소를 흘리고 서 있는 명랑 쾌활한 포스터에 깜박 속지 말 것.생각 없는 척하면서 키치와 패러디를 쏟아내는 방식은 친숙하지만 <지구를 지켜라 designtimesp=23649>의 본질은 무시무시한 ‘하드보일드 코믹호러’다.통합보다 해체에, 합의된 설정 따르기보다 탈 장르적 스타일에 아무래도 더 매혹되기 마련인 초년감독의 야심 찬 처녀작이 흔히 그렇듯 <지구를 지켜라 designtimesp=23652>의 장준환 역시 발칙한 파격과 통렬한 아이러니로 차별화를 모색한 인상이다.혼성 모방, 마술적 리얼리즘과 코미디의 어법으로 리얼리티를 ‘농락’ ‘이중 강조’하는 것이 별 볼일 없는 전략으로 내려앉은 것이 요즘의 시대적, 정서적 논리이건만 도리어 그 극한까지 달린다는 것이 그가 내건 승부수다.여기에 사방에서 빌려온 설정들과 장르 개별의 개연 논리들을 자기논리 안에서 융합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부딪치는 쪽을 선택했다. 그것은 감각과 인식의 충격을 가져다주는 데 성공한다.SF에서 심리추리물로, 무뇌아 코미디에서 잔혹 살해극으로 뛰어다니는 영화의 호흡은 극도로 짧아서 한 에피소드, 한 정서 안에서 잠깐이라도 안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딜레마는 이 상충하는 무수한 의미태 중 어느 것에도 방점이 찍혀 있지 않다는 점이다.정신없을 정도로 미소(Micro)하게 해체되는 내러티브는 중간 중간 정치적 엄숙주의에서 벗어나기 힘든 의미들을 작정하고 무화시킨다.장준환은 80년대 말에서 신세기초에 이르는 시사도감에서 무작위로 소재추출을 한 후 그것들을 원심분리기에 넣고 118분 동안 미친 듯이 돌리는 ‘퍼포먼스’가 가져오는 불특정다수의 상호텍스트성 만들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인가.알 수 없다. 여기에서 최소한의 통합성을 원하는 것은 ‘모더니스트’의 구태의연한 원망(願望)일 뿐이다.감독 장준환, 주연 신하균 백윤식 황정민. 개봉 4월4일.이 주의 문화행사마르셀 마르소‘세계 최고의 마임’4월25일(금) 오후 7시30분, 26일(토) 오후 6시/한전아츠풀센터/R석 8만원, S석 6만원, A석 4만원, B석 2만원“지금도 모든 예술의 근원은 팬터마임이며, 모든 예술은 신체동작에서 나온다.”(마르셀 마르소)마임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찬사받는 프랑스 출신의 마르셀 마르소의 내한 공연. 고희가 넘는 나이의 마르소는 50년 동안 100여개국에서 1만여차례의 공연을 해왔다. ‘찰리 채플린 → 마르셀 마르소 → 슬라바 폴루닌’으로 이어지는 현대마임의 정통을 확립해 팬터마임을 연극, 무용과 같은 새로운 예술장르로 탄생시킨 예술가. (02-548-4480~2)스피리트 오브 더 댄스 = 4월8~20일 LG아트센터. 2000년 예술의전당, 2002년 세종문화회관 공연에서 인기를 끌었던 아이리시 댄스가 다시 찾아왔다. 화려한 춤과 리듬, 강렬한 탭의 비트가 특징. (02-399-5888)규방난장 = 7월31일까지 삼청각 일화당. 조선 후기 규방문학의 하나인 <규중칠우쟁론기 designtimesp=23692>에 봉산탈춤양식을 결합해 만든 가무악극. (02-399-1111)넌센스3-넌센스 잼보리 = 4월4일~5월18일 연강홀. 코믹 뮤지컬 <넌센스 designtimesp=23695> 시리즈 3편. 극단 대중, 단 고긴 작, 현경석 연출, 전수경 김선경 류정한 출연. (02-766-8551)기차 = 4월20일까지 연우소극장. 인적 드문 시골역에 내버려진 마술사 부부와 두 남매를 담은 연극. 극단 초인, 송경순 원작, 박정의 연출. 현대철 송경순 정의순 등 출연. (02-764-8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