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렁주렁 매달린 오리, 닭, 돼지갈비. 홍콩 야시장, 서양의 차이나타운에서나 구경할 법한 것들이 광화문 오피스 빌딩 숲 한복판에 떡하니 걸려 있다. 광화문과 시청광장 사이, 코리아나호텔 1층 ‘미스터 차우’라는 홍콩요리전문점 전면 유리창 너머에 말이다.이 식당은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처음에는 순탄치 않았다. 문을 열자마자 월드컵으로 시청 앞 광장이 인파로 메워지기 시작했고, 대통령선거, 광화문 촛불시위 등 식당 운영에는 악재일 수밖에 없는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뉴욕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경영했다는 ‘미스터 차우’의 잭 진 사장은 “빨간 티셔츠를 보기만 해도 공포감이 밀려온다”며 웃는다.개점 초기에는 이같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이 식당은 입소문을 타고 광화문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손님들 가운데 외국인 비중이 높고 싱가포르대사관과 영국대사관 등 인근 대사관의 외교관들도 열심히 이 집을 찾는 단골이다.미국 등에서 차이니즈 레스토랑의 요리를 즐겨 먹었으나, 서울에선 비슷한 유형의 식당을 쉽게 만날 수 없어 아쉬워하던 사람들이 무척 반가와하더라는게 진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또 “금융계 종사자들, 언론 관련자들도 많이 온다”고 덧붙였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몰린다.이 집의 대표 요리는 기름기를 쪽 뺀 로스트 닭, 오리, 돼지고기와 가늘게 뽑은 쌀국수를 튀긴 면종류다.오리구이, 로스트베이비포크, 돼지갈비 구이 등 홍콩식 고기구이류를 주문하면 주렁주렁 걸려 있는 고기를 썰어 내온다.고기구이류는 1만3,000~2만3,000원으로 각각 레귤러와 라지, 두 가지 사이즈가 있다. “소스에 숙성시킨 고기를 통째로 오븐에 구웠다가 다시 말리고 굽는 과정을 세차례 반복해 만든다”는 조리법 때문인지, 담백한 맛에 양념이 골고루 배어들었다. 본토 중국요리에 비해 간을 싱겁게 하고 기름도 적게 사용하는 홍콩요리의 특징이라고 한다.완탕수프(8,000원)도 이 집에서 매우 인기있는 메뉴다. 우리나라 것보다 작고 앙증맞은 만두인 완탕이 해물로 우려낸 국물에 담겨 나온다. 국물맛이 진해 직장인들이 해장국으로도 많이 찾는다.여기에 소고기 쌀국수 볶음면(1만8,000원)과 야채요리(1만원)를 곁들이면 4인 가족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식사가 된다. ‘핫 팟’(Hot Pot)이라는 뜨거운 그릇에 담긴 요리 종류도 관심을 끈다. 핫 팟 류에는 ‘소고기와 면 해물요리’(3만원)‘두부 상추 로스트 포크요리’(2만6,000원) ‘검은콩소스 치킨요리’(2만8,000원) 등이 있다.거창한 식사가 부담스러운 점심시간에는 런치메뉴가 인기다. 하얀 쌀밥에 고기구이류가 얹혀 있다. 여기에 야채와 수프가 함께 나온다(9,000~1만2,000원). 진사장은 “한식집에서는 보통 한 가지 메뉴만 먹게 되지만 우리 식당에서는 다양한 요리를 한자리에서 맛보는 즐거움이 있다”고 말했다.내부 장식은 차분한 빛깔에 깔끔함을 강조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갈색톤으로 장식됐고, 벽마다 중국 풍경을 담은 액자가 걸려 있는게 인상적이다. 오전 11시~오후 3시, 오후 5~10시까지 문을 연다. 두세 달 내에 압구정동에 또 하나의 ‘미스터 차우’가 문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