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벚꽃월출산을 품은 전남 영암군에는 매년 4월 초순이면 영암읍내에서부터 세발낙지 맛집이 많은 학산면 독천리에 이르기까지 50리길에 걸쳐 벚꽃이 피어나 여행자들의 발걸음을 유혹한다.학산면에서 삼호면에 이르는 2번 국도변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여기까지 합치면 벚꽃길이 장장 백리길이다. 이만한 장거리를 자랑하는 벚꽃길은 전주와 군산을 잇는 전군가도 정도다.또 영암의 명찰인 도갑사로 오르는 길 역시 아름드리 벚나무가 가득 자라고 있어 봄철 벚꽃이 필 때면 각지에서 모여든 상춘객들로 인해 인산인해를 이룬다. 벚꽃이 만개하는 무렵 이 길들을 달리다보면 때로 심술 난 봄바람에 짧은 생을 마감하는 벚꽃들이 하얀 꽃비를 폭우처럼 쏟아부어 천상화원을 찾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영암의 벚꽃은 어느 방면에서 보건 뒷 배경으로 월출산이 솟아있어 다른 지방에서 보는 벚꽃 구경과 한 차원 색다른 느낌을 안겨준다.영암 벚꽃 구경 길에 최정례 시인의 ‘꽃구경 가시자더니’라는 시 한 수가 제대로 어울린다. ‘벚꽃나무 머리 풀어 구름에 얹고 귀를 아프게 여네요 하염없이 떠가네요…지금 이 봄 어딘가에서 꽃구경 가자고 또 누군가를 조르실 당신 여기 벚꽃나무 꽃잎들이 부서지게 웃으며 다 듣네요.’벚꽃 감상을 전후로 가볼 만한 영암의 여행명소로는 왕인박사유적지와 도갑사, 월출산온천 등을 들 수 있다. 왕인박사유적지(군서면 동구림리)는 양지바른 너른 터에 조성돼 있어 한 바퀴 돌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유적지이기도 하다.왕인은 영암군이 자랑하는 역사상의 위대한 인물. 왕인은 군서면 동구림리 성기동에서 373년(백제 근초고왕 28년)에 태어나 월출산록의 문산재에서 수학, 대학자가 됐다.학문의 깊이가 일본에까지 소문나 서른두 살 나던 해(405년)에 일본왕의 초청을 받아 논어 10권과 천자문 1권을 갖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일본에서 왕인은 아스카문화의 원조가 됐으며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오사카 근처에서 여생을 마쳤다. 유적지관리사무소(061-470-2561)이어서 월출산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절인 도갑사 답사에 나서본다. 창건 연대가 정확하지 않고 신라시대 도선국사와 관련지어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도갑사는 해탈문(국보 제50호)을 비롯해 오층석탑, 석조여래좌상, 도선ㆍ묘각화상비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주불전인 대웅보전 앞에는 고려시대 오층석탑과 근래 만들어진 석등이 서 있고, 한쪽에는 수미왕사비가 서 있다. 종무소(061-473-5122)한편 영암에도 온천이 있어 여행의 피로를 말끔히 덜 수 있다. 월출산온천관광호텔의 온천수는 월출산 암반대의 주요 구성 암석인 맥반석을 수원으로 하고 있어서 맥반석 온천수로 통칭된다.피로회복, 신경통, 류머티즘,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무좀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객실은 60실이며 수중안마탕, 유수기류탕, 약탕, 냉탕, 북극탕, 노천탕 등을 보유하고 있다. (061-473-6311)◆여행메모 (지역번호 061)영암군청 문화관광과(470-2348). 서울 호남선터미널에서 영암까지 하루 3회 고속버스가 출발한다.승용차로는 서해안고속도로 목포나들목 → 영산호하구둑 → 2번 국도 → 학산면소재지 → 819번 지방도 → 왕인박사유적지 코스. 숙박시설로 영진장(473-0788), 제일장(473-2568) 등.읍내 맛집으로는 동락식당(갈낙탕ㆍ471-3388), 중원회관(짱뚱어탕ㆍ473-6700) 등이 있다. 학산면 독천리에 가면 독천식당(472-3706), 영명식당(472-4027), 낭주식당(472-6925) 등 세발낙지를 이용한 낙지연포탕과 갈낙탕을 잘하는 식당이 여럿 있다.지심도 동백꽃거제도 장승포항 앞바다에 떠 있는 지심도는 동백나무가 울창한 동백섬이다. 지심도에 가려면 장승포항에서 도선을 탄다. 직선거리로 6㎞ 정도, 선착장을 출발한 배는 20분 만에 지심도에 닿는다.지심도를 뒤덮고 있는 수목은 후박나무, 대나무, 소나무, 동백나무 등 모두 37종에 이르며 특히 전체 숲 면적의 60~70%를 동백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이런 연유로 지심도는 동백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지심도에 도착해서는 선착장-민박집 사이길-폐교 앞-활주로-유자밭-폐교로 이어지는 길을 일주하면서 동백꽃 감상에 푹 빠져본다. 인정미가 뚝뚝 묻어나는 민박집들도 지나고 동백꽃잎들만 운동장을 지키는 폐교도 하나 스쳐가고 정상부의 방위건물에 닿는다.일제 때 일인들이 설치한 포대 같은 진지는 바로 그 정상부의 동녘 아래에 있다. 날씨가 좋으면 대마도도 보인다는 곳이다. 길은 활주로로 이어진다. 동서 길이 500m, 남북 길이 1.5㎞, 가장 높은 지점의 해발이 97m에 불과한 이 작은 섬에 활주로가 있다는 것이 기이하다.일제강점기 시절, 태평양전쟁을 준비하던 일인들이 경비행기들의 이착륙을 위해 닦았던 것이다. 활주로 아래의 한 민박집 뜰에는 유채꽃이 피어나 동백꽃과 함께 지심도의 봄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장식하고 있다.다시 길은 동백숲 터널로 이어진다. 사람의 손때를 타지 않아 동백들은 수십년의 수령을 맘껏 자랑하며 하늘로 솟았는가 하면 이리저리 뒤틀리며 외로운 섬생활 속살들을 방문객들에게 보여준다.동쪽 바다에 머물며 장승포항이며 옥포항, 부산항으로 들어갈 대형 상선들의 풍경만 아니었다면 여행자들은 시간의 흐름마저 잊었을 법한 원시의 숲터널이다. 좁고 구불구불한 동백숲터널이 끝나면 햇빛이 잘 드는 정지작업이 마무리된 자그마한 공간이 나타난다. 잠시 쉬어가기 딱 좋은 곳이다.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발걸음을 옮기면 또 한 번 동백숲이 등장한다. 지심도가 동백섬이라는 정의를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다.작은 길을 한두 번 오르내리다 보면 활주로가 조성된 정상 부근 공터로 되돌아오게 된다. 점심을 준비해가지 않은 여행자들은 해돋이민박집 등에서 점심을 먹는다.해물찌개에 이 섬의 특산물인 방풍나물에, 겉절이가 전부이고 눌은밥이 후식인 상차림이다. 밥상을 물리고 느긋하게 선착장으로 가면 지심도 주민이 자리를 지키는 좌판이 보인다. 해삼, 멍게, 개불 등 1만원 안팎으로 별미를 즐긴다.◆여행메모 (지역번호 055)거제시청 대표전화(639-3000). 장승포 시외버스터미널(681-1002, 8619).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거제 장승포행 버스가 하루 6회 운행. 장승포동사무소 옆 지심도행 도선장(682-2233)에서는 오전 8시, 낮 12시30분, 오후 4시30분 등 하루 세 차례 배가 출항하지만 여행객들이 많으면 오전 10시30분 출항 선편이 추가된다.지심도에서는 오전 8시20분, 낮 12시50분, 오후 4시50분에 장승포항으로 출항한다. 지심도의 모든 가구들은 민박도 받고 식사도 해준다. 동백섬집 김덕순씨(681-7182), 해돋이민박 박미옥씨(681-7180), 한혁기씨(681-7181), 조동일씨(681-6901), 김용찬씨(681-7183), 황재봉씨(681-7290), 황일성씨(681-7179)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