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게임만으로도 사업이 될 수 있다"1998년 2월 : 삼성SDS에 입사한 지도 벌써 6년째다. 겨우 7명이었던 유니텔 담당자가 지금은 수백명이 됐다. 요즘 같아서는 ‘인터넷 세상만으로도 비즈니스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내가 좋아하는 게임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회사 후배들을 몇 명 포섭했다. 일단 PC방을 하나 열 생각이다. 자금과 연구공간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1999년 12월 9개월간이나 매달린 덕에 한게임 정식 서비스를 순조롭게 시작하게 됐다. 사실 ‘굶어죽더라도 해보자’는 생각도 많이 했다. 인터넷에다 사업을 벌인다는 게 미심쩍어 보였기 때문이다.다행히 올해부터는 인터넷이 ‘서비스 수단’에서 ‘비즈니스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쪽으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운도 따라주는 것 같다.김범수 NHN 공동대표(37)는 ‘꿈꾸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좌우명을 갖고 있다.그래서인지 그의 출발은 현재의 모습을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초라했다. PC방에서 출발한 한게임을 기억하며 “고장 난 PC를 고쳐주기도 했다”고 회상하는 김대표는 특히 인터넷붐이라는 환경요소는 그에게 천재일우의 기회를 주었다고 기억하고 있다. 사무실에 컴퓨터 대수 늘리는 속도가 한게임 회원수가 늘어나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지옥에서 천당으로’, 네이버와의 합병2000년 4월 : 요즘 같은 때라면 벤처기업 사장이라는 자리가 썩 달갑지만은 않다. 주위의 인터넷기업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고 있다. 우리도 지금의 단순한 서비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수익원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네이버커뮤니케이션과 합친 것은 꼭 필요한 과정이었던 것 같다. 물론 합병과정이 수월했던 것만은 아니다. 서로 어떻게 해야 퍼포먼스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이해진 네이버 대표도, 나도 무척 고심했다.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의 브랜드로 통합해야 하나. 그냥 이대로 두 개의 브랜드가 좋을까. 하지만 보이는 것만이 시너지 효과는 아니라는 게 우리의 결론이었다. 운영이나 예산 차원에서 통합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이 바라는 인터넷의 기능은 정보와 엔터테인먼트 두 가지가 아닌가. 그 특성에 맞게 변해가는 게 우리의 역할일 듯하다.합병을 하고 보니 검색사이트와 게임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들 사이에 작은 문화충돌이 느껴진다. 그래서 이해진 대표와는 한 달에 한 번씩 꼭 술자리를 갖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결심했다. 서로의 신뢰를 버리지 않기로.2000년 9월 : 일본 한게임 법인을 설립했다. 언젠가는 해외시장이 주요무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해외진출은 게임분야 위주로 진행될 것이다. 따라서 해외파트는 이대표 대신 내가 주로 담당하기로 했다.‘Buy’를 외치는 애널리스트들이 NHN의 장점을 꼽을 때 빼놓지 않는 부분 중 하나는 공동대표의 역할분담이다. 이시훈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네이버와 한게임의 성격이 다른 만큼 경영의 성향도 달라져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해진 대표와 김범수 대표의 역할이 잘 나뉘어져 있다”며 “특히 한게임이 해외진출을 주도하고 있어 해외부문은 김대표가, 국내부문은 이대표가 맡는 식의 경영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도 장점이 된다”고 분석했다.유료화 시작, “잔펀치를 날려라”2001년 3월: 2000년 9월부터 준비한 유료화 작업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이제 회의라는 말만 들어도 지친다. 반대하는 직원들이 너무 많았다. 나답지 않게 “CEO의 의지를 따르라”는 말까지 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건 그만큼 중요한 작업이다.김대표는 당시 신중론을 펴는 직원들에게 밀려 고집을 꺾었더라면 NHN 역시 역사 속에 사라진 벤처기업의 하나로 남았을지도 모른다고 회상한다. 당시만 해도 인터넷 게임 분야에서 자신만큼 잘아는 사람이 없다고 확신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한게임의 유료서비스는 아이템 판매와 월정액 회원제 서비스인 한게임플러스로 구성된다. 월정액제의 경우 30~40대 고객을 붙잡는 훌륭한 수단이 됐다는 평가다. 경제적 여력이 있는 이 고객층은 소액 아이템을 하나씩 사기보다 적정 가격대의 서비스를 통째로 구매할 수 있다는 판단이 주효했던 것이다.이처럼 고객의 연령별 특성을 고려해 아이템 회원과 플러스 회원으로 구분한 것을 두고 김대표는 “잔펀치를 자주 날리면 결국 파괴적인 힘이 발휘되는 법”이라고 표현한다.‘IPO(기업공개)!’ 코스닥에 등록하다2002년 6월 : 코스닥 등록심사에서 재심의 판결을 받았다. 주요주주인 새롬기술과의 갈등이 이유라고 했다. 대책회의를 열었다. 우리가 슬픈 건 등록이 안돼서가 아니다. 현재 잘하고 있는 직원들이 내적이 아닌 외적 요인에 의해 좌절을 겪을까 봐 그게 걱정이다.2002년 10월: 삼수 만에 성공했다. 두 번의 재심과정을 거쳐 코스닥 등록심사를 통과했다. 축하전화를 무척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이건 이미 예상했던 결과가 아닌가. 우리는 자신이 있었다. 오히려 나의 심정은 담담하다. 생각해 보면 한게임 유료서비스를 시작한 이후부터 회사가 끊임없이 성장해 온 것 같다.지금은 오히려 해외진출에 대한 고민이 많다. 2~3년쯤 후에는 인터넷기업들간의 2라운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지금 살아남은 업체들은 이미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이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새 건물 입주, 신입사원 공채2002년 3월 :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에 새로 입주했다. 세 곳에 나뉘어 근무하던 전직원이 이곳에 함께 모인 걸 보니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흩어진 가족들이 모인 이산가족 상봉 현장 같다고나 할까.이렇게 모인 직원들에게 마음을 담은 e메일을 보냈다. 전에는 직원들과 토론할 기회가 많았는데,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쉽지가 않다. 계속 직원들과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e메일이라도 열심히 쓰려고 노력 중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화와 토론은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2003년 1월 : 신입사원 공채 면접날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시험을 치르면 입사나 할 수 있을까. 우리 회사는 기술력이 생명인데 인재가 많으니 정말 든든하다.대기업에 다니던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 직원들은 대단한 핵심인재들이다. 사람들은 우리 회사를 두고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에게 투자해 놓으면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생길 것이다.NHN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들이 쓰는 보고서가 칭찬 일색인 것만은 분명 아니다. 불확실성이라는 인터넷업계, 인터넷기업의 특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그들의 평가다. 하지만 김대표는 오히려 “불확실성 덕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위험성이 높은 만큼 가능성도 크다는 설명이다.실적발표 ‘닷컴황제주’2003년 4월 : ‘닷컴황제주’라며 여기저기서 축하전화가 걸려왔지만 얼떨떨하다. 1등 수성이야말로 어려운 일이 아닌가. 불확실성이 강한 업계 특성상 이제 우리는 회사의 방향성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 섰다.나나 이해진 대표, 직원들 모두 단 한 번의 의사결정 과정이 회사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안다. 더욱이 주변의 기대도 저버릴 수 없다. 계속 성장하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에 있으면 오히려 주가는 꺾일 것이다.그래도 다행히 자체 기술력이 있어 자신이 있다. 사실 2004년과 2005년에 먹고살 거리를 찾느라 정신이 없다. 지금 당장의 실적발표가 귀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NHN이 코스닥 입성 5개월여 만에 인터넷 대장주로 등극한 비결은 한마디로 ‘엔터테인먼트 포털’의 성공에 있다. 해외의 경우 인터넷 포털은 미디어로서의 역할만 강조된다.하지만 NHN은 미디어 포털인 네이버와 엔터테인먼트인 한게임이 합쳐져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해낸 셈이다. 애널리스트들은 특히 게임, 영화, 채팅서비스까지 연결된 한게임의 유료서비스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한 키워드 검색광고도 성공의 큰 축이다. 키워드를 치면 관련사이트가 연결되도록 해 이들 사이트로부터 광고비를 받는 형식이다.그러나 NHN이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점도 많다. 현재의 성공이 예상 밖의 성공이고 따라서 향후 3~4년 후의 주력사업을 지금부터 마련해 두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또 해외진출의 성공여부도 NHN의 성장에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김창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게임은 해외진출이 가능한 몇 안되는 인터넷 서비스인 만큼 한게임의 해외 진출은 NHN의 향배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NHN 성장기 분석2001년, 2002년 급성장… ‘유아기’에서 ‘청년기’로NHN의 매출은 검색엔진에 기반한 포털사이트 네이버(www.naver.com)와 온라인 게임 사이트인 한게임(www.hangame.com)을 통한 광고와 전자상거래, 유료 웹보드 게임 등으로 구성된다.1999년 6월 설립돼 그해 18억원의 매출을 올린 NHN은 2000년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을 계기로 88억원으로 매출이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2001년 3월부터 시작된 한게임 유료화의 성공은 매출 174.5% 성장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낳게 했다. NHN이 유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셈이다.2002년에도 급성장은 계속돼 매출은 746억원까지 뛰어올랐다. 2002년에 한게임은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 포털로 거듭나게 된다. 이는 최근 실적 호전의 주요 요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골드회원 서비스와 연관된다.기존의 월정액 서비스가 4,000원인 데 비해 9,000원인 골드회원 서비스는 지난해 4분기에 전체 유료회원 중 18%를 차지했으나 올 1분기에 36%로 크게 늘었다. 영화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가파른 성장세는 올해 들어 다소 둔화될 전망이다. 대신 각 부문이 안정적이고 고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가도를 달려온 NHN이 안정적으로 성공적인 ‘청년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NHN의 올해 매출목표는 1,300억원이다.